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4.16 15:54 | 수정 : 2026.04.16 16:45
강남구청, 사실상 ‘입찰 중단’ 통보… 유권해석 결과 따라 판도 급변
DL이앤씨 “공식 사과”에도 현대건설 ‘형사 고소’…시공사 선정 절차 늘어질 듯
DL이앤씨 “공식 사과”에도 현대건설 ‘형사 고소’…시공사 선정 절차 늘어질 듯
[땅집고] 서울 강남 재건축 대어 중 한 곳인 사업비 1조5000억원 규모 압구정5구역(한양 1·2차 아파트)가 시공사 선정 절차 ‘입찰 서류 무단 촬영’ 논란으로 파행을 겪고 있다. DL이앤씨가 현대건설과의 경쟁 입찰 과정에서 볼펜형태의 카메라로 도둑 촬영에 나선 데에 대해 강남구청, 조합, 현대건설 각각이 강하게 입장을 표명하면서 향후 사업 향방이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사면초가 DL이앤씨…강남구청, 조합, 현대건설 강경 대응 중
16일 재건축 업계에 따르면 강남구청은 압구정5구역 재건축 조합에 ‘유권해석 요청에 대한 중간 회신’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내 사실상 시공사 선정 절차 중단을 통보했다. 구청은 공문을 통해 “조합에서 유권해석을 요청한 사항에 대해서는 현재 검토 중에 있으며 조속한 시일 내 회신할 예정”이라면서 “결과 통보 전까지 입찰 서류 개봉 등 시공사 선정 절차를 중단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금주 내에 구청 유권해석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으며, 그 내용에 따라 이번 입찰의 성립 여부가 갈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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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 측도 DL이앤씨 측에 각종 요청을 접수한 상태다. 조합은 무단 촬영 관련자인 현장소장을 해당 업무에서 배제한 결과 보고와 사측의 공식 사과문, 향후 조합의 모든 행정 절차에 대해 일절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확약서 등을 요청했다.
DL이앤씨는 곧장 공식 사과문을 발송하는 등 ‘낮은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DL이앤씨는 “공정한 경쟁에 대한 개인의 의욕으로 인해 발생했으며, 이를 부당한 목적으로 활용하거나 입찰의 공정을 해할 의사가 전혀 없었다”며 “조합에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한 데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관련 사안의 해당자를 즉시 업무에서 배제했으며 추후 인사위원회에서 본 건을 논의해 강경한 인사조치를 취할 것임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사측은 공식 확인을 피하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이미 촬영 당사자가 보직 해임 및 부서 이동, 감봉 등 중징계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하지만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조합은 결국 관할 지자체인 강남구청에 유권해석을 의뢰하게 됐다.
이 가운데 향후 가장 큰 변수가 될 수 있는 것은 상대 측인 현대건설이다. 현대건설은 이미 DL이앤씨 관계자 등을 상대로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하는 등 법적 대응에 착수했다. 현대건설은 “입찰 서류 무단 촬영 논란과 관련해 공정 경쟁 원칙을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며 “법률 검토 결과 이번 사태가 ‘경쟁 방법의 적법성과 공정성을 훼손하는 중대 위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입찰 무효, 실형 등 변수 산적…”시공사 선정 절차는 상당 기간 장기화 할수도”
구청의 유권해석, 현대건설의 고소 등에 따라 향후 압구정5구역 입찰 방향은 크게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구청에서 입찰무효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경우 조합이 남은 입찰 과정을 사업 지연 없이 진행할 수 있다. 반대로 구청이 입찰 무효로 판단할 경우, 조합은 이 상황을 야기한 DL이앤씨를 상대로 보증금 800억원을 몰수하고, 현대건설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할 수 있다.
현대건설의 고소 결과 역시 변수 중 하나다. 구청이 입찰무효를 판단하지 않아 입찰을 그대로 진행해 DL이앤씨가 수주를 한다고 해도 이후에 도촬에 대해 실형 판결을 받을 경우, 위법한 건설사의 입찰 자격 유무를 두고 시공권 박탈 등 법적 다툼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현실적으로는 입찰 무효까지는 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보고 있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는 “절차적 하자가 발생했다고 해서 입찰 자체를 무효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이번 사안이 입찰 전체의 공정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했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입찰 무효 판결이 나올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사실관계 확인과 유권해석 과정에서 시공사 선정 절차가 상당 기간 장기화될 가능성은 크다”고 덧붙였다. / pkra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