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4.24 06:00
성수동 감자탕집 1000억 매각설
가짜뉴스 해프닝 속에 드러난 ‘천장 가격’?
젠트리피케이션 경고음 켜져
가짜뉴스 해프닝 속에 드러난 ‘천장 가격’?
젠트리피케이션 경고음 켜져
[땅집고] “성수동 감자탕 가게가 1000억원에 팔렸다고요?”
최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일대에선 대표 맛집이 팔렸다는 소문으로 들썩였다. 한 감자탕 가게 부지가 3.3㎡(1평)당 5억 5000만원, 총액 1000억원대에 매각됐다는 소식이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된 것이다. 연무장길 일대 역대 최고 거래가가 평당 4억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이를 훌쩍 뛰어넘는 금액에 시장은 술렁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해당 매각 소식은 사실무근이다. 하지만 왜 이런 구체적인 숫자가 시장을 흔들었으며, 대중은 왜 소문에 설득됐을까. 매수자로 거론된 게임회사 관계자는 “부지 매입과 관련한 내용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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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수치가 키운 ‘가짜 뉴스’
소문이 힘을 얻은 배경에는 구체적인 수치 자료가 있었다. 약 200평에 달하는 부지 면적부터 평당 단가, 총액 1060억원이라는 세부 금액, 심지어 유력 매수자 후보군까지 거론되며 정보의 신뢰도를 높였다.
특히 “평당 5억 5000만 원이 아주 불가능한 숫자는 아니다”라는 시장의 반응이 소문을 더욱 키웠다. 해당 부지가 준공업지역이라 용적률 활용도가 높고, 성수동 내 상징성까지 고려하면 근거 없는 호가는 아니다라는 해석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입지적 가치도 한몫했다. ‘감자탕’ 가게 부지가 위치한 연무장길 사거리는 성수역 3·4번 출구의 유동 인구가 집중되는 핵심 동선이다. 상권 내에서도 상징성이 가장 높은 메인 입지로 꼽힌다. 입지 가치가 뛰어난 곳이다 보니, 평당 5억원대라는 상징적 가격에 대해 “올 것이 왔다”는 식의 반응이 나온 것이다.
◇F&B 밀려나고 대기업만 남나
이번 해프닝은 현재 성수동 부동산 시장의 기준선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평당 5억원 거래가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시장에서 받아 들이는 ‘천장 가격’으로 해석하는 이들이 많다.
문제는 이 같은 가격 수준이 실제로 형성될 경우 상권의 성격은 근본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평당 5억원이 넘는 지가 체계에서는 일반 음식점(F&B)이 수익을 내며 버틸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천정부지로 솟은 지가는 곧바로 임대료 압박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이 가격대를 감당할 수 있는 주체는 브랜드 파워를 앞세운 패션·뷰티 대기업이나 대형 프랜차이즈로 좁혀진다. 수제화 공장 지대였던 성수동이 개성 있는 카페와 맛집의 시대를 지나 이제는 거대 자본이 투입된 대형 프랜차이로 제한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 과정에서 성수동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었던 소형 임차인과 일반 식당들은 외곽으로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낡은 공장과 창고를 개조한 독특한 감성이 성수동의 정체성이었지만, 대형 브랜드의 신축 개발이 확산될수록 상권의 다양성이 사라질 수 있다.
권강수 상가의신 대표는 “성수동은 향후 발전 가능성이 여전히 높은 지역인 만큼, 상권이 고도화될수록 임대료 상승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라며 “다만 상승 속도가 지나치게 가파르면 상권의 기초가 되는 F&B 업종이 고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변화를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로 볼 수도 있겠지만, 상권의 지속 가능성을 해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경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ks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