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6.03 06:00
[경매핫!딜] ‘매출 500억’ 찍던 환경건설업체…대치동 본사 경매로
[땅집고] 환경건설업체 한기실업의 서울 강남구 대치동 본사가 경매에서 68억원대에 낙찰됐다. 한 때 매출액 500억원대를 유지하며 업계에서 탄탄한 입지를 지켜왔지만, 관련 업체에 대금을 납부하지 못하면서 건물이 강제 경매 절차를 밟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땅집고옥션(▶바로가기)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일대 지상 5층, 연면적 795.5㎡(240평) 규모 ‘한기빌딩’이 지난 5월 12일 68억5300만원에 낙찰됐다. 올해 2월 감정가인 97억8880만원에 첫 경매를 진행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두 차례 연속으로 유찰됐는데, 3회차에서 최저입찰가가 62억6400만원 수준으로 낮아지자 낙찰가율 70%에 새 주인을 찾게 된 것이다. 사건번호 2025타경103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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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건물은 건설현장에 설치하는 각종 환경 설비·제품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한기실업의 본사다. 1992년 보증금 9억원으로 설립한 이후 미생물 탈취기(BIO-CAT)를 자체 개발해, 악취·휘발성 유기화합물 처리 분야에서 특허는 물론 정부 부처로부터 각종 인증을 받아 국내 환경 산업 분야에선 최상위 기업으로 꼽힌다. 건설, 전기, 소각, 탈취 관련 제품을 생산해 매출액 100억~500억원 수준을 유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한기실업은 GS건설과 사업 인연을 맺으며 몸집을 본격 불리기 시작했다. 2008년을 기점으로 GS건설이 전국 곳곳에 개발하는 현장마다 한기실업과 하도급 계약을 맺으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성장세를 탄 것. 당시 매출의 90% 이상이 GS건설로부터 나왔을 만큼 의존도가 높았다.
하지만 2015년 한기실업이 GS건설의 전·현직 경영진을 사기·배임으로 고발하면서 두 기업 간 갈등이 시작됐다.
한기실업은 GS건설이 수천억원 상당 공사를 수주할 때마다 한기실업이 도움을 주는 경우 해당 현장에 대한 수백억원 하도급 공사를 주겠다고 약속하는 협약서를 썼는데, 실제로는 더 낮은 금액의 공사 계약을 체결하도록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GS건설은 한기실업 측 주장이 사실과 크게 다르며 일방적이라고 맞섰다.
결국 형사 고발 건은 무혐의로 종결됐으며, 관련 민사소송은 현재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당시 한기실업 측 주장이 다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지만, 2020년 공정거래위원회가 GS건설에 대해 시정 명령과 함께 과징금 13억8000만원을 부과하면서 굵직한 갈등은 일단락됐다.
핵심 사업 파트너였던 GS건설과 관계가 틀어진 후 한기실업 실적은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매출이 66억4617만원이었던 반면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21억6930만원으로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후 영업이익 역시 ▲2023년 -17억8398만원 ▲2024년 -16억3360만원 ▲2025년 -2242만원 등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결국 한기실업이 사업 관련 업체에 대금을 정산하지 못하면서 강남구 대치동 사옥을 경매로 내놓게 된 것으로 보인다. 2023년 환경컨설팅·엔지니어링기업인 A업체가 약 29억원, 건설사인 B업체가 12억원 상당 가압류를 설정했고 지난해 7월에는 A업체가 가압류 만큼의 채권금액을 청구하는 강제경매 절차를 신청했다.
김기현 땅집고옥션 연구소장은 “이번 경매로 한기실업 본사가 68억원대에 낙찰되면서, 한기실업이 채권 일부를 갚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