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6.26 06:00
[금호건설, 박세창 체제 2년만에 휘청인다] ① 새 브랜드 '아테라' 만들어놓고 공공아파트에만 쓰는 이유
[땅집고] 금호건설이 2024년 5월 런칭한 ‘아테라’는 박세창 부회장이 아버지인 박삼구 전 회장에 이어 경영자 자리에 오르면서 내놓은 새 아파트 브랜드다. 당초 ‘대지 위의 예술’을 뜻하는 아테라를 기존 ‘어울림’·‘리첸시아’보다 고급 브랜드로 내세우며 사업지 확보에 총력을 다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아테라가 출범한지 3년째인 현재, 금호건설의 수주 전략이 브랜드 고급화 계획과 충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호건설이 소수 대형 건설사가 꽉 잡고 있는 서울·수도권 대형 민간아파트 현장을 피해 LH 등 공공분양 아파트 위주로 수주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주로 공공분야에 적용하게 된 아테라가 소비자 사이에서 과연 고급스러운 브랜드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업계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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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공공분야 수주만 2조…아테라로 실적 반등 노려
2023년 금호건설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경영 전면에 나선 박 부회장은 초기 성과를 내기 위해 2024년 5월 기존 어울림·리첸시아를 대체할 브랜드 아테라를 출시했다. 앞으로 금호건설이 국내 아파트 문화를 선도하기 위해 대지 위의 예술을 선보이겠다는 포부를 담은 브랜드다. 당해 7월 1순위 청약을 받은 충북 청주시 ‘청주 테크노폴리스 아테라’가 첫 브랜드 적용 단지다.
금호건설은 올해 1분기 기준 매출로 총 4534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주택·개발이 2017억원으로 44.5%를 차지해 가장 비율이 크다. 이어 ▲토목·플랜트·환경 1169억원 34.6% ▲건축 699억원 15.4% ▲해외 193억원 4.3% ▲기타 55억원 1.2% 등 비율로 매출이 이뤄졌다. 즉 해외 진출보다는 국내 사업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 중에서도 주택 건설 분야에서 절반 이상 매출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금호건설이 박 부회장 체제인 지난 3년여 동안 민간주택이 아닌 공공주택 분야에서 수주를 이어갔다는 것이다. 최근 대형 건설사마다 사업성을 확보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서울·수도권 및 광역 대도시에서 민간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및 도시개발사업을 주로 수주하고 있는 것과 정반대 노선을 타고 있다. 정부가 공공주택 공급 확대 정책을 펼치고 있는 점을 겨냥해, 금호건설이 다른 대형사들과 출혈 경쟁을 하는 대신 3기 신도시 등 공공분야에서 수주고를 올리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금호건설의 공공분야 주택 수주액이 2024년까지만 해도 6484억원이었는데, 2025년 1조9458억원으로 약 3배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1분기 기준 수주 잔고를 봐도 공공 발주·공공택지·민간참여 공공주택 현장이 다수 포함돼있다. ▲의왕군포안산 A1-1 ▲남양주왕숙 PM-3BL ▲광명시흥 A2-5·A1-1·B1-7 ▲광명학온 S2·S3BL ▲부천대장 A-5·6BL ▲오산세교2 A12BL ▲인천검단 AA19BL 등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및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발주했거나 공공택지 성격을 띤 사업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
◇공공 아파트에 적용하는 아테라, 과연 고급 브랜드 맞을까
이 같은 공공 위주 수주 전략은 금호건설이 재무 상황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됐다.
2024년까지만 해도 금호건설은 연결 기준 매출 1조9142억원, 영업손실 1818억원을 기록하면서 대규모 적자를 냈다. 박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자마자 금호건설이 2012년 이후 12년만에 받아든 마이너스 성적표라 내부 충격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공공분야에서 수주 실적을 달성한 결과 올해 1분기에는 연결 기준 매출액 4534억원, 영업이익 12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1%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112.3% 증가하면서 실적 반등세를 냈다. 특히 고금리와 공사비 급등으로 민간주택시장 사업 리스크가 큰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은 공공 발주 사업에 집중하다보니 PF 부담을 줄이고 현금 흐름을 방어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런 수주 전략이 아테라 브랜드를 고급화겠다는 의지와 충돌하면서 모순이 발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호건설이 기존 2개이던 브랜드를 아테라로 단일화하고 소비자들에게 조경·예술·주거가치 등 메시지를 계속해서 전달하고 있지만, 실제 수주 현장은 공공택지·공공분양·임대·민간참여 공공주택이 대다수이다보니 브랜드가 ‘공공 전용’이란 착시를 줄 수 있다는 것.
이런 가운데 금호건설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2024년 20위에서 지난해 24위로 되레 낮아졌고, 시장점유율 역시 같은 기간 1.3%에서 0.9%로 내려앉기도 했다. 업계에선 금호건설이 공공과 결합한 주택 사업으로 재무 공백을 메우고 있긴 하지만, 아테라 브랜드를 통해 시장 내 지위를 뚜렷하게 개선했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