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6.26 06:00
[땅집고] “근데 아저씨들은 (배관을) 뚫어만 주지, 왜 별 참견을 다해요?”
최근 월셋집에 입주한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싱크대 하수구 배관이 막히면서 집주인과 갈등을 빚게 됐다고 밝힌 한 세입자 사연이 네티즌들의 분노를 부르고 있다. 배관 전문 수리 기사를 부른 결과 수리비로 35만원이 나왔는데,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이 비용을 막무가내로 떠넘기며 화를 내는 장면이 영상에 고스란히 찍힌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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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 A씨는 이사온 지 일주일도 안 된 시점에 친구가 놀러와 마라탕을 먹고 국물만 싱크대에 버렸다고 밝혔다. 그런데 국물이 배관으로 내려가자 마자 싱크대가 바로 막히더니, 물 안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 현상을 집주인 B씨에게 말하고 수리 업체를 불렀는데, 배관을 관측한 기사가 “(음식물이) 한 번에 쌓일 일은 없다, 5~7년 동안 쌓인 것”이라며 “배관을 처음과 같은 상태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래서 수리비용은 35만원 정도”라고 안내했다.
집주인 B씨는 “헉, 그렇게 많이요?”라고 놀라며 “그런데 어떻게 해, 수리 해야지”라며 돌연 집에서 나갔다. 이에 수리기사가 결제는 집주인이 해 주는 것이냐고 묻자, A씨는 “왠지 제가 하는 것 같다”고 당황해했다. 이사온 지 일주일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하니 수리기사는 배관이 일주일 만에 막히는 일은 절대 없기 때문에, 그리고 월세 형태로 거주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집주인이 비용을 내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비용 협의를 제대로 하고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는 수리기사의 말에 A씨는 바로 집주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B씨는 “니가 기름을 넣어서 막혔는데, 그럼 누가 (돈을) 내?”라며 화를 내기 시작했다. 당황한 A씨가 아무 말도 못하자 수리기사가 대신 전화를 건네받고 자초지종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수리기사가 “이건 일주일만에 막힐 일이 없는거다”라고 말하자 마자 집주인은 “안 막혔어도, 멀쩡하게 내려갔었다”고 반박했다. 이에 수리기사는 “멀쩡한게 아니다, 이미 다른 세입자들이 사용해서 기름이 동맥경화처럼 막혀져 있었던거다”, “이 때까지 막힌 적이 없다고 하시는데, 그럼 배관 청소를 그동안 한 번도 안 했다는 뜻이지 않느냐”라며 집주인에 맞섰다. B씨의 “그 전 세입자들은 청소도 깨끗하게 하고 잘 썼는데”란 항변에도 수리기사는 “매립되어있는 배관이기 때문에 일반인이 청소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변호했다.
몇 차례 언쟁이 오가다 집주인 B씨는 “그런데 아저씨들은 뚫어만 주지 왜 별 참견을 다해요? 일만 하세요, 일만”이라고 따졌다. 수리기사는 “참견이 아니고 이건 당연한 거다”라면서 “세입자이고 자가가 아닌 데다 이사 온지 일주일 밖에 되지 않았으면 집주인이 수리를 해줘야 한다”고 했다. B씨가 본인이 수리비 35만원 중 10만원만 내주겠다고 하자, 수리기사는 전액을 집주인이 내야한다고 재차 안내했다. 그러자 B씨는 “그럼 (수리) 하지 마세요! 별 꼴이야 진짜!”라고 역정을 내며 전화를 끊었다.
이 같은 대화 내용을 담은 영상이 A씨의 SNS에 퍼지면서 전월세로 거주해 본 경험이 있는 전국민 세입자들의 분노가 터져나오고 있다. A씨는 “이런 경우 내가 35만원을 전부 내야 하는지, 아니면 집주인이 부담하는 게 맞는지 혼란스럽다”며 네티즌 의견을 구했다.
부동산 전문 변호사들은 전월세집에서 배관 문제는 임대인의 수선 의무 영역에 속하는 하자라고 입을 모은다. 세입자의 고의나 과실로 인한 파손이나, 벽지·형광등 등 일상적인 소모품 교체가 필요하다면 세입자가 부담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배관·하수관에서 발생하는 누수·막힘·균열 등 건물 기본 설비 하자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적으로 집주인에게 수선 의무가 있다는 것.
댓글창에 등장한 한 변호사는 “임대인 태도를 보아하니 끝까지 인정하지는 않겠지만, (싱크대 배관 막힘은) 명백히 임대인의 수선의무에 해당하는 부분”이라며 “조속히 조치 해달라고 통보하는 내용의 내용증명을 발송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도 “현실적으로는 일단 세입자가 먼저 비용을 납부해서 수리받은 다음에, 영상이나 내용증명 등 증거들을 가지고 나중에 비용 상환 청구를 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며 “수리비 영수증도 잘 보관하라”고 덧붙였다.
영상을 접한 네티즌들은 “집주인 진짜 성격 고약하다, 얼른 탈출해라”, “본인이 가진 집을 보수하는데 35만원 쓸 돈도 없으면 그냥 임대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니냐”, “기사님 진짜 착하시다, 저런 수모를 겪으면서도 계속 세입자 편을 들어주시니 제가 더 감사하다”라는 등 반응을 보이고 있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