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6.30 06:00
[땅집고] “대한민국 축구팀이 월드컵 32강 진출조차 못하다니 너무 충격입니다. 4년 전 벤투 감독 때와 달라도 너무 달라 비교하게 되네요.”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국가대표 축구팀이 올해 월드컵 32강 진출에 실패했다. 스포츠 업계에선 패배 원인으로 홍 감독의 전술 부족과 함께, 실력이 아닌 인맥 위주 선수 배치를 꼽고 있다. 경기를 지켜본 국민들도 이 같은 분석에 공감하며 답답함과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분위기다. 오죽하면 일부 식당·편의점 등 점포에선 ‘홍명보 감독은 영원히 출입 금지’라는 팻말을 내걸었을 정도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22년 월드컵 당시 선수들에게 각자 위치와 패스 경로를 체계적으로 훈련시켜 이른바 ‘빌드업’ 전술을 꾸리고, 경기 중 전략적으로 뛰어나가 선수 대신 레드 카드를 받는 일까지 감수했던 벤투 감독이 그립다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더군다나 그가 대한민국 축구팀을 이끌었던 감독 시절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의 한 아파트에 살면서 입주민과 적극적으로 교류하고, 자녀들에게 축구를 가르쳐주는 등 한국 생활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보여줬던 인물이라 더욱 아쉽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
포르투갈 출신인 벤투 감독은 2022년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역사상 8번째 외국인 사령탑 역할을 맡았다. 원정 경기 기준으로는 처음으로 원정 16강을 이끌어내면서 성과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대표팀과 4년 4개월여 동안 지내는 동안 그의 거처는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 ‘일산요진와이시티’ 아파트였다. 인근 파주시에 있는 국가대표 축구 트레이닝센터까지 자동차로 30분 정도 걸려 출퇴근이 편리한 입지라 계약 당시 아파트를 둘러보고 만족감을 표현했다고 전해진다. 통상 다른 외국인 감독들이 서울에 집을 구해 생활했던 것과 정반대 행보다. 함께 활동한 포르투갈 출신 코치진들과 벤투 감독과 같은 단지에 숙소를 구했다.
‘일산요진와이시티’는 최고 59층, 6개동, 총 2404가구 규모 대단지 주상복합아파트다. 지하철 3호선 백석역까지 걸어서 5분 걸리는 초역세권이면서 단지 내 상가 ‘벨라시타’와 함께 인근에 고양종합터미널, 고양시청 백석별관 등 생활 인프라를 끼고 있어 일산신도시 일대에서는 입지가 괜찮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택형은 전용 59㎡(24평)부터 244㎡(104평)까지 다양하게 마련했다. 올해 6월 국민평형인 전용 84㎡ 12층 주택이 9억원에 거래됐다. 과거 부동산 시장이 호황이던 2021년 10월에는 집값이 12억4500만원까지도 올랐었는데, 이후 가격이 하향조정됐고 현재 8억~9억원대에 주로 거래되고 있다. 베드타운이면서 서울 도심 및 강남과 물리적 거리가 있는 등 일산의 물리적 한계 때문에 집값 상승폭이 크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벤투 감독은 ‘일산요진와이시티’에 지내면서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고 전해진다. 아파트 입주민 사이에서는 그가 단지 내 상가에 입점한 식당·카페 등 점포에 자주 출몰했다는 목격담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이 단지에 살고 있다고 밝힌 A씨는“엘리베이터에서 만나 사진을 요청하니 웃으면서 받아주셨다, 나중에도 몇 번 뵈었는데 아내분이랑 전화하고 계셨다”고 전했다. 이어 B씨도 “저도 이 아파트 살아서 뵌 적 있다, 1층 헬스장에서 같이 사진도 찍었었다“고 전했다.
한 입주민은 벤투 감독이 아파트에서 생활하면서 보여줬던 소박한 모습들을 긴 댓글로 적기도 했다. 그는 “아파트 단지에서 초등학교 아이들이 축구하면, 벤투 감독이 코치진을 데리고 나와 같이 축구하고 놀아주셨다”면서 “애들은 누군지 모르고 같이 축구하면서 깔깔거리며 웃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아파트 단지에서 유유히 산책하던 모습도 자주 봤다”며 “벤투 감독이 떠날때 입주민들이 현수막도 걸어줬다, 감독과 코치진들이 그 앞에서 사진찍고 좋아하며 떠나갔다”고 전했다.
벤투 감독은 2022년 월드컵 16강 진출 쾌거를 이룬 뒤 포르투갈로 복귀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그는“아쉬운 부분이 상당히 있고, 선수들도 항상 기억에 남을 것 같지만 결정은 하고자 하는 의지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라며 “여러 요소가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심경을 밝혔다. 이어 “대한축구협회, 한국 대표팀의 미래에 행운이 있기를 바란다”며 “한국이라는 나라는 내 경력에 늘 연관이 돼 있고 이제 나의 사적인 인생, 기억에서도 한국은 항상 남아있을 것 같다”고 말해 축구 팬들의 심금을 울렸다.
한편 2026년 월드컵에서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팀의 경기를 접한 네티즌들은 “벤투 감독이 연임했더라면 32강 진출 실패는 없었을 것 같다, 너무 아쉽다”, “한국과 선수들을 진심으로 아꼈던 벤버지(벤투와 아버지를 합성한 말)가 그립다, 다시 돌아와주셨으면 좋겠다”는 등 반응을 남기고 있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