입력 : 2026.07.03 06:00
기존 업체 재계약 포기하며 운영 임시 중단
"식자재비·인건비 올랐는데 식단가는 그대로" 온라인서 논란
원베일리·디에이치퍼스티어 등 고급 단지도 식음 서비스 난항
[땅집고] 서울 송파구 가락동 대단지 아파트 ‘헬리오시티’의 커뮤니티 식당이 임시 운영 중단 수순을 밟으면서 ‘밥 주는 아파트’의 지속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 1일 한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헬리오시티 커뮤니티 식당 운영 중단을 두고 “원가는 오르는데 식당 가격은 2년 전 수준에 머물렀다”며 “식자재비와 인건비, 전기·가스비까지 모든 원가가 오른 상황에서 업체가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취지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물 작성자는 일부 이용객이 1인분 식대만 내고 여러 사람분을 담아가거나 몰래 포장해 갔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이 식당은 중식 9000원, 석식 1만원 수준의 뷔페식 식사를 제공하며 입주민 사이에서 ‘가성비 식당’으로 불렸다. 하지만 최근 기존 운영업체가 재입찰을 포기하면서 운영이 임시 중단된 상태다. 단지 측은 카페테리아 시설물 원상복구 공사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를 두고 신축·대단지 아파트를 중심으로 확산하던 커뮤니티 식음 서비스가 낮은 식단가와 인건비·식자재비 부담, 민원, 시설 규제라는 현실적 벽에 부딪힌 단면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가성비 식당도 못 버텼다”…헬리오시티 식당 중단 논란
2일 서울시 공동주택 통합정보마당에 따르면 헬리오시티 사업 입찰결과 항목에는 ‘카페테리아(식당) 시설물 원상 복구 공사’가 올라와 있다. 헬리오시티는 지난해 7월부터 커뮤니티 식당에서 중식과 석식을 제공했다. 가격은 중식 9000원, 석식 1만원 수준이었다. 한상차림이 아니라 뷔페식으로 운영했고, 끼니마다 음식 가짓수가 50~60개에 달해 입주민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운영은 ‘준푸드앤컬쳐’라는 종합외식전문기업이 맡았다.
헬리오시티가 뷔페식 식사 서비스를 시작할 당시 1만원대의 낮은 가격이 가능했던 배경으로는 1만 가구에 달하는 단지 규모가 꼽혔다. 헬리오시티는 9510가구 규모로, 단일 아파트 단지 가운데 국내 최대급이다. 운영사 측은 서비스 초기 “3만명이 사는 대규모 단지인 만큼 식자재를 대량 구매해 비용을 줄이고 질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단지의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일반 외식보다 낮은 가격에 단지 내 식당을 운영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애초에 지속 가능성을 두고 의문이 적지 않았다. 9000원~1만원 수준의 식단가로 뷔페식 식사를 제공하려면 식자재비, 조리 인력, 배식·세척 인력, 전기·가스비, 시설 관리비 등을 모두 흡수해야 한다. 특히 단체급식 계약이 식대 안에 원가와 인건비를 포함하는 방식이면 이용객이 줄거나 원가가 오를 때 손실은 운영사가 떠안는다. 식수 인원이 안정적으로 확보되지 않으면 대기업 급식업체라고 할지라도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원베일리도 재계약 불발…‘밥 주는 아파트’ 곳곳서 삐걱
실제 다른 고급 아파트에서도 커뮤니티 식당 운영을 둘러싼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는 식음 서비스 제공 업체였던 신세계푸드와 재계약하지 않기로 했다. 업체 측은 예상보다 이용객이 적어 적자가 이어졌고, 서비스를 유지하려면 가구당 추가 비용 부담이 필요하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입주민 투표에서는 재계약 반대 의견이 과반을 넘었다. 한 끼 1만5000원 수준에서도 운영 지속성이 흔들린 셈이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도 식당 운영을 둘러싸고 난항을 겪었다. 직접 조리 방식 도입을 요구하는 입주민 의견과 조리 냄새·소음 등을 우려하는 민원이 맞물리면서 일부 식당 공사가 중단됐다. 동대문구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그라시엘’에서는 대금 미정산 문제로 식사 서비스가 한동안 중단된 사례도 있었다.
다만 헬리오시티 사례를 단순한 식자재비 상승이나 운영난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이 단지는 당초 커뮤니티 시설에 식당이 포함돼 있지 않았고, 기존 연회장을 식당으로 개조해 서비스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중개업계에서는 과거 시설 용도와 행위허가 문제를 두고 송파구청의 원상복구 요구가 있었다는 설명도 나온다. 최근 단지 내에서 원상복구 공사 입찰이 확인된 만큼, 운영 종료 배경에는 수익성뿐 아니라 시설 용도와 인허가 문제가 함께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헬리오시티 단지 관계자는 식당 운영 중단과 관련 “운영난으로 인해 식당이 문을 닫았다는 얘기는 사실과 다르다”며 “기존 운영업체인 준푸드앤컬쳐가 재입찰에 참여하지 않았고, 현재는 ‘성수하늘’이라는 새 업체가 들어와 있다”고 했다. 이어 “송파구청으로부터 행위허가를 받는 대로 식당 운영을 재개할 계획”이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단지 내 커뮤니티 식당을 둘러싼 갈등이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다고 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커뮤니티 식당은 가격을 낮게 잡을수록 초기 반응은 좋지만, 원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 운영사가 버티기 어렵다”며 “식사 서비스가 단지 가치를 높이는 요소로 자리 잡으려면 입주민도 적정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mjba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