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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재산분할 4조원 시대?...결혼 후 창업한 국내 16위 부자의 공방전 격화

    입력 : 2026.06.01 09:21 | 수정 : 2026.06.01 10:33

    비상장 지분 가치 산정 따라 재산 규모 4조~8조원 차이
    배우자 기여도 인정 범위가 분할 규모 가를 듯

    [땅집고]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창업자 겸 최고비전책임자(CVO). 뉴스1

    [땅집고] 재계 이혼소송의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창업자 겸 최고비전책임자(CVO)의 이혼소송이 막판으로 향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항소심 판결에서 법원이 대규모 재산분할을 인정한 뒤, 기업인이 보유한 주식과 배우자 기여도를 어떻게 평가할지가 재계의 민감한 이슈로 떠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권 CVO와 배우자 이모씨의 조 단위 이혼소송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기업인 이혼소송에서 배우자에게 인정되는 재산분할액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경우가 많았다.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의 이혼소송에서 이 사장의 재산 중 상당 부분을 나눠 달라고 요구했지만, 법원이 최종적으로 인정한 금액은 141억원이었다. 조승연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이혼소송에서도 전 남편이 받은 재산분할액은 13억3000만원 수준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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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최태원·노소영 사건 항소심은 다른 흐름을 만들었다. 법원이 총수 일가의 지분 형성 과정과 혼인 기간 중 가치 증가, 배우자의 역할을 폭넓게 들여다보면서 기존 재벌가 이혼소송보다 훨씬 큰 재산분할액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 판결 이후 재산 대부분이 비상장 주식이나 계열사 지분에 묶여 있는 기업인들의 이혼소송에서도 배우자 기여도 판단이 한층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권 CVO 사건은 이런 점에서 최태원 회장 사건 이후 가장 눈에 띄는 사례로 꼽힌다. 권 CVO는 2001년 이씨와 결혼했고, 이듬해인 2002년 스마일게이트를 세웠다. 이후 스마일게이트는 2006년 출시한 온라인 게임 ‘크로스파이어’가 중국에서 흥행하면서 성장 기반을 마련했고, ‘로스트아크’까지 성공시키며 국내 대표 게임사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스마일게이트는 비상장사로, 권 CVO의 지배력이 절대적이다.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스마일게이트홀딩스가 주요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고, 권 CVO는 이 회사 지분 100%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CVO는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발표한 ‘2026 한국 50대 부자’ 명단에서 자산 31억달러, 한화 4조7000억원으로 국내 16위에 이름을 올렸다.

    권 CVO의 이혼소송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회사가 혼인 이후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최태원 회장 사건이 선대에서 물려받은 주식과 그 가치 증가분을 어디까지 부부 공동재산으로 볼 것인지가 쟁점이었다면, 권 CVO 사건은 결혼 뒤 창업한 회사의 지분 가치와 배우자의 초기 기여도를 어떻게 볼지가 핵심이다.

    배우자 이씨 측은 자신이 단순한 배우자에 그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씨는 2022년 11월 이혼소송을 제기하면서 권 CVO가 보유한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지분 절반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 측은 혼인 기간이 25년 이상인 데다, 스마일게이트 설립 당시 30% 지분을 가진 주주였고, 초기에는 대표이사와 이사로 등기돼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창업 초기 자금 조달과 회사 운영에 관여한 만큼 재산 형성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는 논리다.

    스마일게이트 측은 이 같은 주장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회사 측은 최근 변론기일 직후 입장을 내고 “이씨는 공동창업자가 아니며, 회사 설립 당시 출자금을 납입한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또 “공동 경영을 한 적이 없고, 당시 직원들에 따르면 회사 내 이씨의 자리도 없었으며 출근한 사실도 없다”고 했다. 배우자 측이 주장하는 창업·경영 기여를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결국 재판의 핵심은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스마일게이트의 기업가치를 얼마로 볼 것이냐이고, 다른 하나는 이씨의 기여도를 어느 수준까지 인정할 것이냐이다. 스마일게이트가 비상장사인 만큼 평가 방식에 따라 재산 규모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씨 측이 내세우는 현금흐름할인법, 즉 DCF 방식을 적용하면 부부 공동재산은 8조원대까지 올라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상속증여세법상 평가 방식으로는 4조원대 후반 수준으로 낮아진다.

    재산분할 비율까지 이씨 측 주장대로 인정될 경우 분할액은 최대 4조원 안팎에 이를 수 있다. 국내 기업인 이혼소송 가운데서도 손에 꼽히는 규모다. 권 CVO 측은 기업가치 산정에 대해서는 법원 판단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씨 측의 지분 절반 요구와 창업 기여 주장에 대해서는 반박하고 있다.

    이씨 측은 스마일게이트RPG 관련 손해배상 소송도 기업가치 판단에 참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스마일게이트RPG 상장 무산을 둘러싸고 라이노스자산운용이 제기한 100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은 회계법인이 산정한 스마일게이트RPG의 기업가치 8조800억원을 근거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씨 측은 당시 스마일게이트RPG가 스마일게이트홀딩스의 100% 자회사였다는 점에서 그룹 전체 가치 평가에도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

    권 CVO 측은 선을 긋고 있다. 라이노스 사건은 투자자와 회사 사이의 손해배상 소송일 뿐, 현재 이혼소송의 재산분할 판단과는 별개라는 것이다. 스마일게이트 측 역시 이씨를 공동창업자나 실질 경영자로 볼 수 없다는 점을 앞세워 재산분할 비율 확대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모습이다.

    외국의 사상 최고 위자료는 얼마일까. 2014년 스위스 제네바 1심 법원은 프랑스 프로축구 AS모나코의 구단주인 러시아의 거부 드미트리 리볼로블레프에게 전처인 엘레나 리블로블레바에게 45억937만 달러(4조6157억원)를 지급하도록 판결한 바 있다. 그러나 드미트리 리볼로플레프가 즉시 항소하면서 2심서는 약 6000억원으로 감액됐다. 2심 법원은 리볼로블레프가 이혼 소송이 시작되기 훨씬 전에 자녀들을 위해 키프로스(Cyprus)에 설립한 해외 신탁 자산(Trust)을 전 부인이 분할할 수 있는 '개인 자산'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감액했다. 7년을 끈 이혼소송은 비밀 합의에 의해 종결돼 실제 위자료는 알려져 있지 않다.

    다음 변론기일은 오는 7월 8일 열린다. 최종 변론을 앞두고 법원은 양측에 기업가치 산정 방식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원·노소영 사건 이후 기업인 이혼소송에서 주식 가치와 배우자 기여도를 보는 기준이 흔들리고 있는 만큼, 권 CVO 사건은 비상장 창업기업 지분을 둘러싼 또 하나의 기준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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