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5.26 07:45 | 수정 : 2026.05.26 08:47
24년 방치된 개인 소유 도로 2000평
낙찰가 4억 땅 20년만에 공시지가 200억
조합·서울시, “재건축 구역에서 제외”
토지주, “정당한 보상해 달라”며 소송
낙찰가 4억 땅 20년만에 공시지가 200억
조합·서울시, “재건축 구역에서 제외”
토지주, “정당한 보상해 달라”며 소송
[땅집고] “개인 소유 도로를 24년 동안 돈 한 푼 못받고 내줬는데, 이제라도 보상을 해줘야 하지 않나요.”(토지소유주 A씨)
“원래 도시계획도로로 사용하는 땅인줄 알고 샀는데, 이건 ‘알박기’나 다름없는 것 아닌가요.”(재건축 조합원 B씨)
최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미주아파트가 재건축 추진 10년 여만에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사업을 본격화하자, 단지를 동서로 관통하는 개인 도로(약 2000평) 소유주가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며 또 다시 반발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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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준공한 미주아파트는 총 1089가구로 ‘약령시로’라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남북으로 1단지(1~4동)와 2단지(5~8동)가 나뉘어 있다. 2015년 안전진단을 통과한 뒤 재건축 추진을 시작해 2023년 8월 1단지와 2단지를 통합한 정비구역 지정까지 완료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단지 내부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도로(약령시로)가 사업 부지에서 빠지게 된 것. 통상 재건축 사업에서 단지 내 도로를 빼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는 점에서 당시에도 논란이 많았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걸까.
◇24년째 공공도로로 사용…토지주 “보상해 달라”
미주아파트 단지를 지나는 개인 소유 도로는 청량리동 235-10번지와 235-14번지 등 2필지다. 너비 20 m, 길이 330여m로 전체 면적은 6611㎡(약 2000평)에 달한다. 지목은 대지이고, 용도는 상업지역 약 550평과 3종 일반주거지역 약 1450평이다. 현재 도시계획시설 도로로 지정돼 있다.
A씨가 이 땅을 산 건 2002년이다. 당시 법원 경매를 통해 약 4억1100만원에 낙찰받았다. 당시에도 이 땅은 도로 부지였다. 1978년 미주아파트 완공 당시 만들어졌다. 그는 도로라는 사실을 알고도 산 것이다. A씨는 “도시계획도로로 계획돼 있으니 당연히 사용료나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장기적으로 미주아파트 재건축이 진행되면 사업 참여나 토지 매각 등을 통해 수익도 올릴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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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A씨가 기대와 달리 보상은 없었다. 그동안 도로 사용에 따른 임대료나 사용료를 한 푼도 받지 못했다. A씨도 가만있지는 않았다. 2008년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다. 당시 권익위는 “서울시와 동대문구청이 공동으로 보상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서울시는 별도 소송 절차를 통해 보상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에 A씨도 서울시와 동대문구청 상대로 사용료 청구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당시 법원은 “A씨가 2002년 경매 당시 이미 도로로 사용되고 있어 재산권 행사에 제한이 있다는 사정을 충분히 알고 샀기 때문에 지자체에 사용료를 청구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했다.
A씨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24년 동안 개인 소유 토지가 사실상 공공도로로 사용됐지만 금전적 보상을 하지 않는게 말이 되느냐”며 “현재 변호인을 선임해 다시 손해배상 및 보상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서울시 “원래 기부채납…행정착오로 사유지 남아”
A씨 주장에 대해 서울시는 원래 미주아파트 준공 당시 기부채납한 토지여서 보상을 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시는 행정착오로 인해 해당 토지를 기부채납했다는 공문서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시는 2021년 법률 자문을 받은 결과, “미주아파트 준공 당시 최초 시행사인 라이프주택개발㈜이 아파트 분양 수익을 얻기 위해 자발적으로 통행에 제공한 토지이므로 독점적인 권리를 포기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결국 현 소유자가 경매로 땅을 취득했더라도 해당 토지에 대한 독점적·배타적 사용·수익권을 주장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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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A씨 측은 서울시의 행정 판단이 바뀐 과정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A씨 측은 “서울시는 그동안 해당 도로부지를 포함하지 않으면 재건축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며 “별다른 법 개정이나 제도 변화 없이 갑자기 도로부지를 제외하고도 통합 재건축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시킨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분리 재건축 가능하지만 사업성은 불리
A씨 측은 약 2000평 규모의 해당 부지가 청량리역과 맞닿은 역세권 핵심 입지임에도 재건축 사업에서 제외되면서 사실상 활용 가치 없이 방치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일부 전문가들도 도로 포함한 재건축이 사업성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안중호 안씨티엔지니어링 대표(도시공학 박사)는 “수원 인계동 노블레스 1단지와 2단지처럼 도로를 사이에 두고 분리 재건축한 사례가 있다”면서도 “단지를 나누면 용적률 측면에서 불리해질 수 있어 구청장이 지구단위계획으로 묶어 통합 개발을 유도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동대문구청 관계자는 “이미 2023년 도로를 제외한 정비계획안이 제출된 만큼 도로부지를 제외한 상태로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며 “지금 단계에서 계획을 수정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했다.
◇“보상하더라도 금액이 문제”
일각에서는 미주아파트 측이 도로를 제외한 이유가 보상금 산정과 협의 과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만약 사업부지에 포함할 경우 도로 부지 보상 규모가 만만치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공시지가만 해도 200억여원에 달한다. A씨 소유 부지의 올해 공시지가는 3.3㎡(1평)당 1000만원 수준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향후 개발 가능성과 용도지역, 용적률, 역세권 인센티브 여부 등을 감안하면 2000억원대가지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미주아파트 전용면적 40평형대 시세는 약 16억원 수준이다. 가구당 평균 대지지분이 13평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단순 계산상 대지지분 가치만 평당 1억원을 웃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청량리역과 맞닿은 핵심 입지인데다, 역세권 고밀개발 가능성도 있다”면서 “적용 가능한 용적률 수준에 따라 토지가치가 크게 달라질 수 있어 현 단계에서 정확한 보상액을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ks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