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7.02 06:00
광주 본사 핵심 인력 120여명 당산 일대 새 사무소 이동
지방 주택시장 침체에 수도권 정비사업·공공주택 공략
[땅집고] 광주 기반 대표 건설사인 중흥건설과 중흥토건이 서울행을 택하고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지방 주택시장 침체로 기존 텃밭에서 먹거리가 줄어들자, 핵심 인력을 서울로 옮겨 수도권 정비사업과 공공주택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겠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이동을 공격적 확장이라기보다 지방 시장 한파를 피하기 위한 ‘생존형 상경’으로 보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중흥그룹은 광주 북구 신안동 본사에서 근무하던 영업·기획·수주·개발 등 핵심 부서 임직원 120여명을 지난달 18일 서울 사무소로 이동시켰다. 이들은 지난달 22일부터 서울에서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갔다. 새 거점은 서울 영등포구 당산역 인근 ‘당산역 2차 SK V1 타워’ 14·15층이다. 중흥그룹은 지식산업센터 두 개 층을 임대해 사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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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핵심 인력 대부분이 서울로 넘어온 셈이다. 광주 본사에는 건물 관리와 호남권 애프터서비스, 콜센터 운영 등을 맡는 최소 인력 10여명만 남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사 기능의 약 90%가 서울로 이동하는 구조다.
◇지방 먹거리 줄자 서울로…“확장보다 생존형 이동”
중흥그룹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급격히 악화한 사업 환경이 있다. 광주와 호남을 기반으로 성장한 중흥건설과 중흥토건은 그동안 지방 택지개발과 주택사업에서 강점을 보여왔다. 그러나 지방 분양시장이 얼어붙고 신규 사업지가 줄면서 기존 성장 공식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워졌다.
실적에도 이미 부담이 드러났다. 중흥토건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9조6834억원으로 전년 11조9252억원보다 18.8%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6174억원을 기록했다. 공사수익이 전년 10조2849억원에서 7조9173억원으로 줄어든 데다, 대손상각비가 955억원에서 6020억원으로 6배 이상 급증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훼손됐다.
중흥건설도 일부 회복 신호는 있지만 불안 요인이 남아 있다. 지난해 별도 기준 분양 수익은 1410억원에서 3217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고 영업이익도 502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연결 기준으로는 지분법손실 확대 영향 등으로 당기순손실 508억원을 냈다. 수도권 사업 성과를 키워야 하는 이유다.
◇서울 핵심 정비사업, ‘중흥S-클래스’만으론 한계
문제는 서울 시장의 문턱이 높다는 점이다. 중흥의 주택 브랜드 ‘중흥S-클래스’는 지방과 수도권 일부 택지지구에서는 인지도를 쌓았지만, 서울 핵심 정비사업지 조합원에게는 상대적으로 매력도가 낮다는 평가가 많다.
서울 정비사업 시장은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GS건설, 포스코이앤씨 등 대형 건설사 브랜드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무대다. 특히 강남·용산·성수·목동 등 핵심지에서는 브랜드 선호도와 고급화 설계, 금융 조달 능력, 시공 실적이 시공사 선정의 주요 변수로 작용한다.
중흥토건과 중흥건설의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각각 42위, 62위 수준이다. 수조원 규모 이주비와 사업비 조달 경쟁이 붙는 서울 핵심 정비사업에서 단독으로 대형사와 맞붙기에는 부담이 크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중흥그룹의 현실적인 공략지가 노원·강북 등 서울 비강남권 정비사업이나 수도권 외곽 사업장, 대형 건설사가 적극적으로 달려들지 않는 틈새 사업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브랜드 경쟁력이 절대적인 강남권 재건축보다 사업성은 낮지만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곳에서 수주 경험을 쌓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대우건설 후광이 변수…“S-클래스 리브랜딩보다 개발 역량 강화”
다만 중흥그룹이 완전히 불리한 위치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흥건설과 중흥토건은 대우건설의 모회사 관계다. 중흥그룹이 서울 시장에서 대우건설의 브랜드와 상품 기획 역량, 설계 노하우, 조직 운영 경험을 얼마나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다.
중흥그룹은 당장 ‘중흥S-클래스’를 별도 리브랜딩해 서울 고급 주거시장에 정면 진입하기보다는, 디벨로퍼 역할을 강화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중흥그룹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S-클래스를 별도로 리브랜딩할 계획은 없다”며 “중흥은 사업 발굴과 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대우건설을 비롯한 여러 파트너사와 협력해 시너지를 내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이 같은 전략이 현실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 핵심지에서 단독 브랜드로 승부하기보다는 사업 발굴, 토지 확보, 금융 구조 설계, 공동 시공 참여 등을 통해 수도권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방식이다. 시공능력평가 42위인 중흥토건과 62위인 중흥건설이 수조원 규모 이주비·사업비 조달 경쟁이 수반되는 서울 핵심 정비사업에서 대형사와 정면 대결하기보다는, 대우건설이나 다른 대형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이라는 판단이다.
실제 이러한 전략은 이미 사업 현장에서 가시화하고 있다. 현대건설이 지분 60%를 보유하고 태영건설과 중흥건설이 각각 20%씩 참여한 컨소시엄은 지난달 LH가 추진한 서울 ‘도봉구 성균관대 야구장 부지 민간 참여 공공주택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해당 사업은 4만8055㎡ 부지에 공공분양 1709가구와 청년 특화 공공임대 391가구 등 총 2100가구를 공급하는 프로젝트다. 추정 사업비는 5908억원 규모다.
업계에서는 중흥그룹이 앞으로도 LH 민간 참여 공공주택사업, 역세권 고밀 복합개발, 수도권 공공택지 사업 등에서 컨소시엄 방식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핵심 재건축·재개발 시장에서 브랜드 전면전을 벌이기보다는 사업 구조를 짜고 파트너와 함께 참여하는 방식이 중흥의 현실적인 선택지라는 것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중흥이 서울로 올라왔다고 해서 곧바로 강남 재건축 수주전에 뛰어들기는 쉽지 않다”며 “서울에서 살아남으려면 단독 브랜드 경쟁보다 대우건설과의 역할 분담, 디벨로퍼로서의 금융 조달력, 사업 기획력을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mjba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