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5.16 06:00
노원·중랑 등 중저가 지역서 신고가 속출
공급 감소 전망 속 전세의 월세화 우려도 커져
공급 감소 전망 속 전세의 월세화 우려도 커져
[땅집고] “2000가구가 넘는 대단지 아파트에서조차 전·월세 매물이 2~3개밖에 없습니다. 매물이 부족하다 보니 전세금도 빠르게 올라 25평형 기준으로 수개월 새 7000만~8000만원, 많게는 1억원 넘게 뛰었습니다.”(김한길 대표·서울 노원구 상가부동산중개사무소)
작년 10월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시행 이후 서울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 품귀 현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노원·중랑구 등 서울 외곽지역 20~30평형대 중심으로 전세난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올 들어 2~3개월 새 전세금이 1억원 이상 오른 단지도 적지 않다.
문제는 앞으로다. 지난 10일 재개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조치가 전세 물량 감소를 더 부추길 수 있다는 것.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다주택자들이 실거주나 증여로 방향을 틀면서 전세 매물이 더 줄어들 수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전세금 상승뿐 아니라 ‘전세의 월세화’도 더 빨라지면서 서민층 주거비 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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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외곽 중심 전세 매물 급감…“나오자마자 계약”
노원·중랑구 등 서울 중저가 아파트 밀집 지역에서 전세 공급 감소가 심각하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15일 기준 서울 전세 매물은 1만7060건으로, 지난해 10월 15일(2만4369건) 대비 약 30% 줄었다. 감소 폭은 중랑구(-75%)가 가장 컸다. 구로구(-73.5%), 노원구(-72%) 등이 뒤를 이었다.
노원구 일대 공인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지역 내 신규 전세 물건이 거의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김한길 상가부동산중개사무소 대표는 “토지거래허가제 시행 이후 전세 매물이 줄어든 데다 기존 세입자 재계약과 계약갱신청구권 사용까지 늘면서 신규 물건이 더 부족해졌다”며 “집을 구하지 못해 양주·덕정 같은 경기 외곽으로 이동하는 사례도 나온다”고 했다.
실제로 노원구 상계동 ‘보람아파트’는 3315가구 중 단 한 건의 전세 매물도 없다. 월계동 ‘롯데캐슬루나’도 전세 매물을 찾기 어렵다. ‘월계센트럴아이파크’ 역시 전세 매물은 2건 안팎 나와 있다.
전세 매물 부족은 전세금 상승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조선일보 AI부동산에 따르면 노원구 월계동 ‘월계아이파크’ 전용 84㎡ 전세는 지난 3월 6억95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는 2월 거래가(5억6500만원) 대비 약 1억3000만원 상승한 수준이다. 인근 ‘미륭·미성·삼호3차’ 51㎡ 전세 역시 지난 4월 3억2000만원에 거래되며 한 달 새 7000만원 올랐다.
중랑구도 마찬가지다. 중랑구 일대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신규 매물이 나오더라도 대기 수요자에게 먼저 돌아가면서 시장에 나오기 전에 계약이 성사되는 사례가 많은 상황이다. 신내동 ‘신내9단지 진흥아파트’는 전세 물건이 거의 소진된 상태이며, 해당 단지 49㎡는 지난 4월 3억5000만원에 거래돼 1월 대비 7000만원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10·15 대책 이후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 ‘전세 낀 매매’가 제한되면서 기존 세입자가 퇴거하고 매수자들이 실거주하는 사례가 늘어난 영향이 크다고 분석한다.
◇ “다주택자 중과 재개에 버티기 움직임”…전세 공급 병목 우려
전세시장 상황은 앞으로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로 집을 팔지 못한 다주택자들이 임대 물량를 내놓지 않거나, 직접 거주 또는 증여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지난 4월 27일 기준 181.4까지 올라 5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2021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전세수급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이를 웃돌면 전세 공급 부족, 밑돌면 공급 과잉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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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도 향후 전세난이 더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올해 서울 공동주택 입주 예정 물량은 약 2만7000가구 수준이지만 내년에는 약 1만7000가구 수준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공급 감소에 재계약 증가까지 겹치면서 신규 전세 물건이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현재 부동산 시장은 신규 공급 부족과 전세 물량 감소, 보유세 부담 강화가 맞물리면서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하는 상황”이라며 “특히 실수요가 탄탄한 15억원 이하 중저가 지역에서는 전·월세 전환과 함께 임대료 상승 압력이 더 쉽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min0212su@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