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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인천의 18년 폐건물 '마블 테마파크'의 최후…굴욕 공매후 철거

    입력 : 2026.04.24 11:30

    아시아 최초 마블테마파크 계획했던 인천 땅
    2층 철골 공사중 부도…결국 공매로 533억에 낙찰
    용도변경으로 최고 47층 아파트 개발 시도
    [땅집고] 과거 마블테마파크 개발이 계획됐던 인천시 계양구 계산동 1073 부지가 18년째 공터로 방치돼있는 모습. /흥진베가디앤씨

    [땅집고] 18년 전 ‘마블테마파크’가 들어설 예정이었지만 공사가 중단돼 도심 흉물로 방치되어 온 인천 계양구 대규모 부지가 공매에서 531억원에 팔렸다. 이 일대 도심에 남은 마지막 알짜 땅이라 앞으로 어떤 시설이 들어설지 주목이 쏠린다.

    한국자산관리공사 온비드에 따르면 총 1만7644.8㎡(약 5337평) 규모 인천 계양구 계산동 1073 부지가 이달 1일 공매에서 533억원에 낙찰됐다. 당초 올해 2월 말 감정가 약 801억원에 최초 공매를 진행했지만 8차례 유찰되면서 최저입찰가가 531억4800만원까지 낮아졌는데, 이 공고에 533억원을 써낸 응찰자가 나타나면서 새 주인을 찾게 된 것이다.

    이번에 공매에서 낙찰된 부지는 인천시 계양구에선 오래된 지역 흉물로 유명하다. 헐리우드 인기 영화인 마블의 캐릭터를 활용한 ‘마블테마파크’를 개발하려던 부지인데, 공사가 멈춰선지 올해로 18년째 빈 땅으로 방치돼있는 상황이라서다.

    2006년까지만 해도 이 땅은 게임 ‘라그나로크’로 대박을 터트리면서 개발사 그라비티를 일본 소프트뱅크 매각해 수천억원 자산가 자리에 오른 김정률 회장이 설립한 디벨로퍼 싸이칸홀딩스(옛 동원산업개발)가 보유했던 곳이다. 이 땅을 2008년 싸이환타PFV가 274억원에 사들이면서 ‘마블테마파크’ 개발 계획이 처음으로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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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집고] 싸이환타PFV가 계획했던 지하 6층~지상 5층 규모 마블테마파크 조감도와 관련 홍보물. /싸이환타PFV

    ‘마블테마파크’는 지하 6층~지상 5층, 연면적 총 9만8961㎡ 규모 놀이시설이다. 당시 마블 캐릭터 중 아이언맨 1편 영화가 크게 흥행한 점을 겨냥해, 시행사인 싸이환타엔터테인먼트가 메리츠종합금융·광주은행 등 금융사와 함께 PFV를 설립하고 아시아 최초 마블 관련 테마파크를 계획한 것.

    싸이환타PFV는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와 가까운 인천시 계양구에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헐크 등 영웅 캐릭터를 활용한 최첨단 콘텐츠와 놀이기구, 4D·5D 영상시설을 설치하면 해외 수도권 방문객 2300만명과 함께 해외 관광객 800명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제로 마블사와 캐릭터 10년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하고 착공까지 성공했다. 사업비는 총 5000억원 규모로 추산됐다.

    하지만 ‘마블테마파크’ 시공을 맡았던 금광기업이 2010년 경기 침체로 인한 재정난을 견디지 못하고 법정관리에 들어서면서 사업이 삐걱대기 시작했다. 현장은 지상 1~2층 철골 작업을 진행하던 공정률 38%대에서 멈춰섰다. 당시 건설 경기가 침체된 상황이라 새 시공사를 구하는데도 어려움을 겪었고 자연스럽게 목표했던 2010년 12월 개장은 물거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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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업이 멈춰서자 싸이환타PFV가 재산세를 미납하기 시작했고, 세무당국으로부터 수 차례 압류가 걸리다 결국 2016년 땅이 공매까지 나왔다. 이 부지를 2017년 3월 경기 용인시 소재 기업인 유조이월드가 285억원에 매입했다. 유조이월드 역시 2017년 말 준공을 목표로 한빛소프트의 게임 ‘오디션’과 ‘헬게이트’ 캐릭터를 접목한 가상현실(VR) 체험형 테마파크를 개발하겠다고 밝혔지만 재착공에 실패했다. 결국 유조이월드는 2019년 8월 부지를 경기 양주시에 본사를 둔 흥진제이월드에 335억원에 팔아 넘겼다.

    [땅집고] 옛 마블테마파크 부지 소유권 변경 내역. /이지은 기자

    대법원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흥진제이월드는 관계사인 흥진베가디앤씨에 땅 지분 2분의 1을 300억원에 넘겨 반씩 나눠갖다가, 2022년 5월에는 모든 지분을 이전하면서 최종 명의를 넘겨줬다.

    주목할 만한 점은 완전한 소유권을 갖게 된 흥진베가디앤씨가 해당 부지에 그동안 수 차례 무산됐던 테마파크가 아닌 주상복합아파트를 짓는 계획을 세운 것. 지구단위계획상 이 땅이 문화시설이라 당초 주거시설을 지을 수 없도록 되어있는데, 2024년 ‘공공기여 사전협상제도’를 활용해 부지 용도를 변경하려고 시도한 이력이 있다. 이 제도는 민간사업자가 도시계획변경을 요청하면 지자체가 이 요구를 들어주면서 용도지역 변경, 높이제한 완화 등 인센티브를 주는 대신 개발이익의 일부를 공공기여금으로 환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흥진베가디앤씨가 계양구에 제출한 사업계획에 따르면 ▲최고 47층 아파트 ▲25층 오피스텔 ▲상가 등 근린시설이 포함됐다. 부지 용도변경으로 주거시설을 건설해 분양해야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계양구는 이 땅을 2025년 3월 사전협상대상지로 선정한 뒤 1년 내인 올해 3월까지 사전협상제안서를 제출하라고 안내했다. 하지만 흥진베가디앤씨가 토지를 매입할 때 빌렸던 자금에 대한 이자를 내지 못하면서 다시 부지가 공매 절차를 밟게 됐다.

    이렇게 공매로 나온 땅 감정가는 약 801억원. 총 일곱차례 유찰되면서 최저입찰가가 531억원대까지 낮아지자, 한 기업이 533억원에 단독 입찰하면서 낙찰받는 데 성공했다. 이 땅이 주상복합아파트 용도로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겨냥해 공매에 뛰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업계에선 공매로 땅 주인이 바뀌는 경우 부지 용도 변경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흥진베가디앤씨가 계양구 측에 사전협상종결 시점을 올해 3월에서 5월까지 미뤄달라고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면서, 만약 다른 기업이 부지를 공매로 낙찰받아간다면 사전협상대상지 선정 사실을 취소해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계양구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경매로 사업 시행자가 변경되는 경우 앞으로 용도변경 추진 여부와 관련한 사항들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면서 “다만 해당 토지가 장기간 방치된 만큼 주민 안전 위협이 있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정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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