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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설' 삼성물산의 돌변, 정비사업 9조 '싹쓸이'…커지는 '물량폭증 리스크'

    입력 : 2026.05.06 06:00

    재건축 판 흔드는 삼성물산
    지난해 연간 수주 9조 돌파
    과다 수주에 리스크 관리 시험대

    [땅집고] 지난 2월 삼성물산 임직원들이 서울 강남구 압구정4구역에서 도열 행사를 하고 있다./삼성물산

    [땅집고] 한때 시장에서 ‘철수설’까지 나돌던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국내 정비사업 시장에서 공격적인 수주 행보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등 그룹사의 탄탄한 설비 물량을 기반으로 기초체력을 다진 뒤, 과거의 ‘선별 수주’ 기조에서 벗어나 공격적인 영업으로 선회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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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 회사가 아파트 지어야 하나? 5년 공백 깨고 수주 공세

    삼성물산은 지난 2015년 서울 서초 무지개아파트 수주전에서 GS건설에 패한 뒤, 2020년까지 약 5년 동안 도시정비사업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당시 업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사석에서 “반도체 만드는 회사가 아파트까지 만들어야 하느냐”고 언급했다는 소문이 돌며 삼성물산의 주택사업 철수설이 기정사실화되기도 했다.

    [땅집고] 삼성물산 도시정비사업 연간 실적 추이.

    하지만 2020년 전열을 재정비하고 돌아온 삼성물산의 행보는 거침이 없다. 2021년 9117억원, 2022년 1조8686억 원, 2023년 2조951억원, 2024년 3조6398억원 수준이었던 수주 규모는 지난해 10조원에 육박할 만큼 급등했다. 삼성물산은 이후로 2022년까지 도정사업에서 의욕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는데, 지난해에는 연간 역대 최대치인 9조2000억원의 수주고를 기록하며 현대건설과 함께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 건설업계의 대표적인 장수 CEO로 꼽히는 오세철 삼성물산 사장은 2021년 취임한 이래 6년 째 건설부문을 이끌고 있다.

    [땅집고]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삼성물산

    ◇이재용 사법 리스크 해소

    이러한 ‘돌변’의 배경에는 사법 리스크 해소와 경영 정상화가 자리 잡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최치훈 삼성물산 전 이사회 의장, 이영호 삼성물산 전 사장 등은 대법원으로부터 업무 상 배임 혐의에 대해 최종 무죄 판결을 았받았다. 검찰은 이 회장이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기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회계부정과 부정거래를 주도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삼성물산이 10년간 발목을 잡았던 법적 불확실성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삼성물산은 과거엔 그룹 발주 사업이 전체 도급액의 70%를 차지했을 정도로 계열사 의존도가 높았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등 그룹사가 발주한 대규모 물량을 확보하며 수익성을 극대화했고, 이를 바탕으로 최근 정비사업 시장에서도 공격적인 베팅에 나서고 있다. 과거 ‘클린 수주’를 명분으로 과열 경쟁을 피하던 소극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이제는 필요한 사업지라면 치열한 다툼도 마다하지 않는 ‘전투적’인 모습으로 탈바꿈했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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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압구정·신반포 등 ‘강남 랜드마크’ 정조준

    삼성물산은 지난해 한남4구역 재개발을 비롯해 개포우성7차, 신반포4차, 장위8구역 등 서울 핵심 사업지를 대거 확보했다. 올해 역시 정비사업 수주 목표를 7조 7000억원으로 잡았다. 올해는 국내 도시정비 시장 규모가 역대 최대인 8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가장 주목받는 곳은 강남 재건축의 상징인 압구정4구역이다. 이미 1차 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해 수의계약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이외에도 신반포 19차와 25차 수주전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며 포스코이앤씨 등 대형 건설사들과 진검승부를 벌이고 있다.

    다만 공격적인 수주 기조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과거 ‘클린 수주’를 내세워 경쟁을 자제하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주요 사업지에서 적극적으로 맞붙으면서 사업 리스크도 함께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개포우성7차 수주를 두고 대우건설과 맞붙으면서 양 사의 고소전도 벌어졌다.

    게다가 수주 현장이 늘어나면 현장 관리 부담도 커지고, 각종 사망 사고 발생 가능성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GS건설이 대표적이다. 도시정비 수주 실적을 보면, 2021년 5조1437억원, 2022년 7조1476억원으로 높았다가 2023년 1조5878억원까지 급감했다. 2023년엔 검단 아파트 붕괴 사고 여파로 4월까지 1조원 넘게 도시정비를 수주하며 순조롭게 한 해를 출발했지만, 이후 신규 수주를 중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장이 많아질수록 공사비 갈등이나 금융 부담 등 잠재 리스크도 함께 커질 수밖에 없다”며 “공격적인 영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법 홍보 활동이나 과열 경쟁 논란 등을 선제적으로 개선하고 관리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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