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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뒷북에 개미 은퇴자금 5000억 공중분해…부실한 리츠 관리의 결말

    입력 : 2026.05.07 06:00

    리츠 첫 법정 관리, ‘주무부처’ 국토부 책임론
    담당 부서 인력-전문성 부족 지적
    [땅집고] 제이알글로벌리츠의 주요 자산인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타워./제이알글로벌리츠 홈페이지

    [땅집고] 사상 초유의 상장 리츠 법정 관리 사태로 2만8000여명의 ‘은퇴 개미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게 됐다. 리츠를 “안정적인 우량 투자처”로 홍보했던 국토교통부는 인력과 전문성 부족으로 자금 경색 가능성을 제대로 감지하지 못하고 ‘뒷북’ 대응만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지난 4월 27일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리츠 시장에 후폭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리츠를 “안정적이고 우량한 투자처”로 홍보한 국토부의 책임론이 부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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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상장한 제이알리츠 해외부동산 투자 특화 리츠다. 벨기에 브뤼셀 소재의 파이낸스타워를 주요 투자 부동산 자산으로 담고 있다. 주요 임차인은 벨기에 재무부, 복지부 등 연방정부 주요 부처로, 안정적인 투자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 상품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자산가치 하락으로 인한 자금 동결 조치가 취해져 4월 27일까지 갚아야 할 400억원 규모의 단기사채를 상환하지 못하고 회생절차를 밟게 됐다. 이어 30일 만기된 600억원의 공모채, 이달 4일 환헤지 정산금 상환하지 못했다.

    ◇ “안정적인 우량 투자처” 홍보 믿었는데…

    투자업계에서는 리츠 주무부처인 국토부의 책임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2022년 국토부가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와 함께 ‘공모, 상장 활성화를 위한 리츠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한 지 4년만에 리츠 업계의 첫 법정 관리 사례가 나오면서다.

    당시 국토부는 리츠에 대해 “다수의 투자자에게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 운용하고 수익을 배당하는 간접투자기구”라며 “저금리 상황에서 국민의 건전하고 안정적이면서도 우량한 투자처”라고 홍보했다.

    국토부는 규제 완화의 기반을 마련한 데 이어 2024년 ▲프로젝츠 리츠 도입 ▲공모 절차 간소화 ▲자산재평가 허용 등 ‘리츠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순이익를 내고도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이른바 ‘흑자 부도’를 맞았다. 공모가 5000원으로 상장한 주가는 지난해 말 2800원에서 거래중지 전 1182원까지 급락했고, 현금 흐름을 중시하는 은퇴자 등 소액주주 약 2만8000명이 피해를 입게 됐다. 주가 폭락과 회사채 부실 등으로 개인투자가들이 입을 손해규모는 5000억원에 육박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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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뒷북’ 대응 지적…인력-전문성 논란

    부동산투자회사법상 인가권자인 국토부는 그간 인가만 내주고 사후관리가 허술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인력과 금융 전문성 등이 리츠 시장을 관리하기에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2002년 도입된 리츠는 올해 3월 말 기준 457개까지 늘어났으며, 운용 자산은 123조원을 넘겼다. 그러나 담당 부서인 부동산투자제도과의 전체 인원도 8명에 그친다.

    올해 들어 국토부 내 담당 부서 인력에도 변화가 있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2023년 말부터 리츠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임했던 국토부 부동산투자제도과장이 올해 초 교체됐다. 신임 과장은 오는 7월 타 업무에 내정된 임시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국토부는 제이알글로벌리츠에 대한 특별점검을 실시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채무 관리에 대한 개선 지시가 있었는데, 결국 법정관리 신세가 됐다. 법정관리 신청 이후 위법 관련 조사에 착수했고, 김이탁 1차관 주재로 긴급 점검회의를 여는 등 ‘뒷북’ 대응 논란에 휩싸였다.

    파이낸스타워는 벨기에 정부 부처를 임대인으로 두고 있어 안정적인 임대료 수익이 들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2024년 말 5억8390만 유로 규모의 리파이낸싱 당시 자산가치는 12억 유로였는데 2026년 4월 대주단은 가치 평가를 9억2000만 유로로 조정했다. LTV는 48.4%에서 61.02%까지 치솟았는데, 약정상 캐시트랩 발동 기준인 52.5%를 초과해 자금이 동결됐다.

    캐시트랩은 부동산 대출 약정 시 자산 건전성이 일정 기준 이하로 떨어질 때 작동하는 현금 흐름을 차단하는 장치다. 현금 수익이 투자자 배당으로 지급되지 않고 대주단의 관리 계좌에 적립된다.

    국토부가 분기, 반기 보고서를 통해 리츠의 재무 상태를 점검할 의무가 있는데, 이번 사태와 관련해 약정 위반 가능성을 사전에 감지하고 대응하는 체계가 미흡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태 발생 이후 합동점검이 사후 대응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는 대목이다.

    한 리츠 업계 관계자는 “제이알리츠의 유상증자 철회와 단기사채 발행 확대 등 경고 신호가 반복됐는데 주무부처, 금융당국 등은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국토부 측에서도 억울한 측면이 있다. 리츠 업계에 구조적인 문제로 비롯된 것이 아닌 데다 제이알글로벌리츠에 대해서도 채무 관련 선제 대응을 요구한 바 있다. 국토부 측은 “명확한 위법 사항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사전 제재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raul164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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