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6.11 15:34
지난달 31일 압구정점 영업 종료
대치동 신규 출점 예정
초기 화제성 약해지고 임대료·인건비 부담에 수익성 점검 본격화
대치동 신규 출점 예정
초기 화제성 약해지고 임대료·인건비 부담에 수익성 점검 본격화
[땅집고]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미국에서 국내로 들여온 햄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 서울 압구정점이 문을 닫았다. 파이브가이즈 측은 압구정점을 대치점으로 옮기는 ‘매장 이전’이라고 설명하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국내 첫 폐점 사례로 보는 분위기가 짙다. 국내 대표 상권으로 꼽히는 압구정로데오 상권에서 철수한 데다, 이전지인 대치동은 고객층과 소비 동선이 전혀 다른 상권이기 때문이다.
11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파이브가이즈 압구정점은 지난달 31일 영업을 끝으로 문을 닫았다. 운영사인 에프지코리아는 압구정점을 폐점하는 대신 대치동에 신규 매장을 여는 방식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단순 폐점이 아니라 강남권 내 전략적 이전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다르다. 압구정로데오는 패션·관광·외식 수요가 몰리는 서울 대표 유동 상권이다. 반면 대치동은 학원가와 아파트 단지를 기반으로 한 생활밀착형 상권이다. 같은 강남권이라고 해도 소비층과 방문 목적이 다르다. 외식업계에서는 “압구정 매장을 접고 대치동에 새로 내는 것을 같은 매장의 이전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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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서던 맛집이었지만…압구정점 결국 폐점
이번 압구정점 폐점은 파이브가이즈의 국내 사업이 확장 구도에서 수익성 점검 단계로 넘어갔다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파이브가이즈는 김 부사장이 직접 국내 유치를 주도한 브랜드다. 김 부사장은 한화갤러리아의 신사업으로 프리미엄 외식 사업을 키우겠다는 구상을 내세웠고, 파이브가이즈는 그 대표 사례로 꼽혔다.
국내 도입 이후 초기 반응은 뜨거웠다. 2024년 국내 1호점 개점 당시에는 긴 대기 줄이 생기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후 강남, 여의도, 고속터미널, 서울역, 판교, 광교 등 핵심 상권을 중심으로 매장을 빠르게 늘렸다. 그러나 매장이 늘면서 초기의 희소성은 약해졌고, 각 점포가 실제로 얼마를 벌어들이는지가 더 중요해졌다. 특히 압구정점처럼 임대료가 높은 상권에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매출과 회전율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수익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실적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에프지코리아의 매출은 2024년 465억원에서 지난해 538억원으로 늘었다. 외형만 보면 성장세가 이어진 셈이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33억원에서 10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당기순이익도 21억원에서 2억원으로 줄어 90% 넘게 감소했다.
◇매각 절차 앞두고 사업 정비과정 시각도
업계에서는 이번 압구정점 폐점을 사업 매각을 앞둔 사업 정비 과정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수익성이 낮거나 고정비 부담이 큰 매장을 정리하고, 안정적인 배후 수요가 있는 상권으로 점포망을 다시 짜는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대치동은 압구정보다 상징성은 떨어지지만 학원가와 주거 수요가 두텁다. 유행 소비보다 반복 방문 수요를 노릴 수 있는 상권이다.
파이브가이즈는 지난해 12월부터 H&Q에쿼티파트너스와 지분 매각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파이브가이즈의 몸값을 약 700억원대로 봤지만, 매출 성장세와 수익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평가 눈높이가 낮아졌다는 말도 나온다. 상각전 영업이익 등을 감안하면 기업가치가 400억원대 중반 수준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초기에는 브랜드 인지도와 화제성이 중요하지만, 매장이 늘어난 뒤에는 결국 점포별 손익이 핵심”이라며 “압구정 같은 고비용 상권에서는 객단가가 높아도 회전율이 받쳐주지 않으면 버티기 어렵다”고 했다. /mjba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