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6.30 06:00
[땅집고] 정부가 최근 주택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공급 확대 의지를 내보이고 있지만, 정작 그동안 추진해왔던 공공 주도의 공급 확대 방안들은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여전히 공공 주도 공급 확대를 주장하면서도 실질적인 공급 효과를 낼 수 있는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어 '말 뿐인 공급'이란 비판이 나온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이종욱 의원이 LH(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7 대책’을 통해 민간 대신 공공이 시행하기로 한 택지 65만㎡의 택지가 여전히 미공급 상태로 남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수도권 중심으로 최대 2만여 가구를 공급할 수 있는 면적의 택지다.
LH는 과거 보유 택지를 직접 개발하거나 민간에 매각해 주택 공급을 맡기는 방식으로 사업을 해왔다. 하지만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9·7 공급대책’에서 민간 매각을 전면 중단하고 전부 직접 개발하기로 하면서 기존 매각 대상 용지의 일정이 전면 중단됐다. 여기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LH가 택지를 조성해 민간에 매각하는 구조를 ‘땅장사’라고 비판한 것이 직접적 영향을 미쳤다.
이 의원실에 따르면 LH는 지난해 하반기 공공용지 17개 지구, 27필지에 대한 민간 매각을 중단했다. 이 중 70%인 19개 필지(45만㎡)가 경기·인천 지역이었다. 여기에는 하남 교산(6만4000㎡), 인천 계양(3만9000㎡), 수원 당수(5만3000㎡), 성남 낙생(6만1000㎡) 지구 등 주거 수요가 높은 지역의 택지가 포함돼 있다.
LH는 공공임대 사업으로 불어난 적자를 택지 매각으로 메우는 구조였다. 지난해 말 기준 173조원을 넘는 부채를 가진 LH가 택지를 직접 개발하면 현금 회수가 늦어져 재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LH는 지난해 10월 이한준 사장이 사임한 이후 8개월 넘게 신임 사장을 인선하지 못하는 공백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서리풀·용산·태릉·과천…정부주도 공급지 줄줄이 지연
이밖에도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 중심 공급은 주민 반발에 부딪혀 진행 자체가 불분명한 경우가 대다수다. 대표적으로 서울 서초구 서리풀 공공주택지구(2만 가구)는 주민들이 지구 지정 취소 행정소송과 집단행동을 예고하며 사업 추진이 멈춰섰다. 정부가 목표로 한 2028년 착공 일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용산 국제업무지구의 경우, 정부는 1만 가구 공급을 주장하지만 서울시는 8000 가구가 한계라며 맞서고 있다. 과천시 과천경마장과 태릉골프장 개발도 지역 반대에 부딪힌 상황이다.
반면 정부는 실질적이고 즉각적인 공급 효과를 낼 수 있는 재건축 재개발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이 때문에 주택 시장에서는 정부가 주택시장 수요자를 달래기 위해 말로만 '공급'을 외치면서도 실제로는 아무 것도 변한 게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와 서울시는 똑같이 '닥치고 공급'을 외치고 있지만, 공급 방식에서는 여전히 견해차가 크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취임 이후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와 신속통합기획 등을 통해 공급 확대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민간의 사업성을 높여 도심 내 공급을 늘리는 방식이 보다 현실적이라는 것이 서울시의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공부지 활용 공급 방식은 부지 자체가 한정적이고 실제 공급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통한 공급 확대를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sh029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