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5.26 06:00
이마트, 현금·부동산 포함 5000억원 투입
단기 유동성 위기는 완화…신용도 회복엔 의문
지방 리스크 등 발목…그룹 공사로 위기 돌파?
단기 유동성 위기는 완화…신용도 회복엔 의문
지방 리스크 등 발목…그룹 공사로 위기 돌파?
[땅집고] 이마트가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는 신세계건설을 살리기 위해 또 다시 5000억원 규모 긴급 자금을 투입한다. 이번 조치로 2024년 이후 약 2년간 이마트가 신세계건설에 직간접적으로 지원한 자금만 1조6000억여원에 달한다.
신용평가업계는 이번 증자로 단기 유동성 위기는 일부 완화하겠지만, 신세계건설의 신용도가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신세계건설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의결했다. 출자 규모는 총 5000억원이다. 2400억원은 현금으로, 나머지 2600억원은 이마트 명일점 토지와 건물 등 현물출자 방식으로 투입한다. 현금과 부동산 자산을 동시에 넣어 신세계건설 자본을 보강하는 구조다.
이마트는 2024년 이후 지속적으로 신세계건설 지원에 나섰다. 2024년 5월 신세계건설이 65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자본을 확충할 수 있도록 자금보충약정을 제공했다. 같은 해 6월에는 경기 여주 트리니티 골프장 등 레저사업 부문을 그룹 계열사인 조선호텔앤리조트에 1820억 원에 매각하도록 주도하는 등 지금까지 직간접적 지원 금액만 1조6000억원대로 추산된다.
신평업계는 유동성 측면에서 이번 조치를 긍정적으로 봤다. 이훈규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자본확충으로 재무안정성이 제고되면서 2026년 만기 도래 예정인 회사채 및 장기차입금 805억원과 금융비용 500억원, 신종자본증권 이자 460억원 등 총 1765억원 규모 금융부담 대응 여력이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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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진행 중인 국내 주택사업 공사와 관련한 추가 운전자본 투자 등에 대한 대응 여력도 개선될 전망”이라며 “신세계그룹의 높은 지원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단기 유동성 방어는 가능…추가 자금 부담 가능성 여전
다만 문제는 신세계건설의 체력이 단기간에 회복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신평사들은 이번 자본 확충이 단기 유동성 방어에는 도움이 되지만, 신용도 개선으로 바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지방 사업장의 분양 부진, PF 우발채무, 높은 차입금 부담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건설 재무지표는 빠르게 나빠졌다.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2023년 말 95.1%에서 2024년 말 209.5%, 2025년 말 493.9%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간 차입금의존도도 30.3%에서 40.9%, 59.7%로 상승했다. 외형상 자본확충으로 숫자는 개선될 수 있지만, 본업에서 현금을 벌어 차입 부담을 낮추는 구조로 돌아섰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수익성도 좋지 않다.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손실은 1984억원, 당기순손실은 2966억원을 기록했다. 이자·세금·감가상각 차감 전 이익을 뜻하는 EBITDA도 마이너스(-175억원)를 이어가며 현금창출력이 약화한 상태다. 한국기업평가는 신세계건설이 2023년 손실 예상 사업장에 대한 회계처리 방식을 변경한 이후 원가율이 100%를 웃돌고 고정비 부담도 커지면서 손실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운전자본 투자 부담이 지속되면서 순차입금도 전년 말보다 4961억원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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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리스크는 지방 사업장이다. 대구 주상복합, 부산 명지지구 오피스텔, 강원 고성 생활숙박시설 등 일부 지방 사업장에서 미분양과 미입주가 길어지면서 매출채권 회수 지연과 추가 손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경기 구리 갈매동 지식산업센터와 부산 해운대 우동 생활숙박시설 현장에서는 계약 해지 등에 따른 공사대금 회수 지연 우려도 나온다.
PF 리스크도 남아 있다. 옛 포항역 개발사업과 관련해 신세계건설은 920억원 규모 PF 자금보충과 채무인수 약정을 부담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포항 지역 분양경기 부진과 금융비용 상승 등을 이유로 사업 추진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태라고 평가했다. 부동산 경기 회복이 더뎌지면 향후에도 추가 자금 부담이 불거질 수 있다는 의미다.
◇지방 리스크 줄이고, 계열사 일감 확보 나서
신세계건설이 다음 단계로 꺼내든 카드는 고강도 체질 개선이다. 지난해 9월 취임한 강승협 대표는 신세계건설의 재무 건전성을 회복하고 수익성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신세계그룹이 강 대표를 수장으로 앉힌 것은 신세계푸드에서 보여준 사업 정리와 수익성 개선 방식을 건설 부문에도 적용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강 대표는 2024년 신세계푸드 대표 시절 비핵심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한 경험이 있다. 위탁급식사업부와 대안육 브랜드 ‘베러미트’의 미국 현지 법인 ‘베러푸즈’ 등을 정리했다. 확보한 자금은 노브랜드 버거와 베이커리 B2B(기업전용) 사업, 식자재 유통 등 수익성이 높거나 그룹 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에 집중했다. 이 같은 구조조정 효과로 신세계푸드는 지난해 1~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11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두 배가량 늘었다.
신세계건설에서도 방향은 명확하다. 지방 사업장 리스크를 줄이고, 계열사 일감 중심으로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다.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도급액 8400억원 규모의 인천 스타필드 청라 공사를 수주했다. 향후 스타필드 창원, 화성 국제테마파크, 동서울터미널 개발사업 등 그룹 내 대형 프로젝트가 본격화하면 매출 기반을 다시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화성 국제테마파크는 총 사업비가 9조5000억원에 달하는 신세계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 복합개발 사업이다. 2050년까지 진행되는 장기 프로젝트로 신세계건설은 시행사인 신세계화성에 8.74%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룹 건설사라는 지위를 감안하면 향후 시공 물량 확보 가능성이 높다.
동서울터미널 개발 사업도 주요 계열 프로젝트로 꼽힌다. 총 사업비 1조8790억원 규모 대형 개발사업으로, 신세계그룹이 주도하고 있다. 신세계건설이 시행사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계열 건설사로서 설계와 시공을 맡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mjba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