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6.04 10:26 | 수정 : 2026.06.04 11:19
[오세훈 서울시장 5기 개막 ①] 0 ‘리틀 이재명’ 꺾은 오세훈…서울 2030청년들, ‘야당 심판’ 대신 ‘실용주의 공급론ㆍ공정’ 택했다
[땅집고] 6·3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였던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꺾고 승리했다.민주당이 광역단체장 12곳에서 승리하며 국민의힘(4곳)을 압도한 가운데 오 후보가 승리한 배경에는 정권 견제론과 함께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에 대한 서울 유권자들의 반발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0대 여성도 돌아섰다… ‘콘크리트 청년 표심’ 허물어트린 이재명표 부동산 정책
선거 운동 초반에는 민주당 정원오 후보가 이재명 대통령의 막강한 정권 동력과 ‘명픽(이재명 대표가 픽한 인물)’이라는 상징성을 등에 업고 거세게 몰아붙였다.오 후보는 이에 대해 오히려 정 후보를 "이 대통령의 코드 맞추기에 열중할 수밖에 없는 허수아비"라고 몰아붙이며 정면 승부수를 던졌다. 특히 자신이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쓴소리'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임을 강조했다.
오 후보는 줄곧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정 후보의 공약을 동시에 비판해왔다. 그는 “이재명 정부가 서울시내 공시지가를 올려 부동산 보유세가 오를 수밖에 없었다”며 “집을 팔려고 해도 양도소득세를 많이 물리겠다고 하고,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어 신혼부부와 청년은 집을 사기 불가능해졌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특히 비거주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를 개편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힌 바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독주가 이어질 경우 본격적으로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비롯해 종합부동산세 등 본격적인 보유세 강화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오 후보 지지 유권자의 결집을 이끌어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 후보는 2031년까지 주택 31만호 공급, '신통기획' 시즌2 등 대규모 공급 대책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현 정부의 세금 강화 기조를 전면 비판해왔다. 그는 “’명픽’(이재명 픽)으로 선택된 정 후보가 대통령에게 시장 상황을 전하고 장특공(장기보유특별공제) 폐지 재고 약속을 받아내 문제 해결을 위해 앞장서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달 31일에는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의 여건 정상화 ▲전월세난 해결을 위한 민간 임대주택 공급 활성화 ▲부동산 세금폭탄 예방 장치 마련 등 이른바 '3대 긴급 부동산정책 개선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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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은 투기” 이분법에 지친 2030…이념 대신 '주거 사다리' 택했다
청년층의 표심은 오 후보로 돌아선 것 역시 오 후보가 주장한 부동산 공급론의 역할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이번 선거에서는 콘크리트 층으로 불리는 20대 남성 외에 30대 여성의 표심도 오 당선인으로 기울었다는 관측이다. 2022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30대 여성 과반이 당시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던 것과는 반대 흐름이다. 대다수 연령대의 여성이 여당을 전폭 지지한 상황 속에서도, 부동산 자산 가치와 주거 안정에 가장 민감한 서울의 30대 여성층이 야당인 오 후보의 손을 들어준 점은 이번 선거의 결정적 승부처로 꼽힌다.
결과적으로 20대 남성, 30대 남녀 모두가 오 후보 편으로 돌아서면서 청년층이 이번 투표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 내내 대학가를 찾아 소통하는 등 청년층 공략에 공을 들여왔다. 그는 “꿈을 잃어가는 청년들이 미래를 밝게 그릴 수 있는 공정한 기회의 서울, 포용 성장의 서울”이라며 “앞으로의 4년 내에 그 기틀을 확실하게 잡아 서울을 청년들이 다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갈 수 있는 기회의 땅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고금리와 공사비 인상으로 ‘내 집 마련’의 문턱이 급격히 높아진 청년 세대가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은 곧 투기”라고 하는 등 세제·규제 강화 기조에 거부감을 느꼈다고 분석한다. 여야 후보가 모두 공급 확대에 대한 공약을 내걸었으나, 여당의 부동산 정책을 신뢰할 수 없다고 느낀 상황에서 오 당선인의 날카로운 비판이 미래 자산 형성에 민감한 청년층의 정서를 그대로 파고들었다.
일각에서는 많은 청년들은 이번 선거에서 ‘공정성’에 가장 가치를 뒀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재명 정부와 여당이 공정을 외치면서도 내건 부동산 규제로 인해 오히려 청년들의 주거 사다리가 끊겨버린 모순적 상황에 강한 피로감과 염증을 느꼈다는 평가가 나온다. / pkra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