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6.03 06:00
길거리에 소머리, 핏물 넘치던 독산동 우시장
위생적 육가공 위한 ‘그린푸줏간’ 6월 개관
주차장, 카페 등 주민 커뮤니티 시설도
상인 이용 독려, 작업 동선 확보가 관건될 듯
위생적 육가공 위한 ‘그린푸줏간’ 6월 개관
주차장, 카페 등 주민 커뮤니티 시설도
상인 이용 독려, 작업 동선 확보가 관건될 듯
[땅집고] “독산동 우시장을 지나갈 때마다 잘린 소머리가 보이고 악취, 피냄새까지 진동했는데… 깨끗하게 작업할 수 있는 건물이 생기다니 천만 다행이네요.”
서울 지하철 1호선 독산역 1번 출구로 나와 걸어서 10분이면 도착하는 독산동 우시장. 총 23만2000㎡ 규모로, 1960년대 들어 도축장을 끼고 생겨난 뒤 올해로 60여년째 자리를 지키면서 서울 서남권 축산물 유통을 책임져왔다. 지금도 서울지역에선 성동구 마장동과 함께 우시장 양대산맥으로 꼽힌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도축장이 이전하고, 인근에 아파트·오피스텔 단지가 줄줄이 들어서면서 독산동 우시장에 대한 민원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상인들이 축산물을 가공하는 과정에서 잘린 소 머리를 대로변에 방치하고, 핏물 등 오폐수를 하수구에 버리면서 동네에 악취가 진동하기 시작한 것. 실제로 금천구 조사에 따르면 우시장을 중심으로 반경 약 300m가 악취 영향권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독산동 우시장에서 발생하는 악취를 겪은 대표적인 아파트가 불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e편한세상 독산 더타워’(2019년·432가구)다. 올해 4월 국민평형인 전용 84㎡(34평) 32층 주택이 9억3000만원에 팔리면서 10억원 돌파를 코 앞에 두고 있지만 우시장에 대한 입주민 불만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밖에 ‘독산현대’(1999년·214가구), ‘독산진도3차’(1999년·245가구), ‘계룡’(1998년·154가구) 등도 악취 영향권에 있다.
금천구청은 이달 1일 독산동 우시장의 악취·위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그린푸줏간’ 시범 운영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그린푸줏간이란 상인들이 대로변 대신 오폐수처리시설을 탑재한 신축 건물에서 깨끗하게 육가공 작업할 수 있도록 돕는 신개념 건물이다. 2019년 국토교통부 도시재생 뉴딜 사업으로 지정돼 총 사업비로 490억원을 지원받아 건설을 시작했다.
그린푸줏간은 독산동 범안로19길 11에 지하 2층~지상 6층, 연면적 7818㎡ 규모다. 금천구청이 2019년 독산동 우시장과 맞붙은 부지를 확보한 뒤 2022년 설계용역을 마치고, 2023년 공사를 시작해 이달 1일 문을 열게 된 것이다. 층별로 보면 ▲지하 2층 오폐수 처리시설 ▲지하 1층 공동 축산물 작업장 ▲지상 1층 카페 및 콘텐츠 개발 운영실 ▲지상 2~5층 주차장 80면 ▲지상 6층 고객 쉼터, 교육실, 축산실습실, 상인회 사무실 등 공간을 마련했다.
금천구가 그린푸줏간에 육가공 시설 뿐 아니라 주차장과 각종 커뮤니티 시설을 배치해, 우시장 상인 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도 함께 건물을 쓸 수 있도록 한 점이 눈에 띈다는 평가다. 주차장의 경우 24시간 365일 운영하며 이용료는 5분당 150원으로 책정했다. 1시간에 1800원 꼴인데 서울에서 주차할 공간을 찾는 것 자체가 어려운 데다 비용도 시간당 1만원을 훌쩍 넘는 곳이 많은 점을 고려하면 이용 빈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 건물 내 교육실은 강의, 세미나, 동아리 활동 등 다양한 주민 프로그램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용료는 2시간 기준 2만원이다.
금천구 측은 그린푸줏간이 축산물 위생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 최초의 공공건축물 사례라고 자랑하고 있다. 다만 지역 사회에서는 독산동 우시장 상인들이 그린푸줏간 내 공동 축산물 작업장을 제대로 활용할지가 사업 성패를 가르는 관건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상인들 간 작업 스케줄을 조정하고, 축산 작업물 이동 동선을 확인하는 것을 비롯해 건물 내 오폐수 처리시설이 제대로 가동해 실제 악취·위생 문제를 해결하는 효과를 내는지 여부가 핵심 과제기 때문이다.
금천구청 관계자는 “지난 8년간의 노력 끝에 우시장 일대의 위생 문제와 주차난을 해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면서 “그린푸줏간을 상인과 주민이 함께 이용하는 지역 상생 거점 공간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