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4.11 06:00
[땅집고] “골프 치러 경주 갔는데, 페어웨이 한복판에 웬 무덤이 있어서 깜짝 놀랬습니다.”
이달 들어 날씨가 풀리면서 본격 골프 시즌이 시작됐다. 전국 곳곳 골프장마다 성수기 운영에 돌입한 가운데, 경북지역에선 올해로 40년 역사를 자랑하는 보문CC에 방문하는 골퍼들이 슬슬 늘고 있다.
보문CC는 1987년 경북 경주시에 개장한 18홀 규모 대중제 골프장이다. 총 면적 78만3283㎡에 코스 길이 총 6260m인데 올해로 문을 연지 40년째로 오래된 만큼 경북지역에서는 꽤 유명한 골프장으로 유명하다. 클럽하우스부터 시작해 외곽으로 나가는 1~9번홀 아웃코스에선 다소 편안한 플레이를 즐길 수 있는 반면, 외곽에서 다시 클럽하우스로 돌아우는 인코스 10~18번홀은 도전 의욕을 자극하는 전략적 홀을 배치해 골퍼들에게 ‘반전 매력’ 재미를 주는 골프장이란 평가를 받는다.
보문CC에서 ‘시그니처 홀’로 통하는 곳은 인코스 중 마지막인 9번째 홀이다. 파4에 371m로 핸디캡 1번홀(코스 중 가장 공략하기 어려운 홀)이라서다. 그런데 이 홀이 방문객들에게 유독 진한 인상을 남기는 이유가 있다. 골프 카트 도로를 끼고 있는 페어웨이 중간, 레이디티 티박스 옆에 웬 무덤 하나가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 것. 경기를 종료하는 마지막 홀에서 만나는 무덤이라 특히 기억에 남을 수 밖에 없다.
왜 페어웨이 한 가운데 무덤이 홀로 남겨져 있을까. 보문CC에서 근무하는 캐디들 설명에 따르면 이 무덤은 조선시대 임진왜란 당시 활약한 장군의 부인이 묻힌 곳이다. 안동 권씨 가문의 무덤이라고 해서 흔히 ‘권씨 할머니 묘’라고 통한다. 보문CC를 조성할 당시 유족들과 이장 합의를 보지 못한 탓에 무덤을 그대로 둔 채 운영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유족들이 매년 제사를 지내러 오는데 무덤까지 골프카트를 타고 방문하며, 제초 등 관리는 골프장 측에서 도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문CC의 ‘무덤뷰 홀’을 방문했다고 밝힌 한 네티즌은 “해당 홀에서 무덤이 워낙 상징적인 존재다보니, 캐디들이 티샷을 칠 때 ‘무덤을 보고 좌측으로 방향을 잡으라’고 조언하더라”는 후기를 남겼다. 다른 방문객 역시 “홀마다 티를 꽂기 위해 고개를 숙이게 되지 않느냐, 그럴 때마다 이 무덤 주인에게 예의를 표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캐디들이 농담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한편 보문CC는 다양한 성별·연령의 고객층을 유입하기 위해 매달 특별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4월의 경우 매주 월·화요일마다 여성 고객들에게 1만원 할인 혜택을 준다. 두번째주와 마지막주 월요일은 경북도민 4인 입장시 2만원을 할인해주고, 마지막 수요일은 ‘할매·할배의 날’이라는 이름으로 만 65세 이상 고객에게 1만원을 깎아주는 이벤트를 열고 있다. 카트비는 팀당 별도 9만원이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