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5.28 06:00
2027년부터 장기전세 시프트 계약 만료
강동구 2개 단지서 재계약·분양전환 목소리
SH “원칙대로 해야, 시프트→미리내집 전환 예정”
오세훈도 “20년 동안 낮은 주거비로 자립 조건”
강동구 2개 단지서 재계약·분양전환 목소리
SH “원칙대로 해야, 시프트→미리내집 전환 예정”
오세훈도 “20년 동안 낮은 주거비로 자립 조건”
[땅집고] “2027년이면 20년을 살아온 장기전세주택 만기가 도래합니다. 국가를 믿고 다른 계획을 세우지 않았습니다. 서울시는 무주택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재계약을 보장하고, 분양전환 기회를 주십시오!”
2007년 서울시가 서울주택도시공사(SH)를 통해 공급한 장기전세주택 ‘시프트’(Shift). 당시 시장이던 오세훈 현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처음으로 선보인 공공임대주택으로, 무주택 서울시민들에게 주변 전세 시세보다 최대 80% 저렴한 보증금으로 최장 20년 거주를 보장하는 모델이었다. 2009년 2월 처음 공급했는데 당시 민간 시장에선 단지마다 미분양이 터졌던 반면, 관악구 소재 시프트인 ‘관악청광플러스원’ 82㎡는 경쟁률이 최고 156대 1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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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27년이면 시프트 단지마다 최장 20년으로 약속했던 임대차 계약이 하나 둘 만료된다. 이런 가운데 과거 강동구에 보증금 3억원대에 공급했던 시프트인 ‘강일리버파크’(총 6756가구)와 ‘고덕리엔파크’(총 7048가구) 단지 내부에 붙은 한 공지글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두 개 단지에 장기전세로 입주했던 주민들이 퇴거를 앞두고 서울시에 재계약 및 분양 전환 기회를 달라고 주장하면서 세간의 비난을 받고 있는 것.
◇“국가 믿고 계획 안세웠다…시세 80% 재계약·분양전환 기회 달라”
이달 24일 ‘강일리버파크’와 ‘고덕리엔파크’ 입주민들은 “서울시는 ‘시세 23% 보증금으로 20년 안정 거주’를 약속하며 시프트 정책을 시행했고, 저희는 그 약속을 믿고 강일동에 터를 잡았다”면서 “그러나 2027년부터 만기가 도래하면, 현재 시세 10억원 집에 사는 전세 세대는 보증금 3억원만 받고 나가야 한다”는 글을 게시했다. 이어 “(이 돈은) 동일 단지 재계약도 불가능한 금액이다, 이대로라면 단지에서만 수백가구 이상이 동시에 퇴거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들이 서울시에 요구하는 바는 크게 4가지다. 먼저 무주택 실수요자인 장기전세 주민들에게 재계약을 보장해달라는 것. 단 보증금은 물가 상승을 고려해 과거 3억원대에서 현재 시세의 80%까지 현실화해도 받아들일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 올해 4월 보증금 6억2000만원(8층)에 전세 거래된 ‘강일리버파크1단지’ 84를 기준으로 5억원 정도가 된다.
이어 장기전세 입주민들은 20년을 꽉 채워 거주한 세대에 대해서는 현재 점유하고 있는 아파트를 분양받을 기회를 달라고도 했다. 이 때 분양전환금액은 감정가를 기준으로 하되, 거주 기여도를 반영해달라는 요구와 함께다. 또 만기 세대를 대상으로 저금리 이주 대출을 지원하고, 공공전세와 연계해달라는 등 금융 지원도 해줄 것을 함께 요청했다. 마지막으로는 단지 내부 신규 정책을 수립할 때 분양세대 뿐 아니라 전세 거주자들도 함께 참여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도 제기됐다.
이들은 분양세대가 장기전세세대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동참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만약 2027년 장기전세 입주민들이 동시에 되거하는 경우 단지가 슬럼화되면서 실거래가가 급락할 위험이 크다는 것. 지난 20년 동안 주택을 매수하지 않고 무엇을 했느냐는 분양세대의 지적에는 “당시 정책이 ‘20년 거주 보장’이었기에 국가를 믿고 다른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그동안 관리비·주민세를 성실 납부하며 단지에 함꼐 기여해왔다”고 반박했다.
입주민들은 “저희는 ‘임대 거지’가 아니라, 같은 동 대표를 뽑고 아이를 함께 키운 20년 이웃”이라며 “성공적인 소셜믹스 사례로 남아야 우리 단지 집값도 오른다, 퇴거와 갈등의 단지로 전락해서는 안될 것”이라며 글을 마쳤다.
◇기존 시프트→미리내집 전환 예정…“원칙은 원칙, 20년 살았으면 퇴거해야”
하지만 이 글을 접한 대부분 국민들은 ‘강일리버파크’·‘고덕리엔파크’ 장기전세주택 입주민들의 주장이 터무니없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애초에 시프트가 최장 20년 전세로 살 수 있도록 보장하는 모델인데, 이보다 더 긴 기간을 보장해달라는 것은 세금을 축내는 행위나 다름 없다는 것. 더군다나 시프트가 출범한 목적이 20년 주거 안정을 보장하는 대신 입주민들이 이 기간 동안 자금을 모아 자립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인데, 아직까지 내 집 한 채 마련하지 못해 불만을 터트리는 이들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네티즌 A씨는 “현재 ‘강일리버파크’ 34평 전세 시세를 보니 5억~7억원 수준으로 서울치고 저렴하더라”면서 “장기전세 입주민들이 20년 전 냈던 보증금 3억원에 2억~3억원만 더하면 민간 전세를 구할 수 있는 셈 아니냐, 20년 동안 2억원도 못 모아 계속 공공임대주택에 눌러앉으려는 심산이 이해가지 않는다”는 댓글을 남겼다.
서울시가 장기전세주택 첫 번째 모델인 시프트 공급을 종료하는 대신, 2024년 출범한 두 번째 모델인 ‘미리내집’에 집중하고 있기도 하다.
미리내집 역시 서울시가 인근 시세 대비 저렴한 보증금으로 전셋집을 공급한다는 점에서 시프트와 개념은 같지만 세부적인 조건이 다르다. 저출생에 대응하기 위해 신혼부부 위주로 공급하며, 거주 기간은 최장 10년으로 하되 입주자가 출산하는 경우 20년까지 연장해주고 추후 시세 대비 최대 20% 저렴한 가격에 분양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등이다. 이 때문에 과거 시프트가 당첨자들에게 ‘대박 로또’처럼만 여겨졌다면, 미리내집은 정말 필요한 수요자들이 거주할 수 있도록 보완된 정책이란 평가를 받는다.
SH 관계자는 “기존 시프트 단지마다 최장 20년 계약이 끝나면 입주자들은 퇴거해야 하고, 이 물량은 미리내집으로 전환해서 재공급할 예정”이라며 “현재 ‘강일리버파크’와 ‘고덕리엔파크’ 장기전세 입주민들이 요구하는 것처럼 재계약 기회를 주거나 분양전환해주는 일은 원칙적으로 없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오세훈 후보 역시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기존 장기전세주택 입주자들은 20년 동안 낮은 주거비로 자립 기회를 보장받는 조건으로 입주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