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5.02 06:00
하이엔드 브랜드 앞세워 강남권 소규모 단지 수주
사업성보다 브랜드 깃발 꽂는 전략
사업성보다 브랜드 깃발 꽂는 전략
[땅집고]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건설사의 하이엔드 브랜드 시공 실적이 조합원 표심을 좌우하는 핵심 지표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최근 주요 건설사들은 강남권에서 200가구 안팎의 소규모 단지에도 하이엔드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우며 ‘레퍼런스(실적) 쌓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향후 대형 사업지 수주를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강남권 소규모 단지에 하이엔드 적용 열풍
최근 강남권 정비사업의 격전지인 반포·잠원 일대에서는 단지 규모 300가구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에도 대형 건설사의 최상위 브랜드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오는 7월 입주를 앞두고 있는 서초구 잠원동 ‘오티에르 반포(신반포21차)’와 사업을 추진 중인 ‘드파인 반포(신반포20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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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한 ‘오티에르 반포’는 총 251가구, 2개 동 규모로 사실상 나홀로 아파트에 가깝다. 인근에 3000가구가 넘는 ‘반포자이’, ‘메이플자이’ 등 대단지가 포진해 있어 규모 면에서는 열세다. 그러나 지난 2020년 수주전 당시 포스코이앤씨는 하이엔드 브랜드 ‘오티에르’를 앞세워 파격적인 후분양 조건과 특화 설계를 제안해 자이 타운 조성을 내걸었던 GS건설을 꺾었다.
SK에코플랜트 역시 비슷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반포·잠원역 인근 112가구 규모의 ‘신반포20차’ 재건축 사업에 단독 입찰하며 자사 하이엔드 브랜드인 ‘드파인’을 적용하기로 했다. 향후 142가구로 탈바꿈하는 이 단지는 규모는 작지만, 입지적 상징성을 고려해 ‘드파인 반포’라는 이름을 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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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사업지 수주 목적의 선행 투자
업계에서는 건설사들이 수익성 악화 위험을 무릅쓰고 소규모 단지에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하는 것을 두고 전략적 선행 투자라고 분석한다. 통상 하이엔드 브랜드는 일반 브랜드보다 설계, 마감재, 마케팅 비용 등 고정비가 많이 투입된다. 업계에 따르면 하이엔드 적용 시 3.3㎡(1평)당 공사비가 일반 단지 대비 150~200만원가량 상승한다. 대단지의 경우 이러한 비용을 분산할 수 있지만, 300가구 미만 소단지는 가구당 부담해야 할 사업비가 크게 늘어난다.
특히 강남권은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일반 분양가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는 반면, 조합원들의 고급화 요구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건설사 입장에서는 이익을 남기기 어려운 구조다.
그럼에도 건설사들이 반포 하이엔드 타이틀에 집착하는 이유는 향후 대규모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활용할 ‘쇼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하이엔드 브랜드는 단순한 고급 주거 상품이 아니라 향후 수주전에서 활용되는 핵심 마케팅 자산”이라며 “규모가 작더라도 반포 같은 핵심 입지에 입성하는 것은 향후 대형 정비사업 수주를 위한 선행 투자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mjba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