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6.14 16:22
[땅집고] “명품 아파트에 명품 주민들, 정말 대단합니다! 아파트 관리인을 위한 모금 운동 10일 만에 1600만원이나 모였다니…”
최근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훈훈한 미담이 알려지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7년 동안 아파트 내부 시설을 관리해온 한 직원이 중병에 걸렸다는 소식에 입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모금 운동을 진행해 무려 1600만원을 모은 것. 전국 곳곳 아파트 단지마다 관리사무소 직원들에게 ‘갑질’을 하는 입주민들 사연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는 가운데, 이 단지에선 ‘진정한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실현됐다는 칭찬이 쏟아지고 있다.
화제의 아파트는 바로 서울 용산구 이촌동 ‘래미안 첼리투스’. 1974년 준공한 옛 렉스아파트를 1대 1 재건축 방식을 통해 최고 56층, 3개동, 총 460가구 규모로 지은 단지다. 2015년 입주해 올해로 12년째며 시공은 삼성물산이 맡았다. 남쪽으로 한강을 끼고 있어 이른바 ‘한강뷰’가 가능한 고가 아파트로 유명하다. 전용 124㎡(50평) 단일면적으로만 구성하는데 올해 5월 47층 주택이 55억원에 팔리면서 집값이 비싼 용산구 일대에서도 대장주 단지 자리를 굳혔다.
올해 4월 ‘래미안 첼리투스’ 입주자대표회의는 ‘우리 아파트 가족, 시설기사 A님을 위한 성금 모금’이라는 제목이 달린 공지문을 게시했다. 단지에 2019년 3월 입사해 7년째 근무 중인 A씨가 골수증식 종양 문제로 퇴사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알리며, 치료비를 모금하자고 선뜻 나선 것.
입주자대표회의는 공지문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늘 성실하게 맡은 바 책임을 다하며, 관리와 안전을 위해 힘써 주었던 A님이 현재 중한 질병으로 인해 막대한 치료비와 간병비 부담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면서 “그동안 노고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다시 건강하게 일어설 수 있도록 입주민 여러분의 따뜻한 정성을 모으고자 한다”고 전했다.
필요한 치료 비용은 골수이식에 드는 3000만원과 기타 간병비. 입주자대표회의는 올해 4월 20일부터 30일 총 11일 동안 각 동 안내데스크 모금함을 통해 성원을 전달받았다. 모인 성금은 모두 투명하게 집계해 A기사에게 직접 전달하고, 그 결과를 공고하겠다고 밝혔다.
총 11일간 진행한 모금 운동 경과 총 460가구 전체와 입주자대표회의, 노인회를 비롯해 내부 관리·시설팀, 미화팀, 보안팀 등 동료들이 동참해 1600만원이 모였다고 전해진다. 목표 모금액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짧은 기간 동안 이 정도 금액이 모인 것 자체가 대단하다는 평가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성금을 A기사에게 전달해, 6월 진행하는 수술에 쓸 수 있도록 지원했다고 알려진다.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래미안 첼리투스’ 입주민들이 진정한 명품아파트 거주자답다며 칭송하는 분위기다. 최근 아파트 단지 곳곳마다 관리사무소 직원들에게 이른바 갑질을 하는 입주민 사연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번 미담이 더 돋보이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 강북구 우이동 한 아파트에선 50대 남성 경비원 B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B씨가 남긴 자필 유서에는 한 입주민의 갑질이 자살 원인이 됐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단지 내 주차된 입주민 차량을 손으로 밀어 이동시켰는데, 차량 주인인 입주민이 B씨 얼굴을 때려 2주간 치료가 필요한 상처를 입었다는 것. 이에 B씨가 그를 경찰에 신고하자, 입주민은 B씨를 경비실 화장실로 끌고 가 약 12분 동안 폭행해 코뼈가 부러지는 등 추가 피해가 벌어졌다. 이후에도 입주민은 B씨에게 “사표를 쓰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괴롭힌다”는 취지로 협박까지 했다.
이처럼 ‘경비원은 함부로 대해도 되는 사람’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타파하기 위해 고용노동부는 2020년 공동주택 관리 현장에 대한 괴롭힘 실태 점검에 착수했다. 경비직 노동자들이 낮은 임금과 휴게시설 미비, 열악한 노동환경을 겪고 있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일부 지자체 역시 경비 노동자 인권 보호 조례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래미안 첼리투스’에서 벌어진 미담을 접한 네티즌들은 “아파트 가격만 비싼 것이 아니라, 입주민 마음들도 정말 부자다”, “요즘같은 세상에 정말 감동 사연이다, 진정한 노블리스 오블리주”라는 등 댓글을 남기고 있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