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5.21 06:00
[건설사기상도] 포스코이앤씨, 신반포 19·25차서 역대급 조건으로 승부수, 왜?
[땅집고] 조합원 분담금 제로(0원), 가구당 2억원 금융지원금 조기지원, 사업비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대비 마이너스 1%포인트. 포스코이앤씨가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 19·25차 통합 재건축 수주전에서 내건 조건들이다. 하나만 내걸어도 무리해 보일 정도의 파격적인 조건들을 동시에 내걸면서 포스코이앤씨가 이 단지에 ‘올인’한 배경과 진짜 속내에 대해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돈 걱정 없는 재건축” 파격 금융·확정 후분양으로 조합원 표심 자극
포스코이앤씨는 전에 없던 화끈한 금융지원을 전면에 내걸며 정비업계의 시선을 받고 있다. 포스코이앤씨가 신반포 19·25차 조합에 제시한 핵심 전략은 이른바 ‘제로 투 원’(0 to 1) 비전이다. 동일 평형 입주 시 조합원이 부담할 분담금을 ‘0원’으로 만들겠다는 확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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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포스코이앤씨는 금융비용 측면에서 역대 정비사업 최저 수준인 1.82%의 사업비 대여 금리를 파격 제안했다. CD -1%포인트를 적용한 수치로, 가산금리가 붙는 정비사업 관행을 깨고 오히려 기준금리보다 낮게 대출을 주겠다는 의미다. 업계 최저 수준이다. 여기에 가구당 2억원의 금융지원금까지 조기에 지원해 조합원들의 초기 현금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공사비와 분양 구조 역시 조합원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설계했다. 3.3㎡당 980만원의 공사비를 책정하되, 향후 물가 인상분 100억원까지 추가 공사비를 받지 않는 ‘확정 공사비’ 조건을 내걸었다. 포스코이앤씨 측은 물가 인상분을 처음으로 실 금액으로 제시해 확실한 확정 공사비를 약속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분양가 상한제에 대응하기 위해 ‘확정 후분양’을 제안, 착공 후 24개월간 공사비 지급을 유예하고 자체 자금으로 먼저 건물을 올리기로 했다. 여기에 미분양 시 대물변제 기준을 평당 최소 1억5000만원 수준으로 제시해 안정성을 더했다. 공기 역시 철거 6개월, 공사 49개월로 단축해 장기화에 따른 금융비용 누적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밖에도 포스코이앤씨는 기존 약 103m였던 한강 접도 구간을 약 333m까지 대폭 확장하고, 높이 180m의 ‘트리뷰 타워’ 설계 적용, 전 조합원 한강 조망을 위한 고민과 정비 업계 최초 약 3.55m 층고 설계 등 다양한 유인책을 내놨다.
◇ 송치영 사장, 자존심 걸었다…‘오티에르’ 살리고 도시정비 지위 탈환
업계에서는 포스코이앤씨가 이처럼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로 송치영 포스코이앤씨 사장의 ‘진심’을 꼽는다. 송 사장은 작년 8월 신임 사장으로 온 이후 줄곧 하이엔드 브랜드인 ‘오티에르(HAUTERRE)’와 도시정비 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우선 송 사장은 오티에르의 완벽한 강남권 안착을 목표로 설정했다. 정비사업에서 하이엔드 브랜드 파워는 강남권 핵심지의 수주 실적과 준공 후 형성되는 자산 가치로 증명하기 때문에, 포스코이앤씨 입장에서는 브랜드 초기 단계에 핵심 지역에 깃발을 꽂는 것이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
포스코이앤씨는 2022년 7월 오티에르를 출시한 이후, 올해 1호 준공 단지인 ‘오티에르 반포’로 처음 실체를 시장에 내놨다. 현재는 한강변의 ‘오티에르 신반포’ 역시 준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오티에르는 반포 일대를 시작으로 하이엔드 실적을 쌓고 있다. 송 사장은 이미 수주한 오티에르 단지들과의 시너지를 낼 최종 정점의 사업지로 신반포 19·25차를 낙점하고 이번 수주를 통해 반포 일대에 강력한 ‘오티에르 브랜드 벨트’ 구축을 노리고 있다. 향후 잠실, 목동 등 서울 타 핵심 지역 대단지 수주를 위한 확실한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다른 배경에는 최근 겪은 안전사고 악재를 극복하고 포스코이앤씨의 도시정비에 대한 대외 신뢰도를 빠르게 회복하겠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 그동안 포스코이앤씨는 그간 전국 핵심지에서 전통의 강자들과 치열하게 경쟁해 왔으며, 부산 ‘시민공원 촉진2-1구역’ 재개발 사업지에서는 업계 1위 삼성물산을 누르고 수주에 성공해 업계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이를 토대로 2024년 도시정비 수주 2위, 작년 4위 등을 기록하는 등 업계의 판도를 흔드는 신흥 강자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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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송 사장은 강력한 전사적 의지를 담아 올해 포스코이앤씨의 도시정비 수주 목표를 역대 최대인 6조 5000억원으로 제시했다. 또한, 신반포 19·25차 재건축 현장도 직접 방문해 현장 곳곳을 둘러보며 사업지의 지형과 한강 조망 등 입지 조건을 면밀히 확인하고 수주 준비 상황을 점검했다. CEO가 직접 전면에 나서 수주 의지를 피력한 만큼 사내외 긴장감도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포스코이앤씨가 제시한 조건들은 사실상 마진을 최소화하더라도 강남권 핵심 지역을 사수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방증”이라며 “이 파격적인 금융 카드가 조합원들의 표심을 얼마나 움직일지에 따라 앞으로의 정비업계 판도가 바뀔 수 있다”고 내다봤다. / pkra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