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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가 장녀, 8개월 만에 이혼과 휴직…승계를 둘러싼 자매 전쟁

    입력 : 2026.04.30 06:00

    장녀 장기 휴직 속 차녀 지분·역할 확대
    세금 대응 명분 넘어 차녀 지배력 포석 해석도

    [땅집고]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의 장녀 서민정씨(왼쪽), 차녀 서호정씨(오른쪽). /아모레퍼시픽

    [땅집고]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차녀에게 약 300억원 규모 지분을 넘기면서, 장녀 중심으로 굳어지는 듯했던 승계 구도가 흔들리고 있다. 장녀 서민정씨가 장기 휴직 상태를 이어가는 사이 차녀 서호정씨로 지분 이전이 이어지면서, 그룹 후계 구도가 경쟁 국면으로 들어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서 회장은 지난달 27일 차녀 서호정씨에게 아모레퍼시픽 보통주 19만주, 지분율 0.27%를 증여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300억원 규모다. 이번 증여로 서 회장의 아모레퍼시픽 지분율은 9.02%에서 8.74%로 낮아졌지만, 그룹 지배구조에 직접적인 변화는 없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이번 증여가 과거 지분 이전에 따른 세금 재원 마련 목적이라고 설명한다. 서 회장은 2021년과 2023년에도 차녀에게 아모레퍼시픽홀딩스 주식을 증여한 바 있다. 증여세를 연부연납하는 과정에서 현금 확보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번 증여를 단순한 세금 대응책으로만 보지 않는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아모레퍼시픽 후계자로는 장녀 서민정씨가 유력하게 거론됐다. 1991년생인 서씨는 서울 대원외고와 미국 코넬대를 졸업한 뒤 전략컨설팅사 베인앤컴퍼니를 거쳐 아모레퍼시픽에 입사했다. 오산공장과 뷰티영업전략팀 등에서 근무하며 경영 수업을 받아왔다.

    2020년에는 보광창업투자 홍석준 회장의 장남 홍정환씨와 결혼하며 재계의 주목을 받았다. 삼성가와 혼맥으로 연결되는 결혼이라는 점에서 당시 재계 안팎에서는 상징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왔다. 결혼식은 서울 중구 장충동 서울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진행됐고,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등 삼성가와 보광·BGF그룹 인사 등 80여 명이 참석해 ‘세기의 결혼식’으로 불렸다.

    그러나 결혼 8개월 만에 파경을 맞았고, 이후 개인사와 맞물려 경영 행보도 눈에 띄게 줄었다. 이 같은 사실은 금융감독원 대주주 주식변동 공시 과정에서 드러났다.

    앞서 지난 2월 서경배 회장은 큰사위 홍정환 씨와 차녀 서호정 씨에게 각각 자사 주식 10만 주를 증여했다. 당시 종가(6만3200원) 기준 홍 씨가 받은 지분 가치는 약 63억원에 달했다. 공시 직후 재계에서는 ‘통 큰 사위 사랑’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5월 21일 공시에서 홍 씨의 지분이 보통주 기준 0.12%에서 0%로 변경된 사실이 확인됐다. 증여받았던 주식을 모두 반환한 것이다. 이에 따라 서 회장의 지분율은 53.66%에서 53.78%로 소폭 상승했다.

    지분 변동 공시 직후 아모레퍼시픽그룹은 두 사람의 이혼 사실을 공식 인정했다. 그룹 관계자는 “홍 씨가 증여받았던 주식을 반환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후 장녀 서민정씨는 2023년 7월 장기 휴직에 들어간 뒤 현재까지 경영 일선에 복귀하지 않고 있다.

    장녀의 공백이 길어지는 사이 차녀의 존재감은 커지고 있다. 1995년생인 서호정씨는 미국 코넬대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계열사 오설록에 입사했다. 현재 제품 개발과 마케팅 업무를 맡고 있다. 오설록은 그룹이 웰니스 사업 확장 과정에서 주목하는 계열사다. 지난해 매출 1108억원, 영업이익 115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 100억원을 넘겼다.

    [땅집고] 아모레퍼시픽 본사 입구. /뉴스1

    지분 구조도 차녀 쪽으로 서서히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서호정씨는 지난 2월 아모레퍼시픽과 아모레퍼시픽홀딩스 주식 약 101억원어치를 장내 매도했다. 반면 2029년 보통주로 전환되는 아모레퍼시픽홀딩스 우선주 172만8000주는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 현재는 의결권이 없지만, 전환 이후에는 지분 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물량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보통주 증여가 세금 재원 확보와 동시에 차녀의 승계 기반을 정비하는 성격을 갖고 있다고 본다. 보통주를 현금화해 증여세 부담을 줄이고, 우선주는 보유해 향후 보통주 전환 효과를 노리는 구조라는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전통적인 장자 승계 공식을 따르지 않은 기업으로도 꼽힌다. 서경배 회장 역시 창업주 고 서성환 회장의 차남이었지만 경영 능력을 인정받아 그룹을 이어받았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의 승계가 장녀 우선 원칙보다 경영 참여도와 지분 구조를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현재 두 자매의 지분 격차는 크지 않다. 보통주와 우선주를 합산하면 장녀 서민정씨 2.84%, 차녀 서호정씨 2.28% 수준이다. 차녀가 보유한 우선주의 보통주 전환 가능성을 고려하면 격차는 더 좁혀질 수 있다.

    결국 승계의 핵심 변수는 서경배 회장이 보유한 아모레퍼시픽홀딩스 지분이다. 서 회장은 아모레퍼시픽홀딩스 지분 50.28%를 보유하고 있다. 이 지분이 장녀와 차녀 중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이전되느냐에 따라 아모레퍼시픽의 후계 구도가 결정될 전망이다.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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