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5.11 06:00
서울 대단지도 전세 ‘0건’, 월세는 250만원
서울 임대차 시장 ‘소멸 경고등’
청년 주거, 옥탑과 서울 외곽으로 내몰려
서울 임대차 시장 ‘소멸 경고등’
청년 주거, 옥탑과 서울 외곽으로 내몰려
[땅집고] 서울 임대차 시장에 이른바 ‘매물 절벽’을 넘어 ‘매물 소멸’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전세 매물은 사실상 자취를 감추고, 그 자리를 고가 월세가 빠르게 대체 중이다. 현장에서는 “이제는 전세를 구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 “전세는 씨가 말랐다”…성북·강북 아파트 ‘텅 빈 임차 시장’
서울 성북구 일대 주요 아파트 단지는 전세 매물이 사실상 ‘제로(0)’ 수준이다. 성북구 총 864가구 규모 ‘삼선푸르지오’는 현재 전세 매물이 단 한 건도 없다. 남아 있는 것은 전용 59㎡ 기준 보증금 1억원에 월 250만원짜리 월세뿐이다. 인근 ‘삼선현대힐스테이트(총 377가구)’ 역시 전·월세 매물이 전무한 상태다. 강북구의 대단지인 SK북한산시티(총 3830가구)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전세 매물은 3건, 월세는 4건에 불과하다. 현지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 매물을 보러 다닐 상황이 아니라 나오면 바로 계약해야 하는 수준”이라며 “아파트 월세도 체감상 1.5배 이상 올랐다”고 말했다.
문제는 아파트에서 밀려난 수요가 향하는 빌라·다가구 시장도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성북구의 한 다가구 주택에서는 투룸 전세 매물이 1년 넘게 거래되지 않고 있다. 현장에서는 대출 규제를 핵심 원인으로 꼽는다. 다가구 주택은 구조적으로 여러 세입자의 보증금이 얽혀 있어 후순위 위험이 크기 때문에 금융기관의 심사가 까다로운 편이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다가구는 사실상 전세대출이 거의 안 나온다고 보면 된다”며 “새로운 세입자는 들어올 수 없고, 기존 세입자는 보증금을 못 받아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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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급 말고 월세만 올라”…옥탑행 결정하는 청년층
월세 역시 부담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서울 성북구 일대 1.5룸의 경우 과거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40만~50만원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같은 조건에 월 100만원까지 요구되는 매물이 등장했다.
서울 광진구 월세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옥탑방에 거주 중인 20대 청년 이씨는 “전세 매물 찾기가 어려워 월세로 왔다”며 “옥탑이 아니면 80만~100만원 수준이라 선택지가 없었다”고 전했다. 오피스텔을 월세 100만원에 거주 중인 30대 직장인 최씨는 “월급 대비 월세 지출 부담이 상당하다”며 “서울에 계속 살 수 있을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지난해 10월 발표된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와 실거주 의무 강화로 ‘갭투자’가 사실상 차단되면서 전세 공급이 크게 줄었다. 집주인의 실거주 전환도 전세 감소를 가속화한 요인이다. 실제 약 4만4000건 수준이던 임대차 매물은 6개월 만에 30% 이상 감소했고, 전세 매물은 37% 넘게 줄었다. 전세수급지수는 105를 넘어서며 약 4년 반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수요가 공급을 크게 초과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여기에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증가, 입주 물량 감소, 대출 규제, 금리 부담까지 겹치며 공급 축소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오는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도 변수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매물 출회보다는 ‘버티기’가 늘어나면서 임대차 공급이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의 본질을 ‘수급 불균형’으로 진단한다. 박합수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전월세 시장은 가구 분화와 이동 수요까지 더해져 수요가 계속 늘어나는 구조”라며 “공급을 빠르게 확충하지 않으면 시장 불안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신도시 등 신규 주택 공급 확대가 병행되지 않으면 전세 시장 안정은 어렵다”고 강조했다. /chujinzer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