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5.11 06:00
해외부동산 ‘환헤지’ 안전장치, 환율 급등으로 수천억 정산금
영업인가 당시 국토부 ‘비율 100% 권고’, 결국 법정관리 ‘나비효과’
영업인가 당시 국토부 ‘비율 100% 권고’, 결국 법정관리 ‘나비효과’
[땅집고]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리츠가 안전 장치로 맺은 ‘환헤지(Hedge)’ 계약이 원화 가치 급락으로 거액의 빚으로 되돌아왔다. 인가 과정에서 국토교통부의 환헤지 비율 100% 권고가 제이알글로벌리츠 ‘흑자 부도’로 이어지는 나비 효과를 일으켰다는 분석이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달 4일 지급 예정이던 환헤지 정산금 약 1000억원 중 800억원에 대한 만기를 2027년 11월로 연장했다. 지난 4월 27일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뒤 전자단기사채, 공모채 상환 실패, 배당금 미지급 등 리츠 시장에서 후폭풍이 불고 있는데, 그 원인으로 환헤지 약정이 꼽히고 있다.
2020년 상장한 제이알리츠 해외부동산 투자 특화 리츠다. 벨기에 브뤼셀 소재의 파이낸스타워를 주요 투자 부동산 자산으로 담고 있다. 주요 임차인은 벨기에 재무부, 복지부 등 연방정부 주요 부처로, 안정적인 투자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품으로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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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난달 전단채 400억원, 공모사채 600억원 상환에 실패해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벨기에 정부 부처로부터 안정적인 임대료 수익을 올리고 있었지만, 정작 빚을 갚을 현금 흐름이 막히면서다.
주요 자산인 파이낸스타워의 자산 가치 평가액이 2024년 말 12억 유로였는데 2026년 4월 대주단에 의해 9억2000만 유로로 조정됐다. 이 때문에 LTV는 48.4%에서 61.02%까지 치솟았는데, 캐시트랩(자금동결) 발동 기준인 52.5%를 초과했다. 캐시트랩은 자산 건전성이 일정 기준 이하로 떨어질 때 작동하는 현금 흐 차단 장치로, 현금 수익이 투자자 배당으로 지급되지 않고 대주단의 관리 계좌에 적립된다.
◇ 고금리-고환율 ‘울타리’ 기대했던 환헤지, 수천억 빚으로
일시적인 자금 경색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지만, 사채 등 차입금이 급격히 불어난 배경에는 고금리와 환율 급등이 있다. 2020년 벨기에 자산 매입 당시 담보대출로 조달한 5억8390만 유로(약 1조원)을 지난 2024년 리파이낸싱 과정에서 금리가 1%대에서 4%대로 치솟았다.
리파이낸싱 시점 기준으로 빌딩의 자산가치도 하락해 대출한도까지 줄었다.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국내에서 사채 2200억원을 발행했는데, 전체 사채 원리금 4000억원 중 절반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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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제이알글로벌리츠의 재무 상황을 악화시킨 결정적 요인은 환헤지로 꼽힌다. 환헤지는 환율 변동에 따른 불확실성을 없애기 위한 장치로, 시중 은행과 약정 환율을 기준으로 통화를 스왑하는 방식이다. 약정 환율보다 환율이 내리면 투자 원금을 지키는 방패 역할을 하고 반대로 오르면 리스크를 떠안은 스왑은행에 환율 차이에 따른 정산금을 지급해야 한다. 환율 변동에 따른 채무 성격이 짙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하나은행과 2023년 2월 3억 유로 규모의 환헤지 계약을 맺었는데, 당시 기준 환율은 1400원대였다. 올해 들어 환율이 1700원대까지 폭등하며 하나은행에 지급해야 할 정산금은 1000억원에 달했다. 200억원은 기 납입했으나, 나머지 800억원은 지급에 실패하고 2027년 11월까지 만기를 연장했다.
재무적 부담으로 6개월 단위의 제이알글로벌리츠 주주 배당도 줄었다. 경영공시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4년 말까지 주당 190~195원(총 375억~385억원)을 배당했지만 2025년 상반기부터는 주당 115원(총 227억원)으로 급감했다. 그마저도 자금이 묶여 사채 차환을 마칠 때까지는 배당이 불가능한 상태다.
◇ ‘비율 100%’ 권고, 재무 악화 부메랑으로
리츠업계에서는 국토부의 환헤지 100% 비율 권고가 결과적으로 제이알글로벌리츠의 위기를 초래했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토부는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리츠를 인가해줄 때 환헤지 비율을 100%로 권고했다. 비율이 높을수록 환율 하락 시 자산 가치와 배당금을 보호해준다.
문제는 환율 급등기에 현금 정산금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진다. 이익의 90% 이상을 배당해야 하는 리츠의 특성상 현금을 쌓아둘 수 없어서 환헤지 정산금이 커지면 재무상태에서 빨간불이 켜진다.
리츠업계에 따르면, 환헤지 비율이 권고 사항이었음에도 영업인가를 받아야 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사실상 강제성이 있는 조치였다. 2024년 말부터 리츠의 환헤지 정산금 부담이 문제가 되자 국토부는 업계 의견을 수렴해 완화 방안을 내놓았다. 제이알글로벌리츠 관계자는 “환헤지는 리츠 설립 시점인 2020년 영업인가 과정에서 권고된 조건으로, 시장 초기에는 환헤지 비중을 운용사가 자율적으로 조정하기 어려운 규제 환경이었다”고 밝혔다.
2025년 들어 리츠사에 환헤지 비율을 조정할 수 있는 재량권이 부여됐으나, 이미 환율이 대폭 오른 뒤였다. 제이알글로벌리츠 측은 “당사 부담의 누적 환정산금 규모를 고려하면, 환헤지를 임의로 청산 또는 대폭 조정할 경우 누적 정산금이 당기손실로 확정되며 배당가능이익에 영향을 받아 배당이 삭감 또는 생략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raul164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