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6.27 06:00
6단지 950만원·10단지 990만원 책정
조합원 부담에 초기 공사비 보수적 산정
30조 시장 노린 건설사 수주전도 본격화
[땅집고]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재건축 단지들이 최근 3.3㎡(1평)당 공사비를 1000만원 아래로 잇따라 책정하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압구정·성수·여의도 등 서울 핵심 정비사업지의 3.3㎡당 공사비가 1100만~1300만원대까지 치솟은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업계에서는 “실제 공사비 수준이라기보다 일부 조합원 부담을 의식해 초기 공사비를 보수적으로 책정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시공사 선정 공고를 낸 목동6단지는 DL이앤씨의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를 적용한 ‘아크로 목동 리젠시’로 단지명을 확정하고 공사비 예정가격을 약 1조2122억원으로 제시했다. 평당 950만원 수준이다. 시공사 선정 절차에 들어간 목동10단지 역시 공사비를 평당 990만원으로 책정했다.
이 금액이 주목받는 이유는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하고도 서울 주요 재건축 시장에서 형성되는 공사비 수준과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최근 압구정 일대 재건축은 평당 1100만원 안팎, 성수는 1200만원대, 여의도는 1300만원 수준까지 거론된다.
◇14개 단지 줄줄이 재건축…첫 공사비가 기준선 된다
목동이 ‘1000만원 이하 공사비’를 제시한 배경으로는 먼저 관할 지자체인 양천구청의 관리 기조가 꼽힌다. 목동신시가지는 서울에서도 드문 초대형 재건축 사업지로, 14개 단지가 차례로 시공사를 선정하고 사업을 추진하는 구조다. 선발 단지들의 공사비가 후속 단지들의 기준선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첫 단지부터 공사비가 1000만원을 크게 넘기면 목동 전체의 공사비 기준치가 함께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을 행정기관이 의식했다는 것이다.
다만 구청이 공사비를 강제로 낮췄다기보다는 정비계획 협의와 인허가 과정에서 과도한 공사비 책정이 조합원 부담과 사업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고, 조합 역시 이를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목동 조합원들의 ‘분담금 민감도’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목동신시가지 아파트는 장기 거주자가 많고 고령 조합원 비중도 적지 않다. 보유세와 향후 추가분담금을 이유로 매도를 고민하는 소유자도 있다. 현금 흐름이 충분하지 않은 고령 조합원에게 수억원대 추가 분담금은 사업 추진의 가장 큰 변수다. 이들 사이에서는 하이엔드 고급화에 대한 시선도 마냥 우호적이지 않다.
◇낮은 공사비 감수해도 잡아야 할 30조 목동 시장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초기 사업비를 최대한 보수적으로 책정할 수밖에 없다는 조합의 계산도 깔려 있다. 실제 한 목동 재건축 업계 관계자는 “공사비가 평당 1000만원을 넘어가는 순간 조합원이 체감하는 부담 격차가 상당해 민원 전화가 속출한다”면서도 “반면 상대적으로 젊은 조합원들은 공사비를 더 투입하더라도 하이엔드 설계와 고급 마감재, 커뮤니티 시설을 갖춰야 향후 집값 상승 여력이 커진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두 입장의 간극이 커 조합 입장에서도 어느 한쪽으로만 방향을 잡기 쉽지 않다”며 “결국 초기 공사비를 낮게 관리하면서 사업을 끌고 가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했다.
시공사의 수주 전략도 맞물려 있다. 목동은 건설사 입장에서 포기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전체 사업비만 30조원 규모에 달하고, 3만5000가구가 들어설 14개 단지가 순차적으로 발주된다. 서울 서남권 대표 재건축 사업지라는 상징성도 크다. 초기 단지 수주에 성공하면 후속 단지 수주전에서도 브랜드 선점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당장 공사비가 다소 낮더라도 입찰에 참여할 유인이 충분하다.
실제 현대건설, 대우건설, 롯데건설 등 주요 건설사들은 목동 일대에 홍보관을 열고 조합원 공략에 나서고 있다. DL이앤씨는 6단지에 이어 14단지 재건축 사업 참여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은 8·11·14단지를 우선 공략 대상으로 삼고 있고, 현대건설과 롯데건설도 특화 설계를 앞세워 공격적인 홍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초고층 건축이지만…평지·규모의 경제 내세우는 목동
목동 조합 측은 서울 핵심 재건축 사업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은 공사비가 가능한 근거로 ‘규모의 경제’를 든다. 목동6단지와 10단지처럼 총 공사비가 1조~2조원대에 이르는 대형 현장은 자재 구매, 인력 운영, 장비 투입에서 비용을 낮출 여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대형 건설사 입장에서도 한 번에 대규모 물량을 확보할 수 있어 사업 효율성이 높다. 실제로 일부 구역은 신탁사와 공사비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결과 평당 1000만원 이내에서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입지와 지형 조건도 목동이 내세우는 무기다. 목동은 비교적 평지에 자리하고 있고 대지지분이 넓은 편이다. 여의도 일대처럼 지하를 깊게 파거나 용적률을 극단적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일부 한강변 정비사업지와 비교하면 공사 난이도와 사업성 측면에서 한결 유리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낮은 공사비가 향후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낮은 금액으로 우선 수주한 뒤 설계 변경, 마감재 상향, 물가 상승, 금융비용 증가 등을 이유로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는 사례가 반복돼 왔다. 조합이 초기 공사비를 낮게 잡아도 착공 전후 조건이 바뀌면 최종 공사비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예컨대 총 공사비가 2조원 규모인 사업장에서 물가 상승분을 3%만 반영해도 공사비는 600억원 늘어난다. 이 비용은 결국 조합원 추가분담금이나 내부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공사비 인상 문제로 조합장이 교체되고 사업이 장기간 흔들린 둔촌주공 재건축이 대표적인 전례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목동이 규모의 경제를 갖춘 것은 사실이지만 최고 49층에 이르는 초고층 재건축을 추진하는 만큼 평당 1000만원 아래로 낮게 잡은 공사비가 실제 시공 단계까지 유지될 수 있는지는 살펴봐야 한다”며 “착공까지 최소 5년 이상 상당한 시간이 남은 상황에서 불가피한 증액 요인이 발생하면 추가 분쟁 사유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mjba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