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5.01 06:00
5년만에 대표 복귀, LP 신뢰 회복 ‘구원투수’
부동산자산운용 ‘토종 1세대’ 코람코→이지스 거쳐.
부동산자산운용 ‘토종 1세대’ 코람코→이지스 거쳐.
[땅집고] 이지스자산운용을 국내 1위 부동산자산운용사로 만든 조갑주 대표이사가 복귀했다. 최근 주요 출자자인 국민연금과 갈등을 빚으며 강남 한복판에 있는 핵심 자산 운용권을 잃고, 매각 절차까지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회사의 신뢰를 회복할 구원투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지난달 28일 이사회를 통해 조갑주 전 신사업추진단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2021년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던 조 신임 대표는 약 5년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IB업계와 자산운용 업계에서는 조 대표의 복귀에 대해 “위기에 빠진 이지스를 살리기 위한 구원투수 등판”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외국계 투자회사에 매각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주요 출자자(LP)인 국민연금과 관계가 흔들리는 데다 서울 핵심지역 개발 사업에도 차질을 빚은 바 있다.
☞왕초보도 돈버는 경매 전략…땅집고옥션, 백발백중 투자법 제시
◇ ‘샐러리맨 신화’ 리츠 1세대→1위 운용사 대표
조 대표는 국내 ‘리츠’(REITs) 역사의 산증인이라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성균관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전공한 그는 삼성생명과 현대건설에서 부동산관리 업무를 경험한 뒤 2001년 국내 최초 부동산자산운용사인 코람코자산운용에 합류했다.
2001년 장교동 한화빌딩, 여의도동 대한방직 빌딩, 동교동 대아빌딩을 기초자산으로 한 2366억원 규모의 ‘코크렙 1호’를 출시했다. 이후 코람코에서 20여건의 리츠를 선보인 뒤 2011년 이지스자산운용에 합류했다.
조 대표는 2015년부터 2021년까지 대표이사를 역임하며 이지스를 국내 최대 부동산 운용사로 성장시켰다. 회사 지분 1.99%를 직접 소유하고 있고, 가족회사 지분 9.9% 등을 합치면 11.89%에 달한다. 창업주인 故 김대영 의장의 부인 손화자 씨의 12.4%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샐러리맨으로 시작해 국내 최대 규모의 부동산자산운용사의 전문경영자, 주요 주주 자리에 오른 것이다.
2021년 대표이사에서 물러나 신사업추진단장으로 역할을 바꾼 조 대표는 2023년 가족회사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직을 내려놨다. 가족 회사인 GFI를 통해 마곡CP4 등 이지스자산운용과 각종 개발 사업에 참여하면서 금전적 혜택을 받았다는 것인데, 금융감독원이 2023년 수시 검사를 진행한 바 있다.
☞ “찍어주는 물건만 사세요”AI가 분석한 수익률200% 리스트 매월 공개
◇ 국민연금과 갈등-매각 난항…구원투수로 등판
업계에서는 조 대표가 5년만에 복귀에는 이지스의 위기가 주요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산가치 약 4조원에달하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센터필드를 둘러싼 주요 LP인 국민연금과 갈등이 결정적이라는 분석이다. 이지스 성장 과정에서 주된 역할을 해온 조 전 대표가 LP들과 신뢰 회복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지스는 센터필드 부동산펀드 만기를 앞두고 매각을 추진했다. 하지만 주요 LP인 국민연금과 신세계프라퍼티가 수익자 협의 없는 매각 추진이라 지적하며 반대했고, 코람코로 운용사가 교체됐다. 국민연금 출자를 사업 기반으로 삼아온 이지스의 기업가치에도 적잖은 타격이 있었다. 작년 말 73조3000억원이던 전체 운용자산(AUM)은 3월 말 기준 65조3000억원으로 약 8조원 줄었다.
작년 말 매각 입찰에서 1조1000억원을 써낸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실사 등을 진행했음에도 아직 주식매매계약(SPA) 체결하지 못하는 등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 LP와 관계가 흔들리며 기업가치 산정에 이견이 커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매각 주관사인 모건스탠리가 최근 글로벌사모펀드(PEF) 운용사 칼라일에 인수 의향을 타진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힐하우스에 매각이 무산될 상황까지 고려해 조 대표가 복귀한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매각 무산 시 조 대표를 중심으로 지배구조 ‘새 판 짜기’가 논의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이지스 측은 매각 절차가 예정대로 진행 중이고, 주주 측과 힐하우스의 SPA 체결을 위한 세부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공식적으로 조 대표 선임은 매각 절차 진행과는 무관하다는 것이 이지스 측 설명이다. 조 대표의 역할에 대해 이지스 측은 “지분 매각과 관련한 사항은 주주대표에 일임하고 매각 프로세스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회사의 주요 사업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직접 챙길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외에도 이지스가 최근 추진 중인 주요 사업은 난항을 겪은 바 있다. 서울역 인근 대형 오피스 개발 사업인 ‘이오타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옛 밀레니엄 힐튼 호텔을 개발하는 이오타1 사업은 순항 중이나, 서울로·메트로타워를 개발하는 이오타2는 브릿지론 기한이익상실(EOD)로 인한 공매 위기에 몰렸다. 선순위 대주로 메리츠금융, NH투자증권, 후순위로 대명소노가 나서며 리파이낸싱에 성공해 사업 무산 위기를 넘긴 바 있다. /raul164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