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6.11 06:00
한남동 빌라 부당대출 의혹, ‘감정평가액’ 의견 엇갈려
대출 내준 수협 측 “절차와 감정평가 모두 정상” 해명
일각에서는 “일반인들은 상상 못하는 편법 대출” 지적
대출 내준 수협 측 “절차와 감정평가 모두 정상” 해명
일각에서는 “일반인들은 상상 못하는 편법 대출” 지적
[땅집고]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초고급 빌라에 입주한 유명 연예인들이 지방 수산업협동조합(이하 수협)으로부터 100억원대 전세권 담보 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현재 정부 규제에 따라 고가 주택에 대한 엄격히 대출이 금지돼 있는데 이를 비웃듯 초고액 대출이 실행되는 과정에서 감정평가 가액이 과대평가 됐다거나, 연예인들의 명의가 집값 부풀리기에 이용됐다는 의혹이 나온다. 지방 조합을 내세워 사실상의 편법 대출에 일조한 수협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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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용산구 한남동의 라누보 한남은 부동산 디벨로퍼 겸 연예기획사 대표인 차가원 피아크그룹·원헌드레드레이블 회장이 개발해 2022년 준공한 초고급 빌라다. 남편과 공동명의로 소유한 차 회장은 소속 연예인인들에게 전세 입주를 권유하며 거액의 전세대출을 주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지방에 본사를 둔 다수의 수협 조합들이 이들에게 과도하게 많은 금액을 대출해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2층(전용 255.5㎡)에는 가수 겸 배우 이승기가 보증금 105억원, 4층(전용 255.6㎡)에는 아이돌그룹 ‘EXO’ 출신 가수 백현이 160억원 규모로 전세권을 설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리고 이 전세권을 담보로 각각 약 73억원, 105억원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추산된다.
◇ 겉으로는 정상 대출이지만…“일반인들은 꿈도 못 꾸는 대출 구조”
‘라누보 한남’에 전세 입주한 연예인들이 100억원대의 거액 대출을 받은 구조는 일반적인 전세 대출이 아니라 연예인의 신용을 이용한 대출에 가까웠다. 한국주택금융공사(HF),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서울보증보험(SGI) 등 기관의 보증을 기반으로 하는 일반적인 전세대출은 한도가 수억원 이내로 제한된 반면, 이 과정에서는 보증기관 보증이 없으므로 금액 제한도 없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만약 유명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이 이런 방식으로 전세대출을 받고자 은행을 찾아간다면 거부될 것”이라며 “전세권을 등기해 이를 담보로 수십억원, 100억원대 대출을 받는 것 실무적으로 매우 드물다”고 했다.
이승기는 여러 방송에서 다수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고 밝힌 다주택자다. 강남구 삼성동 주상복합 아파트, 성북구 성북동 주택 등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라누보 한남 전세계약을 맺은 2024년 7월 기준으로 주택을 2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나 2020년 7월 10일 이후 취득한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3억 초과 주택을 보유할 경우 원칙적으로 전세자금대출이 불가능하다.
대출 실행 과정에서 직접적 담보였던 전세권을 담보한 고급 빌라에 대한 감정 평가가 정당했는지를 두고도 논란이 있다. 2022년 준공 후 2024년 이승기의 전세 계약 이전까지 매매, 전월세 실거래는 전무했다. 시세 자료가 많은 아파트와 달리 고급 빌라는 명확한 시세를 파악하기 힘들어 금융기관 대출 심사 시 별도 감정평가를 진행한다.
감정평가액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지난 1월 ‘더팩트’가 의뢰한 감정평가 결과 이승기가 입주한 2층은 95억원, 백현이 입주한 4층은 145억원으로 책정됐다. 전세보증금 가격이 집값보다 높은 이른바 ‘깡통전세’인 집에 70억~100억원가량 대출을 내줬다는 의미다. MBC ‘PD수첩’에 출연한 조정흔 감정평가사는 “전세사기에 쓰이는 수법”이라며 유명 연예인을 세입자로 들여 감정평가액을 부풀린 사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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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인 측은 정반대 입장이다. 차 회장 법률대리인인 현동엽 법무법인 화금 변호사는 “연예인이 입주해서 거액의 대출이 나온 것은 고소득이기 때문인 것이지 감정평가액이 올라간다는 것은 부동산을 전혀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했다. 현 변호사의 유튜브 채널에는 이승기로 추정되는 인물의 카톡이 공개됐는데, 해당 인물이 라누보 한남의 감정평가액이 “160억원”으로 언급했다.
◇ 실거래 사례 없는 고급 빌라, 감정가가 대출 한도 결정
무엇보다도 이런 대출이 결국 차 회장이 분양한 라누보 한남의 집값을 부풀리거나 방어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문제다. 차 회장은 일반적인 주택담보대출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연예인들을 내세워 이 같은 대출을 받도록 했는데, 수협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만약 이 대출의 담보였던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게 되면 수협에서 실행된 대출을 갚아야 하는 의무는 차 회장이 아니라 전세 대출의 명의자인 연예인들이 진다.
이 대출에 대해 각 조합 대출을 점검한 수협중앙회 측은 절차상 하자는 없다고 해명했다. 중앙회 관계자는 땅집고 통화에서 “감정평가액도 기준보다 과하게 부풀려지거나 불합리하게 책정됐다고 볼 수 없다”고 “지방 조합이라 대출 한도 등에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 있겠지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정상적인 절차와 기준을 따랐다”는 입장이다.
신협중앙회는 각종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추후 부당대출 정황이 발견되면 정식 감사 절차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중앙회 관계자는 “해당 대출이 이슈가 돼 점검을 진행했을 뿐 정식 감사를 한 것은 아니다”며 “대출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 등이 발견된다면 감사에 착수해 해당 조합에 징계 등 조치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raul164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