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5.22 06:00
[땅집고] 이달 감정가가 7억원대인 서울 구로구 아파트가 경매를 진행한 결과 66억원대에 낙찰돼 화제다. 아무리 서울 아파트에 수요가 쏠린다고는 하지만, 서울 핵심지도 아닌 곳에 있는 이 단지가 올해 들어 이뤄진 아파트 경매 중 최고가 낙찰 기록을 세운 것은 다소 의아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땅집고옥션(▶바로가기)에 따르면 서울 구로구 구로동 구일우성아파트 84㎡ 16층 주택이 이달 19일 진행한 2회차 경매에서 66억6000만원에 낙찰됐다. 당초 지난 4월 감정가인 7억5300만원에 첫 경매를 시작했으나 유찰돼 최저입찰가가 6억240만원까지 떨어졌다. 총 7명이 입찰했는데 이 중 최고가인 66억6600만원을 써낸 A씨가 새 주인이 된 것이다. 낙찰가율이 무려 884%로 집계됐다. 사건번호 2025타경12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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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파트는 1998년 입주해 올해로 29년째인 최고 25층, 10개동, 총 829가구 규모 단지다.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은 1호선 구일역으로 걸어서 약 20분 걸리며, 단지 앞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면 5분 정도면 도착한다. 서쪽으로 안양천이 흐르고 있어 인근에 조성된 녹지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역세권은 아니지만 낡은 아파트가 밀집한 구일역 일대에서 유일하게 지하주차장이 엘리베이터와 연결되어있고, 구일초·중·고까지 걸어서 통학할 수 있으며 주민센터가 가까워 실거주하기는 괜찮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4월 이 아파트 84㎡가 7억5000만원에 팔렸다. 지난해 3월까지만 해도 6억8000만원에 2건 거래가 이뤄졌는데, 서울 집값이 상승세를 타면서 이 단지도 약 1년 만에 7000만원 올랐다.
그럼에도 이달 경매에서 구일우성아파트가 66억6000만원이라는 매우 높은 가격에 낙찰된 것은 다소 의아하다. 이 정도 금액이면 최근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핵심 부촌(富村)으로 통하는 서초구 반포동에서도 집값이 가장 비싸기로 유명한 ‘래미안 원베일리’(2023년·2990가구)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5월 ‘래미안 원베일리’ 중 저층인 2층 84㎡ 주택이 53억5000만원에, 중층인 19층이 60억8000만원에 각각 거래됐다.
이번 경매에 대해 전문가들은 “높은 확률로, 낙찰자가 최저입찰가보다 소폭 높은 수준인 6억6600만원을 써내려다 실수로 ‘0’을 하나 더 쓰는 바람에 66억6000만원이 되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법원 입찰표를 보면 낙찰가를 적어내는 칸이 일의 자리숫자부터 천억자리 숫자까지 마련돼있고, 단위별로 각각 직사각형으로 구분돼있다. 추측해보자면 낙찰자 A씨가 이 숫자 자리칸을 잘못 보고 끝 자리에 ‘0’을 하나 더 쓰는 바람에, 6억원대 입찰가를 써내려다 66억원이 넘는 금액에 아파트를 떠안게 된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경우 A씨는 입찰보증금을 제외한 잔금 납부를 미납하는 방식으로 낙찰을 포기할 수 있다. 대신 입찰 당시 보증금으로 납부했던 입찰가의 10%에 해당하는 현금, 약 6020만원 정도는 법원에 몰수당하도록 되어있다.
김기현 땅집고옥션 연구소장은 “주로 경매 입찰 경험이 몇 없는 초보자나, 법원에 너무 촉박하게 도착해 입찰서를 급하게 작성하는 경우 이런 실수가 종종 발생한다”면서 “응찰 전 입찰표를 다시 한번 더 꼼꼼히 살펴보는 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