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5.07 06:00
출근길엔 지옥철, 낮엔 텅 빈 경전철
수요 예측 실패에 무임승차 부담
‘혈세 먹는 하마’ 될 수밖에 없는 구조
수요 예측 실패에 무임승차 부담
‘혈세 먹는 하마’ 될 수밖에 없는 구조
[땅집고] 도시 외곽과 교통 소외지역을 잇기 위한 대안으로 도입된 ‘경전철’. 차량 규모를 줄여 건설비와 운영비를 낮춘다는 취지였지만, 현실은 기대와 정반대다. 매년 수백억원의 적자가 누적되고, 사업은 지연되며, 출퇴근 시간에는 극심한 혼잡까지 겹치는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 20년째 제자리… 서부선, 결국 민자 포기 수순
서울 서북권 핵심 교통 호재로 꼽히던 서부선 경전철은 대표적인 지연 사례다. 2008년 처음 언급된 이후 2015년 현재의 노선으로 구체화됐지만, 약 1조5000억원 규모의 민간투자사업은 사실상 추진이 지연되고 있다.
발단은 급격한 공사비 폭등이었다. 10년 전 수준에 묶인 공사비로는 "수익을 내기 불가능한 구조"라는 라는 인식이 확산되자, 컨소시엄의 핵심 축이었던 GS건설(지분 17%)과 현대엔지니어링(7%), 롯데건설 등 대형 건설출자자(CI)들이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줄줄이 이탈했다. 주간사인 두산건설이 빈자리를 채울 대체 투자자 모집에 나섰지만, 고금리와 PF 경색 여파로 재무적투자자(FI)들마저 외면하며 결국 신규 자금 조달에 최종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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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우선협상대상자인 두산건설 컨소시엄이 건설출자자(CI)와 재무적투자자(FI) 모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서울시는 민자 방식을 재검토하고 재정사업 전환 가능성도 검토 중이다. 사업이 약 20년 가까이 표류하면서 지역 분위기도 변화했다. 초기에는 교통 호재 기대감으로 일부 매물 회수와 가격 상승 움직임이 나타났지만, 현재는 사업에 대한 언급도 확연히 줄어든 상황이다.
경전철이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구조’다. 2~3량 소형 열차로 운행되는 경전철은 노선 길이가 짧고 배후 수요가 제한적이다. 간선 역할보다는 보조 노선 성격이 강해 특정 시간대·구간에만 수요가 몰린다. 문제는 수익 구조다. 요금을 크게 올리기 어렵고, 환승 할인 체계까지 적용되면서 실제 확보 가능한 수익은 제한적이다. 반면 최근 수년간 공사비와 인건비, 자재비는 급등했다. 여기에 고금리까지 겹치며 민간 자본 유치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졌다는 평가다. 현장에서는 “과거 낮은 사업비 기준으로 공사를 요구하니 시공사가 참여를 꺼리는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출근길은 ‘지옥철’, 낮에는 ‘텅텅’… 수요도 양극화
이미 운영 중인 노선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서울 최초 경전철인 우이신설선은 대표적인 사례다. 출근 시간대에는 극심한 혼잡이 반복된다. 일부 구간에서는 승객이 열차를 2~3대 보내는 일이 흔하고, 많게는 5대까지 보내야 탑승할 수 있다는 증언도 나온다. 반면 오전 10시 이후에는 이용객이 급감하며 한산한 모습이다. 실제 수요도 예측과 큰 차이를 보였다. 우이신설선의 하루 평균 수송 인원은 약 7만5000명으로, 당초 예측치(13만명)의 약 58% 수준에 그쳤다. 무임승차 비율은 36.2%로 예상치(11.6%)의 3배를 넘었다.
경전철의 재정 부담은 이미 현실화됐다. 의정부 경전철, 용인 경전철, 부산김해경전철 등은 민자사업 실패 이후 재구조화나 재정 지원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초기 사업 설계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한다. 환승 할인 제도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익을 예측했고, 실제 운영에서는 요금 수입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구조적인 적자가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경전철은 본래 ‘저비용 대안’으로 출발했지만, 실제 사업에서는 예상보다 큰 비용이 투입되는 경우가 많다. 소형 열차를 운행하더라도 지하 건설과 선로, 신호 시스템, 역사 구축 등이 포함되면서 사업비가 크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최진석 철도경제연구소장은 “지하 경전철은 건설비 부담이 큰 구조여서 비용 대비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버스 전용차로 등 다른 교통수단과의 경제성 비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동북선은 예외 될까… 착공했지만 ‘성공은 미지수’
이런 가운데 일부 노선은 실제 공사가 진행 중이다. 대표적으로 동북선 경전철은 왕십리에서 상계까지 약 13km를 연결하는 노선으로, 동대문·성북·강북·노원 등 서울 동북권을 관통하는 핵심 축으로 꼽힌다. 해당 사업은 민간투자 방식으로 추진되며, 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이 참여해 금융약정 체결 이후 본격적인 공사에 착수했다. 현재 공정이 진행 중인 몇 안 되는 경전철 사업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도 크다. 다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신중한 시각이 많다. 최근 경전철 사업들이 수요 예측 실패와 수익성 문제로 잇따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동북선 역시 개통 이후 실제 이용객 규모와 운영 수익이 계획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동북권은 기존 지하철과의 환승 비중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환승 할인 구조 속에서 실질적인 운임 수입이 얼마나 확보될지가 핵심 변수로 꼽힌다. 결국 동북선은 ‘성공 사례’가 될지, 아니면 기존 경전철과 같은 한계를 반복할지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다./chujinzer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