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5.06 06:00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바꾼 부동산 지각변동] ⑦ SK하이닉스 본사가 있는 이천은 정작…미분양 무덤
돈은 풀렸는데 수요는 빠졌다?…수지·판교로 이동한 수요
돈은 풀렸는데 수요는 빠졌다?…수지·판교로 이동한 수요
[땅집고] SK하이닉스 본사가 자리한 이천시의 아파트 매매가와 전세가가 최근 서울·경기 지역에서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SK하이닉스는 AI 병목현상으로 HBM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대규모 이익을 냈고, 올해 2월 임직원들에게 영업이익의 10%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했다. 그러나 이천 부동산 시장은 오히려 찬바람이 불고 있다. 전세가는 -1.3%, 매매가는 -2.0% 하락했다. 통상 소득 증가는 인근 지역 주택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지만, 이번에는 예상 외의 정반대 흐름이 나타났다.
◇ 이천, 외지 투자 비중高
지난달 23일 SK하이닉스가 발표한 올해 1분기 실적에 따르면 영업이익은 37조6100억원을 기록했다. 경쟁사인 TSMC의 영업이익률(58.1%)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47조2063억원에 달한다. 이를 바탕으로 기본급의 2964%에 해당하는 성과급이 지급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SK하이닉스는 연간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한다. 올해 1분기에만 지난해 실적의 약 80%를 달성한 만큼 추가 성과급 기대도 커지고 있다. 올해 성과급으로 7억에서 10억까지 지급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이 같은 반도체 성과급 폭탄에도 이천 집값은 하락세를 보인다. 이천캠퍼스 인근 부발읍 아미리 ‘현대성우2단지’ 전용 84㎡는 이달 4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2023년 10월 최고가(5억1500만원)보다 8500만원 낮은 수준이다.
약 2만명에 달하는 하이닉스 종사자의 소득이 증가했음에도 집값이 하락한 배경은 단순 수급을 넘어선다. 이천은 세종시처럼 특정 산업 의존도가 높고 외지 투자 비중이 큰 도시다. 여기에 다주택자 규제 강화가 겹치며 투자 수요가 빠르게 이탈했다. 실수요가 시장을 지탱하기 전에 투자 매물이 쏟아지면서 가격 하락 압력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아파트 실거래가 앱 ‘아실’에 따르면, 올해 2월까지 이천시 아파트 미분양 추이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1월을 기점으로 미분양 물량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1015가구였던 미분양은 올해 2월 1713가구로 늘어 약 69% 증가했다. 상반기 들어서도 대단지 미분양이 잇따르면서 미분양 물량은 앞으로 더 큰 폭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SK하이닉스 인근 신축 대단지에서도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671가구 규모로 2028년 5월 입주 예정인 ‘아미리 이천부발역에피트’는 전용 84㎡ 단일 평형으로 구성됐지만 일부 타입에서 청약 경쟁률이 0.24대 1에 그쳤다. SK하이닉스와 차량으로 약 4분 거리에 위치한 ‘아미리 부발역에피트에디션’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총 706가구 규모로 2028년 2월 입주 예정인 이 단지는 전용 84㎡C 타입이 0.08대 1을 기록하며 사실상 미달 수준의 성적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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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판교로 이동한 수요
셔틀버스의 힘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기업들이 지역 사업장 인력 확보를 위해 수도권 주요 거점에 통근버스를 늘리면서 셔세권은 더 뚜렷해지고 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용인시 수지구·하남시 미사·서울 위례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SK하이닉스는 이천·청주 사업장에서 약 500대의 통근버스를 운영하며 하루 2만명가량의 출퇴근을 지원한다. 소득이 증가한 근로자들은 더 나은 주거 환경으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인다. 학군과 생활 인프라, 자산 상승 기대를 동시에 고려한 선택이다. 대표적인 이동지를 꼽으라면, 용인시 수지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셔틀이 모두 정차하는 수지구 성복동 ‘성복역롯데캐슬골드타운’ 전용 84㎡는 지난달 17억4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1년 전 12억~13억원 수준과 비교하면 3억원 이상 상승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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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수지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 사이 단숨에 4.25% 상승했고, 4월까지도 오름세를 이어갔다. 이 밖에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신도시, 서울 강동구 고덕지구, 미사강변도시·위례신도시·감일지구 등으로 수요가 분산되면서 이천 근로자들이 인근 핵심 주거지 집값을 끌어올리는 흐름이 나타난다.
정부가 수도권 외곽에 공공분양·신혼희망타운·임대주택을 대량 공급해도 서울 집값이 쉽게 안정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산업단지에서 발생한 소득이 해당 지역에 머무르지 않고, 더 선호도가 높은 주거지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교통망이 잘 갖춰진 지역일수록 직주근접보다 주거 선호 이동이 더 강하게 나타난다”며 “이천처럼 소득 기반이 탄탄한 도시일수록 인근 핵심 주거지의 집값을 끌어올리는 구조가 반복된다”고 말했다. /ks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