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4.09 06:00
‘잠재 부실’ 자산 58.7조원·77%가 기업대출
자본 적정성 규제 영향, 시중 은행 중 최대
기업금융 늘려야 기준 충족 ‘아이러니’
자본 적정성 규제 영향, 시중 은행 중 최대
기업금융 늘려야 기준 충족 ‘아이러니’
[땅집고] 신한은행이 4대 시중 은행 중 가장 큰 규모의 잠재 부실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생산적 금융 확대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새로운 자본 적정성 규제를 적용받게 되면서 기업 금융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금융업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최근 조직개편과 대형 MOU를 통해 ‘생산적 금융’ 확대에 힘을 쏟고있다. 그 배경에는 타 시중은행 대비 취약한 자산 건전성 구조와 규제 대응의 절박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한은행은 기업 대출에 잠재 부실 자산이 집중돼 있지만, 자본적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가계대출이 아니라 기업금융에 집중해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처해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래 산업 육성을 내세우며 기존 부동산 중심 금융에서 탈피하는 것이 목표인데, 급격한 자본 비율 하락을 막기 위한 ‘배수의 진’을 쳤다는 평가다.
◇ 60조 육박하는 잠재부실, 기업여신에 쏠린 ‘폭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2025년 말 신한은행의 IFRS9 기준 스테이지2 자산은 58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KB국민은행(40조1000억원), 하나(44조5000억원), 우리은행(24조3000억원) 등 시중은행 대비 규모가 크다.
IFRS9은 국제회계기준위원회에서 발행한 금융상품의 분류와 측정에 관한 국제회계기준서다. 과거의 회계기준보다 자산의 공정가치를 보다 면밀하게 반영한다. 금융자산의 신용 위험이 최초 인식 후 어느 정도 악화됐는지에 따라 손실충당금 인식을 달리한다. 실무적으로 스테이지 1~3 등 세 단계로 나눈다.
이 중 스테이지2는 실제 부실채권은 아니지만, 신용위험이 유의적으로 증가한 자산이다. 경기 상황에 따라 부실화될 수 있어서 잠재적인 부실로 인식한다. 신한은행의 경우 잠재적 부실 자산이 58조원을 훌쩍 넘긴 것이다.
약 77%인 45조1513억원이 기업금융이 집중돼있고, 그 중에서도 중소기업, 소상공인(SOHO) 익스포저가 31조원에 달한다. 가계여신은 12조7218억원, 대기업 여신은 13조8000억원으로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스테이즈 2 자산은 회계기준상 실제 부실자산을 의미하는 개념이라기보다 최초 인식 이후 신용위험이 유의적으로 증가한 자산에 대해 선제적으로 기대신용손실을 반영하는 관리 단계”라며 “은행별 내부등급 체계, 스테이지 분류 기준, 포트폴리오 구성 차이에 따라 규모 차이가 발생할 수 있어 단순 수치 비교만으로 건전성 수준을 판단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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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제의 역설…가계대출 늘릴수록 자본 악화
자본 적정성 규제인 '바젤Ⅲ 최종안' 도입 역시 신한은행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현재 신한은행의 표준방법 대비 내부등급법 위험가중자산(RWA) 비중은 65.9%로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낮다. 내부등급법 기준 RWA는 230조1064억원, 표준방법 적용 시 349조7068억원으로 나타났다.
바젤Ⅲ 2017년 바젤은행감독위원회가 은행의 자금 동원 능력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국제 금융 규제표준이다. 이번 최종안은 내부 모델을 쓰는 은행들이 위험가중자산(RWA)을 너무 낮게 잡지 못하도록 ‘자본 하한선’을 설정해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국내에선 2023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 중이며, 신한은행은 2026년부터 하한선 비율이 본격적으로 상향된다. 적용 비율은 2026년 65%, 2027년 70%, 2028년 72.5% 순으로 높아진다.
해당 수치가 낮은 신한은행은 2028년 기준을 적용하면 RWA 수치가 강제적으로 상향 조정될 수밖에 없다. 주주환원의 기준이 되는 보통주자본(CET1) 비율은 14.57%에서 13.22%로 1.35%p 하락할 수 있다.
소매금융, 가계대출 등을 늘리게 되면 RWA 관련 규제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자산군에 따라 표준방법, 내부등급법 기준 RWA 액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는 기업금융의 위험가중치가 가계대출보다 높지만, 정부가 가계대출, 특히 주택담보대출의 위험가중치를 20%로 상향했다. 25%까지 추가로 올리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 110조 생산적 금융 위해 조직개편-MOU 확대
반면 기업금융, 생산적 금융에 대한 위험가중치 완화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정책적으로 기업금융으로 유도되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신한은행은 작년 말부터 생산적 금융 기조 강화를 위해 조직개편에 나서고 있다. 작년 12월에 ‘생산·포용금융부’를 신설해 110조원 규모의 생산적 금융 주도 역할을 맡겼다. 올해 3월 말에는 ‘선구안 팀’을 출범했다. 초혁신 산업 대상의 생산적 금융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산업별 밸류체인 기반 영업 체계를 전담하게 된다.
외부와 협업도 강화하고 있다. 올해 2월에는 현대건설과 업무협약을 맺어 ▲데이터센터 ▲신재생에너지 ▲인프라/환경 ▲전력중개거래 등 사업 전반에 대해 금융 협력을 강화했다. 프로젝트별 금융자문, 금융주선, 투자 연계 등을 통해 자금을 지원한다. 그 외 하도급업체를 통해 포트폴리오 확장할 여지도 생겼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신한은행 입장에서 생산적 금융은 단순한 사회공헌이나 정책 호응 차원뿐만이 아니다”며 “가장 많은 잠재 부실 자산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자본 비율 하락을 방어하며 수익성을 지켜낼 수 있는 탈출구 중 하나가 기업금융의 생산적 전환”이라고 평가했다. /raul164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