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4.26 06:00
햇빛 안 드는 침실, 창문 열면 옹벽뿐…법원 “중요 사항 미고지, 기망 행위”
[땅집고] “전 가구 다 테라스 준다더니, 아파트 창문 열면 옹벽 뷰만 보이는 반지하 그 자체입니다. 침실은 햇빛도 안 들어요. 미리 알았으면 여길 샀을까요?”
전남 여수시에서 바다 조망과 테라스를 내세워 분양한 아파트가 실제로는 뒷면이 막힌 반지하 구조로 드러난 가운데, 법원이 ‘계약취소 판결’을 내린 사례가 있어 화제다. 수분양자들은 거의 2년간의 소송 끝에 계약금과 중도금을 돌려받게 됐다. 법원이 시행사의 ‘고지 의무 위반’을 근거로 기망 행위를 직접 인정한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민사3-1부는 최근 여수시 소호동의 한 아파트 수분양자 7가구가 시행사 등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시행사가 분양 과정에서 이 같은 치명적인 단점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며, 수분양자들의 손을 들어준 것.
해당 아파트 1층 가구 계약자들은 2021년부터 2022년 사이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시행사는 바다와 인접한 입지, 전 가구 테라스 제공, 복층 설계의 타운하우스형 아파트라는 점을 강조하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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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23년 입주를 시작한 현장의 모습은 홍보와 딴판이었다. 단지가 경사진 언덕에 위치한 탓에 1층 세대는 전면만 지상일 뿐, 후면은 지하에 묻힌 ‘반지하 구조’였다. 특히 복층 세대 아래층에 위치한 침실은 채광이 전혀 되지 않았고, 창문을 열면 바로 앞 거대한 옹벽이 시야를 가로막았다. 1층의 최대 장점으로 꼽혔던 테라스조차 실제로는 ‘공용 조경 구역’에 해당해 개인적인 전용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재판부는 시행사가 수분양자들에게 반드시 고지해야 할 정보를 숨긴 채 계약을 체결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들이 1층 세대가 반지하 구조라는 점과 테라스 부분을 전용할 수 없다는 점을 설명하지 않아 원고들을 기망했다”며 “이 사건 공급계약을 취소하고 지급받은 계약금 및 중도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시행사가 원고 5명에게 각각 3억2000만~4억200여 만원을 지급할 것을 주문했다. 담보 대출이 얽힌 나머지 2명에 대해서는 시행사가 약 3억5000만~4억원의 채무를 부담해야 한다고 확인했다.
한편, 시행사 측은 당시 계약자들이 1층을 지하층으로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고 주장하며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로 알려졌다. / pkra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