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6.15 16:24 | 수정 : 2026.06.15 18:08
[땅집고] 6·3 지방선거 결과 사상 최초로 ‘5선 서울시장’ 자리를 지켜낸 오세훈 시장 재개발·재건축 사업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정부 건의를 시작한다. 도심에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총 10개 법령 개정안을 마련해 15일 제안에 나선 것.
서울시는 이번 건의에 대해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한 공급 확대와 정비사업 속도 제고’를 강조함에 따라, 서울시가 현장에서 직접 확인한 걸림돌 및 개선안을 정부에 구체적으로 건의하기 위해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의안에는 그동안 서울시장-국토교통부 장관 면담을 통해 수차례 건의했던 규제 완화에 더해, 서울시가 현장 의견 청취한 결과 추가적으로 발굴한 제도개선안까지 포함됐다. ▲규제완화 ▲사업성 개선 ▲기간단축 ▲주민 권익 보호 등, 총 4개 분야 10개 과제다.
◇이주비 대출 LTV 70%로 늘리고 조합원 지위 양도도 완화해야
서울시는 먼저 정비사업 착공일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이주 단계 주민 부담을 덜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려면 현재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똑같이 LTV 40%를 적용받는 이주비 대출을 70%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주비는 집을 새로 사려는 돈이 아니라, 공사 기간 동안 원활한 이주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업 자금인 만큼 규제를 따로 떼어내 사업 동력을 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서울시가 자체 조사한 결과 이주비 규제가 닥친 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재개발·재건축 및 모아주택 현장이 적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시공자 지급보증을 통해 추가대출이 성사되더라도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하고, 시공자 재무여건에 따라 이마저도 어려운 현장이 수두룩하다.
이어 조합원 재산권 행사 제약과 거래 단절을 야기하는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 완화도 건의안에 포함됐다. 3년 한시적으로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을 완화하고, 소규모 정비사업의 제한 시점을 사업시행계획인가 이후로 조정한다면 사업에 필요한 주민동의율 신속 확보 등 원활한 사업 추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서울시 주장이다.
◇민간 정비사업도 공공처럼 용적률 완화하자…임대주택 중복 산정도 개선해야
서울시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성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민간 정비사업 임대주택 제공비율 완화 및 법적상한 용적률 1.2배 완화 ▲소규모주택정비사업 임대주택 중복산정 완화 ▲택지개발지구 등 공원‧녹지확보 기준 면제‧완화근거 신설을 건의했다.
그동안 법적 용적률 완화 혜택은 공공 정비사업에만 적용했다. 이를 민간 정비사업까지 확대해, 법적상한 용적률의 120%까지 적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건의안의 골자다. 더불어 재개발 용적률 완화를 위해 지어야 하는 임대주택 비율도 재건축 수준(완화 용적률의 30%)으로 낮춰 형평성을 맞추자는 제안이다.
또 이미 녹지 공간이 충분한 택지개발지구 내 아파트 단지에 대해서는 재건축을 할 때 공원·녹지 의무확보 기준을 면제하거나 완화할 수 있도록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기준 개선 제안도 담겼다.
소규모주택정비사업을 추진할 때는 법적 상한 용적률까지 건설하려면 전체 세대수의 20%를 임대주택으로 확보가 필요하다. 앞으로는 용도지역 상향에 따라 공공기여된 임대주택이 중복으로 산정되지 않도록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 개정을 요청했다. 그러면 상대적으로 사업여건이 어려운 소규모주택정비사업도 사업성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취지에서다.
◇재개발 조합설립 동의율 70%로 낮춰야…경쟁입찰 1번 유찰 이후 수의계약 촉구
서울시는 정비사업 과정에서 복잡한 행정 절차를 합리적으로 줄여 사업 기간을 앞당기는 방안도 마련했다. ▲재개발 조합설립 동의율 완화 ▲조합설립인가 신청 전 토지등소유자 통지기간 단축 ▲정비계획 경미한 변경 시 통합심의 선행 ▲조합 시공자 등 선정 절차 개선 등이 이 부문에 포함됐다.
정부는 지난 해 9.7 대책을 발표한 뒤 후속입법을 통해 재건축 조합설립인가 동의율을 기존 75%에서 70%로 낮췄다. 서울시는 현재 재건축에만 적용되는 동의율 하향 기준(75%→70%)을 재개발에도 똑같이 도입해, 조합 설립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고 사업 추진력을 높이자고 건의했다. 더불어 조합설립인가 신청 전 주민들에게 내용을 알리는 사전 통지 기간은 기존 인가신청일 60일 전에서 30일 전으로 반토막내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동안 조합이 시공자 등 주요업체를 선정할 때는 경쟁입찰이 2번 유찰되어야만 수의계약에 돌입할 수 있었다. 이에 경쟁이 한 번만 유찰되더라도 할 수 있도록 계약 기준을 개선하자는 제안도 담겼다. 최근 공사비 상승 등 정비사업 여건이 악화돼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경쟁입찰이 이뤄지기 싶지 않은 사업이 다수 있는 현실 여건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조합원 사생활 보호, 공공시설 인허가 조건 유지도 필요해
서울시는 정비사업 과정에서 주민 권익을 보호하면서, 준공 이후 일어나는 갈등을 예방하기 위한 장치도 정부에 요구했다.
먼저 조합이 법에 따라 조합원 명부를 공개하더라도 조합원 개인 전화번호는 본인이 미리 동의한 경우에만 공개하도록 개선해 사생활 침해 피해를 막자고 제안했다.
공동주택관리법 개정도 함께 추진한다. 사업 과정에서 시와 약속했던 공공보행통로나 주민공동시설 개방 등 인허가 조건들이 아파트가 다 지어진 뒤에도 깨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관리·유지되도록 하기 위함이다.
서울시 이번 건의사항들이 정부 정책에 반영된다면 규제가 정상화되면서 사업 기간 단축과 사업성 개선을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면 도심 내 주택 공급이 대폭 확대되면서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도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최진석 서울시 주택실장은 “재개발·재건축은 도심 내 주택공급을 확대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며 “현장에서 사업 추진을 어렵게 하는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고 절차를 합리화해 보다 신속한 주택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고 했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