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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 대신 매수', 30년 넘는 노후아파트가 신축보다 더 잘팔려

    입력 : 2026.04.16 09:59

    고분양가·가점 부담에 청약 포기 속출
    서울 거래 85%가 15억 이하, 외곽으로 매수 쏠림

    [땅집고] 2026년 2월 청약통자 가입자 수(2609만명)는 2022년 최고점(2848만명)에 비해 약 200만명 감소했다. /그래픽=박상훈

    [땅집고] “공급이 부족해 청약은 도저히 가망이 없어서 그냥 청약 통장 깨고 서울 구축 아파트를 매수했는데 후회는 없습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규제 강화로 대출 문턱이 높아지고, 청약 기대감마저 낮아지면서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청약 통장을 해지하고 구축 아파트를 매수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13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2608만7504명으로 집계됐다. 2020년 분양가 상한제 도입 이후 ‘청약은 곧 로또’라는 인식이 확산되며 가입자 수는 2022년 2850만명까지 늘었지만, 이후 기대감이 꺾이며 4년 만에 200만명 이상 감소했다. 가입자 수는 사실상 6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간 셈이다.

    청약 매력이 떨어진 가장 큰 이유는 ‘높은 분양가’다. 서울 신축 아파트의 경우 당첨되더라도 수십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여부와 관계없이 분양가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고, 대출 규제까지 더해지며 실수요자의 진입 장벽이 크게 높아졌다.

    이달 14일 1순위 청약을 진행한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라클라체자이드파인’ 전용 59㎡ 분양가는 19억5660만원~22억880만원으로 책정됐다. 분양가상한제 미적용 단지는 강남권의 분상제 적용 단지보다 분양가가 낮게 형성됐었다. 최근 분양가 상승으로 비강남권 단지도 강남권과 유사하거나 더 높은 가격에 공급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땅집고]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라클라체자이드파인'는 비분상제 단지로 평당 분양가가 약 7600만원으로 책정됐다. /GS건설

    여기에 대출규제가 겹치면서 신축 분양을 통한 ‘내 집 마련’은 더 어려워졌다. 지난해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주택가격별 대출 한도가 적용되면서다. 15억원 초과 주택은 최대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최대 2억원까지만 주택담보대출이 가능하다. 이로 인해 ‘라클라체자이드파인’의 경우 청약에 당첨되더라도 최소 16억원 이상의 현금이 있어야 입주가 가능한 구조다.

    자금을 마련한다고 해도 당첨 가능성도 매우 낮다. 시세 차익 기대가 큰 강남권 분양 단지는 수백 대 1 경쟁률이 일반화됐다. 이달 초 분양한 서초구 서초동 ‘아크로 드 서초’는 2가구 모집에 1099대 1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용 59㎡C형 당첨 가점은 만점인 84점으로, 무주택 기간 15년 이상, 청약통장 가입 15년 이상, 부양가족 6명 이상 등 조건을 충족해야 했다.
    [땅집고]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 드 서초'가 2가구 모집에 1099대 1 경쟁률을 기록했다. /DL이앤씨

    청약통장을 유지할 금융적인 메리트도 약해졌다. 청약통장 금리는 여전히 3%대에 머물러 있는 반면, 주식·채권 등 대체 투자처의 기대 수익률이 높아졌다. 청약통장에 장기간 자금을 묶어두는 데 대한 부담이 커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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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실수요자들은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낮은 구축 아파트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거래 중 준공 30년 초과 노후 아파트 비중은 26.3%로, 준공 5년 이하 신축(6.2%) 대비 4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매물 수 차이를 넘어 신축 대비 낮은 가격과 규제 완화에 따른 재건축 기대감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이러한 거래 흐름은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외곽 지역에서 두드러진다. 12일 기준 서울 내 15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 비중은 올해 1월 79%에서 2월 81.3%, 3월 85.4%로 꾸준히 상승했다. 노원·도봉·강북구 등 비강남권을 중심으로 실수요 기반의 매수세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부동산스터디’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40대 무주택자… 이번에 집 계약했습니다’라는 게시글은 청약을 포기하고 구축 아파트를 매수한 사례가 화제가 됐다. 글쓴이는 “2022년 전세로 살던 집을 매수할 기회가 있었지만 대출 부담 때문에 포기했다가 이후 집값이 오르면서 후회했다”고 밝혔다.

    해당 글에는 “집값 하락만 기다리다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공급은 불확실한 미래이고 지금 선택이 현실적이다” 등 구축 매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반응이 이어졌다. 동시에 “청약통장은 의미가 없어졌다”는 의견도 다수 확인된다. /min0212s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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