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4.25 06:00
[땅집고] 전세계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미국 뉴욕 맨해튼에는 하늘을 찌를듯이 솟아있는 초고층 아파트가 여럿 있다. 좁은 토지에 높은 건물을 짓는 방식으로 공간 활용도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이 중 정사각형 창문 여러개로 이뤄진 극강의 모던한 외관으로 맨해튼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건물이 바로 ‘432 파크 애비뉴’다. 통상 건축업계에서 가로와 세로 비율이 1대 10 이상이라 뾰족한 형상을 한 건물을 펜슬 타워(Pencil Tower)라고 분류하는데, 이 빌딩은 종횡비가 1대 15에 달해 마치 초대형 나무젓가락이 땅에 콱 박혀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432 파크 애비뉴’는 지하 3층~지상 96층, 아파트 총 104가구로 구성하는 주상복합아파트다. 최고 높이가 425.5m로 현재 미국에서 다섯번째로 높은 건물이며, 아파트 중에서는 세계에서 세 번째 순위를 차지한다. 2011년 착공해 2015년 완공했다. 높은 층수만큼 분양 당시 가구당 평균 분양가도 1840만달러(약 270억원)에 달할 정도로 비쌌다고 전해진다.
2016년 사우디아라비아의 유통 재벌가로 알려진 억만장자 파와즈 알호카이르 측이 최상층 펜트하우스를 8800만달러(약 1300억원)에 분양받았고, 2018년에는 세계적인 스타 커플이었던 제니퍼 로페즈와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35층 주택을 1530만달러(약 226억원)에 매입해 실입주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준공한지 10년을 갓 넘긴 지금 ‘432 파크 애비뉴’에선 각종 하자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물 외관 콘크리트에서 균열과 깨짐이 관측되고, 내부에선 대규모 누수와 정전을 비롯해 엘리베이터 고장, 파이프 시공 불량 등이 포착된 것. 한 거주자는 현지 언론에 “부자들이 겪는 고통은 사회적 공감을 끌어내기 힘들다는 것을 안다”면서도 “하지만 이럴 줄 알았으면 절대 이 아파트를 사지 않았을 것”이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현장에 따르면 ‘432 파크 애비뉴’는 입주 초기부터 문제를 겪었다. 2016년 데킬라 생산 회사인 호세 쿠엘보의 회장 후안 베크만 비달은 이 아파트 86층을 4625만달러(약 684억원)에 계약했다. 그런데 계약 당해에 대규모 침수가 발생하면서 83층부터 86층 주택이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됐다. 아파트 가치가 떨어진다고 판단한 후안 베크만 비달이 계약금을 반환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개발업체 측이 이를 거부했고, 결국 문제가 소송전으로 번지는 해프닝이 있었다.
2018년 11월에는 건물 내부 파이프 연결관이 높은 층까지 물을 보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압을 견디지 못하고 터졌다. 이 때문에 60층에서 다량의 누수가 발생했고 천장에서 흘러내린 물 때문에 피해 주택 거주자가 50만달러(약 7억4000만원) 상당 피해를 봤다고 전해진다. 이 사고가 발생한 뒤 4일 뒤에는 74층에서 샌 물이 엘리베이터 통로로 흘러가면서 엘리베이터 운행이 수 주간 중단되는 사태도 벌어졌다. 초고층 아파트인 만큼 엘리베이터가 고장나면서 입주자들이 겪는 불편이 만만치 않았다.
건물이 워낙 가늘고 길게 디자인된 탓에 강풍에도 취약하다는 단점도 지적됐다. 초고층 건물마다 어느정도 바람에 흔들리도록 설계하긴 하지만 ‘432 파크 애비뉴’는 유독 불안한 구조라는 것. 실제로 2019년 강한 바람으로 건물이 흔들리면서 엘리베이터 통로 내부 전선에 결함이 생기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엘리베이터 안에 있던 입주자들이 1시간 25분 동안 갇히면서 피해를 호소했다.
내부 설계 측면에선 ‘더스트 슈트’(Dust Chute)에 대한 불만도 제기된다. 더스트 슈트란 건물 각 층에 설치돼있는 투입구에 쓰레기를 버리면, 수직 낙하 통로를 통해 쓰레기가 이동하면서 한 곳으로 모이는 방식의 설비를 말한다. 그런데 ‘432 파크 애비뉴’가 워낙 초고층이다보니 상부층 거주자가 쓰레기를 버릴 때마다 마치 폭탄이 터지는 소리가 들리면서 저층부 거주자들이 소음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매년 각종 하자 보수를 진행하다보니 공용 관리비도 폭증하고 있다. 2019년에는 관리비가 전년 대비 40% 가까이 오르면서 입주민들의 원성을 샀다. 앞으로 관리비가 더 오를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건물이 흰색 콘크리트로 마감됐는데, 현재 외관 곳곳이 갈라지고 금이 가며 일부가 뭉텅이로 떨어져 나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어서다. 건물 관리 위원회는 문제에 대비하려면 향후 3년 동안 1억6000만달러(약 2360억원) 규모 리모델링 공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시행사인 CIM그룹은 ‘432 파크 애비뉴’이 적법하게 개발됐으며 수리 필요성에 대한 근거가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