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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자산가의 만우절 자선…헨리조지에 푹 빠진 CEO의 내로남불

    입력 : 2026.04.10 06:00

    [땅집고]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연합뉴스

    [땅집고]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가 푹 빠진 ‘헨리 조지’는 과연 누구?”

    금융 어플리케이션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의 이승건(44) 대표가 본인이 만우절 공약으로 보유한 초고가 주택, ‘에테르노 청담’을 팔아 임직원 주거비를 지원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같은 복지 선언과 함께 그는 “누구는 부동산으로 큰 수익을 올리고, 누구는 주거비 때문에 생존의 어려움에 서는 이 부조리에 대해 큰 문제의식이 있었다"면서 19세기 경제학자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progress and poverty)이라는 책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헨리 조지는 ‘토지공개념’으로 유명한 경제학자다. 공공재로서의 토지를 강조해 서민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냈지만, 사유재산을 부정해 현실과 동떨어진 이론으로 되레 서민을 현혹시킨다는 비판도 받았다. 1조 자산가로 강남 초고가 주택이 사는 이승건 대표가 헨리조지를 운운하자 일각에서는 전형적 강남좌파적 행보라는 비판이 나온다.

    ◇주거난을 활용한 만우절 농담?

    치과의사 출신인 이승건 대표는 2013년 금융앱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를 창업했다. 포브스는 지난해 한국의 50대 부자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이승건 대표의 자산을 9.6억 달러(1조3953억원)라고 분석했다. 그는 분양가가 100억원대던 ‘에테르노 청담’을 분양받기 위해 은행에서 약 70억원대 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 아파트 가치는 23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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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만우절에 이 대표는 당초 주택 매매 차익으로 토스 직원 100명의 월세와 주택담보대출 이자를 '평생' 지원하겠다고 하고 공약했다. 하지만 실제 내용은 ‘100명’이 ‘10명’으로, ‘평생’이 ‘1년’으로 바뀌었다. 또 ‘집을 팔아’는 ‘우선 사비로 지원’한다고 축소됐다. 그의 약속이 거의 모든 언론에 보도가 됐는데 만우절을 핑계로 언론플레이를 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회사를 알리기 위해 청년들의 극심한 주거난을 활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이어지자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몇 해 전부터 이어온 사내 이벤트였는데, 올해는 시작부터 예상치 못한 큰 화제가 됐다. 회사 홍보를 위한 연출 아니냐는 말씀까지 나왔다”고 밝혔다. 그는 “주거 문제는 오래된 고민의 연장이었지만, 그 무게에 비해 만우절이라는 형식은 가볍게 받아들여질 수 있었고 제가 미처 충분히 헤아리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면서 “만우절 사내 이벤트는 동료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한 일”이라고 했다.

    ◇토지공개념 헨리조지를 존경한다는 1조 자산가

    이승건 대표는 과거 인터뷰 등에서 좋아하는 책으로 헨리 조지의 도서를 꼽았다. 도대체 헨리 조지가 어떤 인물일까.

    헨리 조지는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도 종종 등장하는 ‘토지공개념’으로 유명한 경제학자다. 토지공개념이란 자본주의 경제에서 토지 소유권을 절대적으로 보는 사상에 반대하면서 등장한 개념이다. 현실적으로 토지는 무한대로 공급할 수 없는 데다 가용면적이 제한적인 반면, 사람들이 토지를 소유하고 싶은 욕구는 점점 증가한다. 이에 토지 공급이 수요에 항상 못 미치는 구조가 굳어졌다. 더 나아가 자본력이 풍부한 자산가들은 핵심 토지를 보유하면서 이를 임대·개발하면서 활용해 소득을 얻거나 되팔아 시세차익을 올리는 반면, 토지를 보유하지 못한 소시민들은 자산이 평생 제자리걸음하면서 불평등이 강화된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헨리 조지는 토지를 공공재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1879년 이승건 대표가 언급했던 ‘진보와 빈곤’이란 책을 통해, 지주가 받은 지대를 전체 금액을 세금으로 환수하고 다른 모든 세금은 없애자는 ‘단일 토지세’를 주장했다. 당초 공공의 것인 토지를 사유화하면서 자본주의의 모든 문제가 시작됐고, 땅으로 벌어들이는 불로소득 때문에 빈부 격차를 비롯한 문제가 심해진다는 논리에서 이 같은 토지공개념이 등장한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헨리 조지의 토지공개념이 퍼지면서 정치권에 영향을 줬다.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89년에는 정기국회에서 ‘택지소유 상한에 관한 법률’, ‘토지초과이득세법’, ‘개발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등 토지공개념 관련 법률이 제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이 내려지면서 대부분 폐지됐고, 현재 거의 유일하게 시행 중인 제도는 개발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이 전부다.

    ◇추미애 의원, 대통령도 헨리조지 영향 받아

    한국에서도 헨리조지를 신봉하는 정치인들이 많다.

    추미애 의원은 민주당 대표시절인 2017년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19세기 헨리 조지에 따르면 생산력이 아무리 높아져도 지대가 함께 높아지면 임금과 이자는 상승할 수밖에 없다. 지대의 수준에 따라 임금과 이자의 수준이 결정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삐풀린 지대를 그대로 둬서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어렵다"며 "부동산 보유 현황에 대한 면밀한 조사로 징세를 강화하고, 필요하면 초과다 부동산 보유자에 대한 보유세 도입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지난 2월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역대 최고 상승률을 찍었던 문재인 정부 때보다도 높다며 '토지공개념'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위헌 부분을 해소하고 ‘토지공개념 3법’을 재개정해야 하며, 서울 강남3구와 마포·용산·성동구 등 핵심 지역에 공공임대주택을 대량으로 짓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2022년 20대 대선 후보시절에 헨리 조지의 '토지공개념'과 '토지가치세(보유세)' 사상에 기반하여, 토지 불로소득 환수를 통한 기본소득 재원 마련을 핵심 부동산 정책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과거에는 헨리 조지의 파격적인 이론을 주창하는 정치인에 서민들이 열광했다. 얼핏 보면 토지공개념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산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강력한 열쇠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자본주의 사회로 접어든지 오래된 상황에서 토지공개념을 갑자기 현실화하는 것은 재산권 침해 등 논란으로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더군다나 정작 토지공개념을 주장하는 정치인마다 수십억에서 수백억원대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현실이 아이러니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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