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6.21 06:00
[대통령이 촉발한 전세 종말론] ⑩ 현실화된 전세대란
올해 6월 전세대란, 이미 2020년 수준
전세 공급 틀어쥐더니 '전세 소멸이 정상화' 궤변
입주물량 급감으로 하반기 추가 악화 우려
[땅집고] 올해 들어 서울, 특히 강북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 전세금이 급등하면서 2020년 수준의 전세대란이 현실화했다. 2026년 연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급감함에 따라 전세 수급 관리가 필요하다는 시장의 선제적인 경고에도 반대로 전세 공급을 틀어쥐는 정책으로 일관한 정부가 낳은 정책 참사이다. 급등한 전세금이 결국 매매 가격까지 밀어올리는 현상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KB부동산 시계열지수에 따르면 서울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82.5를 기록했다. 특히 서울 강북 14개구의 전세수급지수는 189.3까지 올라 2020년 12월 이후(189.8) 5년6개월만에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전세수급지수는 전세 수요와 공급의 균형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과거 경험상 189란 수치는 이미 전세 대란이라 부르기에 부족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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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서울의 전세 매물 부족 현상은 이미 역대 최악의 전세대란 중 하나로 불리던 2020년 하반기 수준에 근접했다. 이 때는 문재인 정권 당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계약갱신청구권(2+2년)이 도입되며 전세금이 비정상적으로 급등했다. 인위적 규제로 가격을 끌어 내리려는 시도는 오히려 역효과만 발생한다는 시장의 상식이 현실에서 입증됐던 시기다.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작년 6월 146.03에서 7월 144.95로 일시 감소한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며 올해 초 160선, 이어 170과 180선까지 연이어 돌파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전세 매물 부족 현상에 대해 “(부동산 시장 왜곡의) 정상화 과정"이라고 말한 것이 무주택자들의 불안한 마음에 불을 지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서울에서는 전셋집을 구할 때 세입자들이 주택 내부를 보지도 않고 계약을 결정하는 이른바 ‘노룩(No-Look) 전세’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집 내부를 보려고 시간을 맞춰보는 짧은 기간 동안에도 매물이 소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2년차 전세대란, 문재인 4년차보다 심각
이재명 정부 2년차인 2026년 현재의 전세 대란은 문재인 정부 4년차의 전세대란 당시보다 더 심각하다. 2020년 당시 서울의 경우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활발하게 이뤄져 4만9000가구나 되는 입주 물량이 쏟아졌음에도 전세금이 폭등했다. 반면 2026년 서울의 아파트 입주 물량은 1만8880가구(추정치)로, 전년 대비 41.7%가 감소폭이 전국에서 가장 크다. 대규모 재건축 재개발 이주까지 겹쳐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18일 ‘2026 하반기 건설·부동산 경기전망 세미나’에서 올해 하반기 주택 전세금이 3.6% 더 올라 연간 5.0%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도권이나 서울 시장을 지방과 구분하지 않았지만 수도권 전세 시장의 상승률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건산연 “전세금 상승은 매매가격 하방 지지 요인”
김성환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023년부터 시작된 착공 감소 효과와 2026년 이후 입주 물량 감소, 1주택 실거주자 중심의 재편 등이 전세가의 급격한 상승에 기여할 것”이라며 “전세가격이 오르면서 수요자들의 보증금 부담이 커질 경우 일부 수요가 월세시장으로 이동하면서 월세가격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 같은 임대료 상승은 매매가격의 하방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전세금이 집값을 밀어올리는 조짐도 이미 나타나고 있다. KB부동산 자료에 따르면 경기 광명시(12.8%), 용인 수지구(11.9%)와 서울 동대문구(11.1%), 성북구(10.3%) 등에서 아파트값이 전년말 대비 10%를 넘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잘러 정부’(일 잘하는 정부)라던 이재명 정부가 1년만에 주택부문에서 전세-매매가 폭등에 직면한 것은 규제와 세제로 집값을 잡을 수 있다는 사이비 지식인들의 훈수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결과이다. 서울의 주택 부족은 대도시 인구 집중에 따른 어쩔 수 없는 결과라 하더라도 이번 전세 대란을 촉발한 책임은 시장 전세 매물을 틀어 쥔 정부에게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해 2년 실거주 의무를 부여했다. 5월 9일 양도소득세 중과 재개를 앞두고 다주택자가 세주던 집을 매매로 돌려 내놓기도 했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 때 도입된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로 갱신 계약이 늘어난 점도 전세 유통 매물이 줄어드는 데 영향을 준 요인으로 꼽힌다. /sh029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