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6.21 14:11 | 수정 : 2026.06.21 14:21
실거주·투자주택 분리 과세 예고에 “문재인 정부로 회귀하나” 반발 확산
장특공제 개편·보유세 강화 가능성에 집주인들 “세금 폭탄 재현” 우려
[땅집고] “결국 올 것이 왔다.” “문재인 정부 때로 돌아가 보유세 폭탄을 다시 맞으라는 얘기냐.”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부동산 과세 체계 조정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자 부동산 시장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거센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정부가 오는 7월 실거주 주택과 투자 목적 주택을 구분한 세법 개정안을 예고한 가운데, 주택 보유자들 사이에서는 “세금 부담이 다시 급격히 커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김 실장은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부동산 과세를 정상화해야 한다”며 “보유세와 양도세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필요하고 옳은 방향”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호황으로 가계와 기업에 유입되는 자금이 하반기 이후 선호지역 부동산 매수 심리로 옮겨갈 가능성이 큰 만큼, 세제 대응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세금 내고도 남는 장사 막겠다”…정책실장 발언에 시장 ‘술렁’
김 실장은 올해 한국 경제의 명목 성장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할 가능성을 언급하며, 반도체 가격 상승에 따른 기업 실적 개선과 성과급 지급이 부동산 시장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진짜 고비는 연말과 내년 초”라며 “성과급이 실제로 지급되고 임금 인상이 현실화되고 수출 대금이 국내로 본격적으로 유입되기 시작하면 사람들의 행동도 달라진다”고 했다.
특히 김 실장은 “이번에는 빚을 내는 사람들이 아니라 현금을 가진 사람들이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며 “세금을 내고도 남는 장사라는 확신이 생기면 어지간한 규제로는 역부족일 수 있다”고 했다. 대출 규제나 금리 인상만으로는 자산가들의 부동산 매수를 막기 어렵기 때문에 보유세와 양도세를 손봐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부 안팎에서는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 개편과 보유세 강화 방안이 거론된다. 현행 제도는 1가구 1주택자가 12억원 초과 주택을 매도할 경우 보유·거주 기간에 따라 양도차익의 최대 80%를 공제해준다. 앞으로는 단순 보유 기간보다 실제 거주 기간을 중심으로 공제 혜택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보유세의 경우 세율 인상보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이나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을 통해 세 부담을 높이는 방식이 우선 검토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올라가면 과세표준이 커지고,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부담도 늘어난다.
◇온라인선 “문재인 정부로 회귀하나”…보유세 트라우마 재점화
김 실장의 발언을 두고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와 댓글창에서는 “보유세 폭탄이 다시 시작되는 것 아니냐” “집값 잡겠다며 세금부터 올리던 문재인 정부 때와 뭐가 다르냐”는 반응이 잇따랐다. 한 네티즌은 “대통령이 세금으로 국민을 괴롭히지 않겠다고 해놓고, 정책실장이 바로 보유세 정상화를 꺼내면 약속은 똥으로 여긴다는 뜻이냐”고 했다.
다른 댓글에서도 “실거주 1주택자까지 결국 세금 부담을 피하기 어렵게 될 것” “처음에는 투자 목적 주택이라고 하지만 나중에는 고가 1주택자, 중산층까지 다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문재인 정부 시절 공시가격 현실화와 종부세 강화로 서울 주요 지역 1주택자까지 세 부담이 급증했던 경험이 다시 소환되는 분위기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정부가 ‘실거주 보호’와 ‘투기 수요 억제’를 내세우더라도 실제 제도 설계 과정에서 경계가 모호해질 수 있다고 본다. 고가 1주택자, 일시적 2주택자, 은퇴 후 소득은 줄었지만 장기간 주택을 보유한 고령층 등이 모두 세 부담 증가의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효과는 불확실, 부작용은 뚜렷…“거래 잠김 더 심해질 수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세제 강화가 집값 안정으로 곧장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보유세 부담이 커지면 다주택자의 매물을 유도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지만, 양도세 부담이 동시에 커질 경우 오히려 매도를 미루는 ‘거래 잠김’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
특히 선호지역 아파트는 보유세를 감당할 수 있는 현금 부자들이 버티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세금 부담을 버티기 어려운 은퇴자나 중산층 1주택자가 먼저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세제가 투기 수요를 겨냥했지만, 실제 부담은 소득 흐름이 약한 실수요층에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보유세를 올리면 시장에 매물이 나올 것이라는 논리는 문재인 정부 때 이미 한계를 드러냈다”며 “서울 핵심지 집주인들은 세금을 내고 버텼고, 매물은 줄었으며, 실수요자들은 더 높은 가격을 감당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세제 강화가 가격 안정 효과를 내기보다 시장 불안을 키우고 매수 조급증을 자극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mjba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