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6.26 15:00
"땅값 평당 1000원" 수도권 '반도체 효과' 목격한 지자체들 사활
[땅집고] 반도체 호황 불꽃이 지방자치단체의 반도체 공장 유치 경쟁으로 옮겨붙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3.3㎡(평)당 1000원’이라는 다이소급 파격 제안까지 던지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셔세권(셔틀버스+역세권) 부동산 호황을 목격한 지방 도시들이 낙후된 지역 경제를 심폐소생할 핵심 카드로 반도체를 낙점한 모습이다.
◇ 靑, 이달 말 대규모 지방 반도체 투자 발표에…“평당 1000원” 파격 조건까지 등장
26일 청화대에 따르면 경기 평택, 용인, 이천에 이어 호남과 충청 지역에 새로운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계획이 가시화되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로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대기업들이 기존에 계획했던 국내 공장 건설 일정을 앞당기는 것은 물론 추가 생산라인 확보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달 말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리는 ‘국토 공간 대전환(지방균형국가)’ 민관 합동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대규모 지방 투자 계획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양사는 정부와 세부 추진 안을 최종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안에는 호남과 충청 지역 내 구축될 반도체 클러스터에 메모리 반도체 제조 공장(전공정)뿐만 아니라, 패키징 공장(후공정)까지 동시 구축해 독자적인 생태계를 완성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정부의 지방 균형 발전 기조와 대기업의 투자 움직임에 발맞춰 다른 지자체들도 유치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인 곳은 경북 구미시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지난 25일 오전 구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반도체 제조시설인 ‘팹(Fab)’이 구미에 들어온다면 구미국가산업단지 5단지 부지를 3.3㎡당 단돈 1000원에 제공하겠다”라고 발표했다. 현재 해당 부지의 정상 분양가가 3.3㎡당 148만원 선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무상에 가까운 파격적인 제안이다.
구미시는 가격 메리트 외에도 전국 최고 수준의 전력 자립도와 낙동강을 기반으로 한 풍부한 산업용수 등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인프라를 완비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현재 구미에 SK실트론, LG이노텍 등 309개의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이 집적해 있어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시장은 “대기업 팹이 입주하면 수백조 원의 투자 효과와 함께 일자리 창출, 인구 유입, 세수 증가 등 막대한 지역 경제 활성화가 기대된다”며 "토지를 1000원에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재원 약 1조 2,000억 원은 지방채 발행과 강도 높은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하겠다”고 했다.
◇”증시만 오른게 아니다” 반도체가 바꾼 부동산 지도…’셔세권’ 중심 신고가·거래량 폭발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자체들이 무상에 가까운 파격적인 토지 분양가까지 제시하며 유치전 세일즈에 나선 배경에는 ‘반도체 효과’가 있다. 대기업 반도체 공장이 들어선 지역에서는 인구 유입은 물론 지역 부동산 시장 전체가 폭등하고 있어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공장 출퇴근 버스가 운행되는 배후 주거단지, 이른바 ‘셔세권’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가파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넷째 주 경기 화성 동탄의 아파트값은 1.65% 상승하며 전국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동탄의 올해 누적 상승률은 11.38%로, 전국 시·군·구 중 올해 처음으로 두 자릿수 상승률 돌파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어 성남 분당구(0.42%), 성남 중원권역(0.59%), 성남 수정구(0.47%), 용인 수지구(0.38%), 기흥구(0.21%), 수원 영통구(0.41%) 등이 뒤를 이었다. 반도체 벨트 전반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금 방 등록하면 수수료0원에 커피 공짜…빈 방 해결엔 단단홈즈
실제 반도체 호황 기대감이 본격화된 올해 4~6월 사이 셔세권 단지에서는 신고가 거래가 잇따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화성 동탄역롯데캐슬 102㎡(이하 전용면적)가 올4월 23억2500만원에, 성남 판교푸르지오그랑블 117㎡는 올 5월 41억8000만원에 각각 거래됐다. 이외에도 분당 푸른마을(22억원), 용인 수지 성복역롯데캐슬골드타운(17억4700만원), 광교자연앤힐스테이트(19억3500만원), 위례 힐스테이트위례(22억7600만원) 등에서 신고가 랠리가 이어졌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지방의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이 가시화될 경우, 수도권에서 나타난 ‘반도체 효과’가 호남, 충청, 영남 등 지방 거점 도시로 확산하며 침체된 지방 주택 시장과 지역 경제를 살릴 강력한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pkra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