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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 한복판 유령빌딩…대기업 2곳서 450억대 인수 후 6년 방치, 왜?

    입력 : 2026.05.27 06:00

    성수동 대로변 초대형 상가 ‘성동마트’
    크래프톤-아이에스동서가 대거 매입
    개발 계획 세웠지만 구분 소유라 어려워
    개인 소유주 50여명은 재산권 피해 호소
    [땅집고] 이달 20일 찾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2가 대로변 ‘성동마트’ 건물. /이지은 기자

    [땅집고] “대기업인 크래프톤과 아이에스동서가 상가 점포 대부분을 인수한 뒤 6년째 방치하는 바람에 유령건물이 됐습니다. 두 기업이 지분 알박기하며 힘겨루기만 이어가고 있어, 일반 소유자들이 겪는 재산 피해가 너무 큽니다.” (성동마트 수분양자 A씨)

    “저희는 건물을 개발해 사무실로 실사용할 목적으로 성동마트를 인수한 겁니다.”(크래프톤 관계자)

    지난 20일 찾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2가 ‘성동마트’. 2001년 준공해 올해로 26년 된 지하 4층~지상 9층, 총 612실 규모 대형 상가다. 최근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열기가 가장 뜨겁다는 성수동 입지인데다 대로변을 끼고 있고 인근에 아파트 단지도 여럿 있지만, 이 건물에 드나드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현재 도로 쪽 1층 점포에 입점한 호두과자 전문점을 제외하면 ‘성동마트’ 모든 호실이 불 꺼진 채로 텅 비어있어서다.

    [땅집고] 서울 성동구 성수동2가 ‘성동마트’ 1층 대문을 열자 과거 예식장으로 운영하던 공간이 나왔다. 관리를 중단한지 오래돼 바닥에 먼지가 쌓여있고 의자 등 집기가 널려있다. /이지은 기자

    건물 정문 쪽에 ‘SD웨딩타워’라고 적힌 큰 간판이 달려있었지만 문을 열자 다소 어수선하고 빛바랜 공간에 예식장 의자들이 널부러져있고, 내부 엘리베이터도 2대 중 한 대가 운행을 멈춘 상태다. ‘본 점포는 일반관리비, 전기요금, 수도요금액 체납으로 단전·단수 중’이라는 안내문도 붙어있다. 이날 비까지 내려 사실상 전체가 공실인 이 건물이 유독 음산한 분위기를 풍긴다.

    이런 가운데 ‘성동마트’ 정문 쪽에 “본 건물은 ㈜크래프톤에서 62% 지분을 인수하여 6년이 지나도록 방치하고 있는 비업무용 부동산입니다”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도 눈에 띈다. 대체 이 건물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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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식장이던 성수동 대형상가…크래프톤-아이에스동서가 지분 매입

    지역 공인중개사들에 따르면 과거 ‘성동마트’는 성수동에서 나름 이름난 상가였다. 대형 볼링장과 함께 성수동에 몇 없는 예식장인 ‘SD웨딩타워’까지 입점해있어 주말마다 결혼식을 찾은 하객들로 북적거렸을 정도다.

    하지만 여러 호실로 구성해 소유자들이 지분을 나눠갖는 구분상가 특성이 발목을 잡았다. 예식장 적자가 쌓여가자 소유자들 간 분쟁이 벌어졌고, 일부 소유자들이 자금난을 겪으면서 관리비를 체납해 2020년대 들어서는 각 호실이 경매로 넘어가는 등 전체적인 운영이 틀어져버린 것.

    주목할 만한 점은 현재 ‘성동마트’ 총 612실 중 약 91.5%(560실)를 대기업 두 곳이 나눠가지고 있다는 것. 땅집고가 대법원 등기부등본을 전수조사한 결과 성수동에 신사옥을 건설 중인 게임회사 크래프톤이 257실을, 국내 시공능력평가 기준 58위 건설사인 아이에스동서가 303실 보유해 건물 2대 대주주 격인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한 부동산개발회사가 차곡차곡 매입해둔 ‘성동마트’ 점포들을 2021년 약 233억원에 한꺼번에 사들였다. 아이에스동서의 경우 같은 해 통경매로 나온 호실들을 총 220억원 정도에 낙찰받으면서 지분을 확보했다. 두 기업 모두 인수 당시까지만 해도 나머지 지분을 확보해 건물 전체를 개발하는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령건물 된 성동마트…개인 소유주 50명은 재산권 피해

    [땅집고] 서울 성동구 성수동2가 ‘성동마트’ 건물이 공실임을 알리는 안내문. /이지은 기자

    크래프톤과 아이에스동서가 건물 대부분 소유권을 차지한 뒤, 나머지 52실을 보유한 일반 소유자들에게는 날벼락이 떨어졌다. 두 기업이 ‘성동마트’를 인수한 뒤 별도 운영·관리하지 않으면서 건물이 빠르게 침체된 탓이다.

    구분상가 특성상 1층이 76실, 2층이 99실로 구성하는 등 각 층별로 점포가 다수로 쪼개져있는 점이 특히 발목을 잡았다. 크래프톤과 아이에스동서가 보유한 점포 사이사이에 일반 소유자들 상가가 뒤섞여있는 바람에, 과거 예식장 사례처럼 소유자들끼리 합의해 각 층을 통째로 임대해서 월세 수익을 얻는 운영 방식이 불가능해졌다.

    성수동 주민으로 2002년 ‘성동마트’ 1개 호실을 분양받았다고 밝힌 A씨는 “과거 은퇴를 앞둔 사람들이 노후 대비 차원에서 점포를 분양받은 사례가 많았다”면서 “상가를 팔아 당장 1억~2억원을 받으려는게 아니라 단돈 몇십만원이라도 월세를 받아 생계를 유지하려는 목적이었는데, 대규모 지분을 가져간 크래프톤과 아이에스동서가 임대 동의를 해주지 않아 유령건물이 되면서 애꿎은 관리비만 나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땅집고] 서울 성동구 성수동2가 ‘성동마트’ 출입문 오른편에 크래프톤의 건물 지분 인수 사실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지은 기자

    다만 두 기업은 ‘성동마트’ 개발을 목적으로 합법적인 방식을 통해 매수했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가 없으며, 지난 6년 동안 일반 소유주들에게 공식적으로 임대 동의를 구하는 요청이 온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크래프톤 측은 “현재 성수동 일대에 ‘성수 클러스터’ 사업을 진행 중이라 ‘성동마트’ 역시 향후 개발을 고려한 실사용 목적으로 인수했다”면서 “다만 구분상가 특성상 단독으로 개발하기가 어려워 매각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 측은 보유 지분 전체를 1700억원에 매수할 새 주인을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아이에스동서 관계자 역시 “과거 개발 목적으로 인수한 것은 맞지만, 현재 부동산 PF시장이 침체된 상태라 대규모 개발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은 아니다”면서 “소유주들이 주장하는 통임대 동의에 대해서는 다방면으로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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