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6.29 11:08
3.5억에 분양한 SH 고덕강일3지구 반값아파트
올해 11월 입주 앞두고 주담대로 은행 찾아
토지임대부라 방공제 면제 위한 MCG 가입 불가 통보
대출액 2.1억→1.5억으로 확 줄어 멘붕
[땅집고] 약 2년 전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공급한 토지임대부 주택, 이른바 ‘반값아파트’ 잔금 시기가 다가오면서 수분양자들이 혼란에 빠졌다. 은행권이 토지임대부 주택은 일반 아파트와 상품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MCG(모기지신용보증) 가입을 거절하면서, 대출 한도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수천만원 깎이게 된 것.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 때문에 입주를 앞두고 잔금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에 빠졌다는 수분양자 아우성이 나오는 상황이다.
◇서울 아파트인데 분양가 3.5억 ‘로또’…고덕강일3지구 토지임대부 11월 입주
토지임대부 아파트란 땅은 국가·공공기관이 갖고, 건물은 일반에 분양하는 형태로 건설하는 주택을 말한다. 통상 분양가의 60%를 차지하는 땅값이 빠지기 때문에 일반 아파트보다 저렴한 가격에 분양받을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대신 땅은 공공으로부터 빌리는 개념이라 집주인들이 매달 임대료를 내야 하는 구조다.
SH는 분양가가 저렴한 토지임대부가 무주택 서민 주거 안정을 해결할 모델 중 하나라고 보고 서울 곳곳 공공택지 위주로 공급을 이어갔다. 가장 최근에 분양한 현장이 강동구 고덕강일3지구 단지다. 2023년 3월 전용 59㎡(25평) 총 500가구에 대한 사전예약을 받았는데, 당시 입주자모집공고에 따르면 추정 분양가가 3억5537만원이며 임대료는 40만원 수준으로 안내됐다. 당시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상황이었지만 서울 아파트 분양가가 평균 10억이 넘는 가운데 거의 3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해 경쟁률이 평균 18대 1로 높은 편이었다.
고덕강일3지구 토지임대부 청약 당첨자들은 올해 11월 입주를 앞두고, 잔금 납부를 위해 최근 은행을 찾았다. 주택담보대출 실행과 함께 ‘방공제’를 면제받기 위해 MCG에 가입하려는 목적이었다.
통상 은행권에선 주택담보대출 실행시 방공제를 적용하고 있다. 집주인들에게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보호하는 최우선변제금액(소액임차보증금)을 미리 뺀 금액만큼만 대출해 주는 제도다. 만약 집주인이 자금난 등 사정을 겪어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거나 기타 문제가 발생할 경우, 세입자가 은행에 앞서 지역별로 정해져 있는 보증금을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데 은행 입장에선 이를 리스크로 보고 보증금 액수를 공제한 만큼의 대출액을 내주겠다는 것. 이처럼 방공제로 줄어드는 대출 한도는 보통 MCG에 가입하면 면제받을 수 구조다.
◇수분양자 날벼락…예상 대출액 2.1억→1.5억으로 3분의 2토막
하지만 고덕강일3지구 당첨자들은 최근 은행권으로부터 청천벽력같은 통지를 받게 됐다. 토지임대부 특성상 수분양자들이 토지 소유권이 없어 건물만 담보로 제공할 수 있는데, 이렇다보니 일반적인 아파트와 달리 방공제를 피하기 위한 MCG 보증보험 가입은 불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은 것.
예를 들어 고덕강일3지구처럼 3억5000만원 수준 주택을 분양받는 경우 무주택자 기준 LTV 60%를 적용받아 약 2억1000만원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MCG 가입이 불가능한 경우 방공제를 피할 수 없어 대출 가능 금액이 서울 기준 소액임차보증금인 5500만원을 공제한 1억5500만원 수준으로 줄어들게 되는 것. 당첨자 중 보유 현금이 부족하거나 당장 마이너스 통장, 신용대출을 실행할 수 없는 사람들을 자금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는 셈이다.
한 당첨자는 정부 소통혁신24 홈페이지에 “토지임대부 주택은 무주택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 주택인데, 일반 주택보다 더 불리한 금융 조건에 놓이게 될 우려가 있다”면서 관련 제도 개선을 요청하는 청원을 남기기도 했다.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에 대해서는 방공제 적용 기준을 재검토하거나, 별도 보증 제도를 마련해달라는 주장이다.
다만 고덕강일3단지 토지임대부 주택을 공급한 SH는 국토교통부 법률 개정이 선행되지 않는 한, 방공제 면제 등 정책으로 대출 한도를 높여주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 제8조 및 동법 시행령 제10조에 따라 서울시가 임차인우선변제권으로 5500만원을 보장하고 있고, 2024년 11월 시행한 디딤돌대출 맞춤형 관리방안에 의해 LTV 규정 도입 취지를 벗어나는 대출(방공제 면제)은 원칙적으로 제한된다는 것.
SH 관계자는 “법 규정 및 국토교통부 관리 방안에 따라 은행에서 판단하는 담보가치가 제약되는 사안이라 SH 측에서는 임의로 제도를 개선할 수 없는 사항”이라며 “문제를 인식하고 정부에 지속적으로 개선 요청하고 있지만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