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6.04 06:00
<주택 공급망 붕괴> ②탁상공론이 된 비아파트 공급 대책
정부, 도생 11만가구 등 비 아파트로 단기간 주택 공급 추진
비 아파트 주 수요층인 다주택자 전방위적 세금 규제는 여전
주산연 “일정 규모 이하 장기 임대시 중과 배제 등 대안 필요”
정부, 도생 11만가구 등 비 아파트로 단기간 주택 공급 추진
비 아파트 주 수요층인 다주택자 전방위적 세금 규제는 여전
주산연 “일정 규모 이하 장기 임대시 중과 배제 등 대안 필요”
[땅집고] 정부가 주택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도시형생활주택·주거형 오피스텔·다세대 주택 등 비(非) 아파트 공급 확대를 추진한다. 하지만 비 아파트 주택의 주된 수요자인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폭탄 규제 탓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 도시형생활주택 11만호, 매입임대 9만 가구 짓는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6일 비 아파트 신규 공급모델 도입과 금융지원 확대 등을 통해 2027년까지 4만1000호, 2030년까지 11만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비 아파트는 도심 자투리 부지를 활용해 신속한 건축이 가능하고, 청년 1∼2인가구 등 실수요자들이 주로 거주한다. 서울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오른 상태에서는 비아파트 주택 공급을 늘려 단기간에 주거 안정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계산이다.
☞KB·종근당·KPMG가 숨겨둔 노하우, 시니어 부동산 선점 전략은?
국토부는 이를 위해 도시형 생활주택의 범위를 늘리고 인센티브를 확대한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현재 도시지역 내 300세대 미만·전용 85㎡ 이하 주택으로 한정하고 있으나 이 기준을 준주거·상업·공업지역 500세대, 역세권 700세대 미만으로 확대하고, 층수도 5층 미만에서 6층 미만으로 상향할 예정이다. 도시형 생활주택에 대한 일조권 규제는 건축물 높이 10∼17m까지 정북 방향 이격거리 5m로 통일하고, 주차 기준은 지자체 재량 범위를 50∼70%까지 확대한다.
이 밖에도 공실 상가와 오피스 등을 프리미엄 원룸·오피스텔로 전환해 향후 2년간 1만5000호, 2030년까지 3만3000호 이상 공급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앞서 지난달 22일 매입임대 주택을 늘려 규제지역(서울 전역·경기 12개 지역) 6만6000가구를 포함해 2027년까지 2년간 수도권에 9만가구를 공급하는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매입임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이 기존 주택 또는 신축 주택을 사들여 시세보다 저렴하게 임대하는 공공임대 주택의 한 유형이다.
◇주산연 “다주택자 중과가 비 아파트 공급 위축한다” 지적
비 아파트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에는 수요(매수) 진작을 위한 방안이 빠져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정부는 비 아파트 규제 완화를 통해 공급을 확대하고, 매입임대를 통한 공공 부문의 수요 역시 늘리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정작 가장 중요한 민간 부문의 비아파트 주택 수요를 확충 방안은 빠져 있다. 서울 주택 중 40%가 다세대·다가구 주택인데, 상당수가 노후 소득을 위해 임대 소득을 목적으로 주택을 매입한다. 다세대 다가구 주택은 아파트와 달리 가격이 상승하지 않고 소득이 부족할 때 거쳐가는 주택이라는 인식이 강해 자가보다는 임대수요가 대부분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전방위적 세금 규제가 여전한 상태에서 비 아파트 공급을 확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이미 지난해 8월 발표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 세미나 자료에서 “다주택자 중과가 비아파트 공급을 위축시킨다”고 지적한 바 있다. 주산연은 “자산 여유 계층에서는 본인 거주용과 노후 임대소득용 소형주택을 1~2채 보유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다주택자 중과로 신규매입이 급감하고 전세사기 문제로 매물 출회가 겹치면서 집값이 하락하고 공급이 급감했다”고 진단했다.
현재 다주택자는 취득세율(3주택 이상인 경우 12%), 종합부동산세율(3주택 기준 5%) 등에서 중과세율을 적용받고 있다. 양도소득세의 경우 지난달 9일 부로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 유예가 종료되면서 2주택자의 경우 65%, 3주택자는 75%까지 중과세율이 적용된다. 다주택자가 임대수익을 얻기 위해 소형 비 아파트 주택을 매수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주산연은 “일정규모·금액(60㎡·3~5억원) 이하의 비 아파트 2채 이하를 장기간 임대하는 경우, 등록하지 않아도 다주택자 중과대상에서 제외하는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매입임대 주택 공급자(주택을 건설해 LH 등에 매도하는 사람)가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낮은 매입비도 걸림돌로 지목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LH가 수도권 매입임대주택 공급을 위해 올해 1∼4월 민간 사업자와 체결한 약정은 신축 2678가구를 포함해 총 3217가구로, 올해 수도권 매입 목표(3만1014가구)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초기 공사비가 낮게 책정된 데다 물가 상승률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아 사업자로 선정되더라도 손실을 우려해 계약을 꺼리는 분위기가 있다”며 “이런 속도라면 단순 계산으로도 내년까지 수도권에 2만가구 안팎 공급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정부가 무작정 주택을 사들여 공급을 확대하기보다는 실수요자가 비아파트를 구매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거나 임대사업자 제도를 정비해 민간임대를 활성화하는 등 수요 측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sh029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