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4.15 06:00
[땅집고] “아파트 게시판에 왜 이런걸? 혹시 집값 담합은 아니겠죠?”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에 2024년 3월 개통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동탄역. 그동안 동탄신도시에 지하철 노선이 하나도 없어 경기 외곽 교통 불모지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동탄역이 개통한 이후 서울 접근성이 크게 개선됐다. 지금은 서울역~수서~동탄 구간 중 삼성역은 미정차 운행 중인 ‘반쪽짜리 노선’이지만, 앞으로 삼성역이 추가로 개통하면 서울 강남권 이동이 편리해질 예정이다.
이런 동탄역에서 마을버스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총 832가구 규모 아파트, ‘동탄역푸르지오’에 최근 네티즌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단지 엘리베이터에 ‘동탄역푸르지오 최신 실거래 정보’란 제목이 붙은 안내문을 촬영한 사진이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 퍼지면서다.
이 안내문은 ‘동탄역푸르지오’를 비롯한 동탄신도시 일대 아파트 9곳 단지명을 언급하며, 주택형별로 ▲이전 최고가 ▲현재 최고가 ▲ (집값) 회복률 ▲매물 호가 현황 등 가격을 올해 3월 31일 기준으로 정리한 표를 보여주고 있다.
대부분 아파트가 문재인 대통령 집권 시기인 2021~2022년 GTX-A노선 동탄역 개통 예정 호재를 업고 역대 최고가를 찍은 점에 눈에 띈다. 올해 들어 과거 기록했던 최고가보다 더 비싸게 팔린 아파트는 제시된 9곳 중 6곳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아직 ‘동탄역푸르지오’는 이전 최고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안내문에 따르면 ‘동탄역푸르지오’ 84㎡(34평)은 2021년 9월 11억2000만원에 팔리며 해당 주택형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후 집값이 조정기를 거쳤고, 현재 최고가는 올해 3월 거래된 A타입 9억5000만원 건이다. 약 4년 6개월 전 찍었던 최고가 대비 집값 회복율이 85%에 그친다. 현재 집주인들이 내놓은 매물 중 최고 매매 호가는 11억원, 최저가는 9억원인 것으로 기재돼있다.
이 안내문에는 가격표 외에 별 다른 공지사항이 기재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처럼 특정 아파트 실거래가와 호가를 자세히 공지하는 것은 집값 회복 필요성에 대한 암묵적 신호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과거 문제가 됐던 집값 담합 사례들처럼 입주자대표회의 등 아파트 대표성을 띄는 단체가 ‘특정 가격 이하로 거래하지 말자’고 적시한 것은 아니더라도, 실질적으로 집주입들에게 심리적 집값 기준을 제공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과거 동탄신도시 일대에선 더 노골적인 집값 담합 움직임이 포착되기도 했다. 단지마다 입주자 전용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적정 호가를 정하고, 이 가격보다 낮게 등록된 매물은 허위매물이라고 신고하거나 해당 주택 집주인 및 등록 중개업소에게 매물을 회수하라고 압박하는 방식이었다. 단지 곳곳에는 ‘오늘의 호가는 내일의 실거래가’, ‘부동산 정책은 정부가, 가격은 주인이’라는 등 담합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내걸리기도 했다.
그동안은 집주인들의 집값 담합 행위가 포착되더라도 법적 처벌을 내리는 사례가 드물었다. 현행 공인중개사법이 안내문·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활용해 기준점보다 낮은 가격일 경우 중개를 의뢰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긴 하지만, 이는 집주인이 아니라 중개업자가 가격 담합을 유도하는 경우에 한정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부동산거래신고법도 허위 신고 등에 대한 처벌을 규정하는 반면, 집값 정보를 게시하는 행위를 제재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집값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재명 정부 들어 집값 담합에 대한 처벌이 강화돼 집주인들의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동탄신도시가 있는 경기도의 경우 지난해 ‘부동산 시장 교란 특별대책반’을 발족하고, 수사팀을 통해 카카오톡 등 채팅방 대화 기록 등에서 담합 움직임을 적발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수사를 통해 담합 사례를 보고 받은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집값 담합 주동자뿐 아니라 적극 가담자까지 수사 확대 ▲경기도-시·군이 함께 참여하는 합동 특별조사 추진 ▲ 부동산 부패 제보 핫라인 개설 ▲결정적 증거를 제공한 공익 신고자에게 최대 5억원 포상금 지급 등 강경책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