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7.02 13:57
[붇이슈] “집 살 돈 빼서 주식합니다”…6억 쥔 신혼부부가 선택한 ‘월세’
[땅집고] “젊은 신혼부부가 결혼자금으로 집을 살 기회가 있었는데 결국 전세를 선택하고 1년 뒤에는 전세금까지 빼서 주식에 투자하겠다고 하더군요.”
최근 국내 최대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인 ‘부동산스터디’에는 결혼 자금 6억원을 마련하고도 내 집 마련 대신 월세를 선택해 주식 투자에 나서려는 신혼부부의 사연이 소개됐다. 더 좋은 집을 사기 위해 종잣돈을 불리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이를 지켜본 글쓴이는 “집을 사는 기회를 두 번이나 스스로 놓쳤다”고 말했다. 끝없이 치솟을 것처럼 보였던 국내 주가가 연일 폭락을 하면서 이들의 사연에 다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글을 쓴 사람은 닉네임 ‘부동산아저씨’를 쓰는 김병권씨. 그는 공인중개사로 20여 년간 현장에서 활동하며 다수의 투자 경험을 쌓은 부동산 컨설턴트이자 작가로 ‘김병권의 부동산대백과(2023)’,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 할까요?(2021)’ 등 부동산 관련 도서를 펴낸 이력이 있다. 김씨는 “주식 투자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거주의 안정성을 희생하면서까지 투자금을 마련하는 것은 위험한 선택”이라고 우려한다.
◇ 1년 만에 다시 찾아온 신혼부부
사연의 주인공은 지난해 결혼을 앞두고 김씨를 통해 전셋집을 구했던 신혼부부다. 당시 이들은 결혼 자금으로 약 6억원을 보유하고 있었고, 전세자금대출 1억5000만원을 더해 약 7억5000만원 규모의 전셋집을 계약했다.
하지만 당시 시장 상황은 지금과 달랐다. 대출 규제가 강화되기 직전이어서 생애최초 주택 구입 등을 활용하면 같은 단지의 20평형대 아파트를 11억5000만원에 매수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 김씨는 “전세 대신 집을 사는 것이 낫다”고 권했지만, 예비부부는 “4년 정도 더 돈을 모아 더 좋은 동네의 아파트를 사겠다”며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그때 추천했던 아파트는 현재 호가가 15억원까지 올랐다. 결과적으로 수억원의 시세 차익 기회를 놓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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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세금 빼서 주식”…내 집보다 투자 먼저?
최근 이 부부는 계약 기간이 1년 이상 남아 있었음에도 다시 김씨를 찾아왔다. 처음에는 집이 불편해서 이사를 가려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전세가 아닌 월세를 구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이유는 뜻밖이었다. 전셋집 보증금 7억5000만원을 돌려받아 전세대출 1억5000만원을 상환하면 약 6억원이 남는다. 이후 보증금 2억원에 월세 200만원짜리 집으로 옮기고 남은 약 4억원을 주식시장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부부는 “돈을 빨리 불려 더 좋은 집을 사겠다”고 설명했다. 최근 주식시장 강세와 투자 열풍이 이어지면서 종잣돈을 공격적으로 운용하려는 젊은 세대가 늘고 있는 가운데, 이 부부 역시 ‘먼저 투자하고 나중에 집을 사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 집도 잃고 투자도 흔들릴 수 있다
김씨는 다시 한번 다른 선택지를 제안했다. 주식 투자 대신 생애최초 주택 구입 제도를 활용해 현재 감당 가능한 가격대의 아파트를 먼저 매수하자는 것. 그는 “주식은 변동성이 매우 큰 자산”이라며 “거주 안정성까지 포기한 상태에서 투자하면 심리적 부담이 커지고, 빨리 수익을 내야 한다는 조급함 때문에 오히려 투자 판단이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반면, 내 집을 마련하면 시세 상승 여부와 별개로 주거가 안정되고, 장기적으로 자산을 축적하는 기반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하지만 신혼부부의 생각은 달랐다. 이미 투자에 대한 확신이 강했던 이들은 주식투자를 선택했다. 결국 그는 부부가 원하는 월셋집 계약을 진행했다.
◇ 금메달보다 완주…조급한 재테크가 더 위험하다
김씨는 계약을 마친 뒤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전세 계약을 해주고, 다시 월세 계약까지 성사시키면서 중개수수료는 벌었지만 혹시라도 나중에 투자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자신을 원망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그는 “물론 주식 투자가 성공할 수도 있다”면서도 “재테크는 단기간 승부를 보는 100m 달리기가 아니라 평생 이어지는 마라톤”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람마다 소득도 다르고 감당할 수 있는 위험 수준도 다르다”며 “남들과 같은 속도로 달리려 하기보다 자신의 페이스를 지키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ks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