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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겁나서 못가요" 한국인 덕에 먹고살던 동남아 휴양지의 비명

    입력 : 2026.04.08 06:00

    범죄·고물가 겹쳤다…‘가성비 휴양지’ 기반 붕괴
    한국인 빠지자 직격탄…동남아 관광시장 균열
    일본·베트남으로 이동…관광 지형 재편 본격화
    [땅집고] 태국 방콕의 왓 아룬 사원에서 불교 승려들과 사진을 찍고 있는 관광객. /연합뉴스

    [땅집고] 한때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던 해외 관광 대국 태국·필리핀이 관광 수요 급감으로 휘청이고 있다. 강력 범죄 증가와 가격 경쟁력 약화가 겹치면서 ‘가깝고 저렴한 휴양지’라는 강점이 희석되면서다. 여기에 최근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항공유 비용이 상승하고 항공편이 줄어들면서 여행객 감소세는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야놀자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태국과 필리핀을 찾은 관광객 수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 각각 18%, 3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일본과 인도네시아는 각각 70%, 28% 증가하며 뚜렷한 대비를 보였다. 동남아 중심이던 해외 여행 수요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야놀자리서치

    ◇물가 상승에 안전 문제 겹쳐…발길 돌린 한국인들

    관광 수요 감소의 직접적인 배경으로는 ‘한국인 관광객 이탈’이 지목된다. 태국과 필리핀은 한국인 관광객 비중이 높은 대표적인 ‘한국 의존형 관광 시장’으로 꼽힌다. 코로나19 이전 기준 태국을 찾은 한국인은 연간 약 180만명으로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상위권을 차지했고, 필리핀은 약 200만명 안팎으로 1위를 기록하며 최대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필리핀은 한국인 의존도가 더욱 높은 구조다. 필리핀 관광청에 따르면 한국인은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약 20~25%를 차지한다. 세부·보라카이 등 주요 관광지는 사실상 한국인 수요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인 관광객은 지출 측면에서도 영향력이 크다. 리조트 숙박, 골프, 마사지, 투어 등 고부가가치 소비 비중이 높은 체류 방식이 일반적이어서 관광 수입 기여도가 높은 편이다. 이 때문에 한국인 관광객 감소는 단순 방문객 감소를 넘어 관광 수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국인들의 발길이 줄어든 데에는 안전에 대한 우려가 크게 작용했다. 최근 캄보디아 등 동남아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사기·납치 등 이른바 ‘스캠 범죄’가 잇따라 노출되면서 여행지 전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했다. 태국 역시 인접 지역 리스크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평가다.

    가격 경쟁력도 약화됐다. 태국은 그동안 동남아 ‘가성비 호캉스’ 여행지로 각광받았지만, 바트화 강세와 환율 상승이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7일 기준 태국 바트화 환율은 1바트당 45~46원 수준으로, 2024년 초(36~38원) 대비 20% 이상 상승했다. 이에 따라 방콕 여행 경비도 기존 100만원 수준에서 120만~130만원대로 올라선 것으로 추산된다.

    ◇태국·필리핀 저물고, 일본·중국 급부상

    비용 부담이 커지자 한국인 여행 수요는 일본과 중국 등 대체지로 대거 이동하는 모습이다. 여행사 하나투어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113만명을 넘어 월간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같은 달 전체 출국자 326만 여명 가운데 약 3분의 1이 일본을 선택한 셈이다. 베트남(48만명)과 중국(30만명)이 뒤를 이었다.

    [땅집고] 방송인 이미주씨가 중국 상해를 방문해 왕홍 체험을 하고 있다. / 이미주 인스타그램

    베트남은 가격 경쟁력과 리조트 중심 휴양 구조를 앞세워 동남아 수요를 흡수하고 있고, 중국은 입국 규제 완화 이후 억눌렸던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는 흐름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SNS를 중심으로 확산된 ‘왕홍(網紅) 체험’ 트렌드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하이·충칭 등 주요 도시에서 촬영형 관광이 확산되며 젊은 층 유입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태국과 필리핀은 한국인 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구조라는 점에서 타격이 상당 기간 클 것으로 보고있다. 특정 국가 수요에 기대온 관광 구조 특성상, 한국인 감소가 곧바로 시장 위축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한국 수요가 빠지면 전체 관광 시장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상황은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동 지역 긴장 고조 등 지정학 리스크로 항공료 상승 압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 번 형성된 부정적 인식이 단기간에 회복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가격·안전·경험 경쟁에서 밀릴 경우 수요 회복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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