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5.15 06:00
5대 은행, 기업대출 21.3조 증가하자 연체율도 상승
‘부동산-금융 절연’ 기조에 건전성 경고등
“글로벌 트렌드 따라야, 주식-수출 호조가 기회”
‘부동산-금융 절연’ 기조에 건전성 경고등
“글로벌 트렌드 따라야, 주식-수출 호조가 기회”
[땅집고] 정부 기조에 맞춰 기업대출을 늘렸지만, 동시에 연체율이 높아지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어 건전성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금융권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말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0.46%로 2025년 12월 말 0.37%보다 0.09%포인트(p)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대출 잔액은 작년 말과 비교하면 21조3392억원 늘어난 866조646억원(4월 말 기준)로 나타났다.
정부의 생산적 금융 대전환 기조에 맞춰 금융권에서 가계대출을 줄이고 기업대출을 늘린 영향이다. 정부가 ‘부동산과 금융의 절연’을 선언하면서 향후 금융권에 가해지는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4월 초 금융위원회는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하면서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가계 대출 쏠림 현상을 억제하겠다고 밝혔다. 가계대출 증가율을 지난해 1.7%보다 낮은 1.5%로 관리하고, 주담대를 별도로 관리하겠다는 내용이다. 그 대신 자금을 기업대출로 옮겨 첨단 산업 등 기업 혁신과 성장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목표다.
☞KB·종근당·삼정이 숨겨둔 노하우, 시니어 부동산 선점 전략은?
◇ 4개월만에 1년치 늘어난 기업대출, 연체율도 함께 상승
올해 들어 4개월간 증가한 기업대출 잔액은 작년 증가분(약 24조원)에 근접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전체 기업대출 중 대기업 대출 잔액은 작년 말 180조2992억원에서 12조6027억원 늘어난 182조9019억원으로 증가했다. 중소기업대출은 357조2999억원, 개인사업자대출은 325조8628억원으로 작년 말 대비 각각 7조3062억원, 1조4303억원 늘었다.
하지만 미국-이란 전쟁 등의 여파로 원리금을 제때 상환하지 못하는 기업이 늘면서 연체율도 함께 들었다. 2금융권 이하 금융사뿐 아니라 5대 은행의 건전성에도 문제가 생겼다. 연체율 단순 평균이 0.4%로 작년 말 0.34%보다 높아졌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0.46%로 더 높았다.
건전성뿐 아니라 영업 측면에서도 기업대출 증가가 불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신규 대출금리를 4.2%, 기업대출 금리는 연 4.14%로 나타났다. 한 달 전보다 0.06%p 낮은 수치다. 세부적으로 보면 대기업 대출이 4.11%(-0.02%p), 중소기업 대출 4.17%(-0.11%p) 등으로 나타났다.
흔히 ‘적금 금리’로 불리는 저축성 수신금리도 2.83%에서 2.82%로 내렸지만, 하락폭이 적다. 은행의 수익성으로 직결되는 지표 중 하나인 예대금리차(NIS)는 1.43%에서 1.38%로 줄었다. 정부 정책 기조에 따라 기업대출을 늘렸더니 수익성이 안 좋아진 상태다.
은행이 자금을 조달하는 금리는 오히려 폭등했다. 1년 만기 은행채 금리는 3월 말 기준 연 3.24%로, 2월 말보다 0.34%p 올랐다. 비싸게 자금을 조달해 기업들에 싸게 빌려준 셈이다.
☞ 매물1대1 컨설팅! 왕초보도 낙찰까지 프리패스하는 ‘원스톱 리포트’ 받기
주요 금융사의 경우 아직은 기업대출로 인한 실적 성장이 건전성에 문제를 준 수준은 아니다. 올해 1분기 5대 금융지주의 위험가중자산(RWA) 증가율은 ▲KB금융 5.2% ▲신한금융 3.4% ▲하나금융 4.2% ▲NH농협금융 6.9% ▲우리금융 3.4%로 나타났다. 당기순이익 성장률은 ▲KB금융 11.5% ▲신한금융 9% ▲하나금융 7.35% ▲NH농협금융 21.7% ▲우리금융 -2.4%로 집계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대출 규모가 커지는 가운데 건전성 관리도 필요한 상황”이라며 “아직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대출 부문이 건전성 리스크로 이어질 정도는 아니지만 관리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 “AI 투자는 글로벌 트렌드, 주식-수출 좋은 이번이 기회”
금융권에서 생산적 금융 대전환의 부작용이 나타날 조짐이 보이지만, 정부의 기조는 아직 흔들리지 않고 있다. 금융위는 부동산 투기 수요 차단과 금융 소외 계층 지원을 위한 TF팀을 가동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중동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 호황과 수출 호조 등을 고려하면 일명 ‘부동산 절연’의 기회라는 평가도 나온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달 4일 “부동산 투기 요인과 금융을 절연시켜야 한다”며 부동산과 금융의 절연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0일 SNS를 통해 “부동산과 금융의 절연을 공식 선언한 것이 의미가 크다”며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편법 증여, 허위 거래 신고 등 시장 질서를 해치는 불법·탈법 행위가 없었는지 총리실, 국세청, 금감원 등과 협력해 점검과 조사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배문성 라이프자산운용 이사는 “AI 인프라 투자는 글로벌 트렌드이다 보니 한국도 흐름을 따라가야 하는 상황에서 기업대출이 늘어 연체율이 높아지는 것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반도체 관련 주식시장이 호황인 데다 수출 실적이 좋기 때문에 금융 구조를 개편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 상태”라고 평가했다. /raul164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