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4.07 15:51 | 수정 : 2026.04.07 16:00
‘연예인 집도 빗물 샌다’, 인테리어 피해 소비자 상담만 연 5000건 육박
불투명한 계약서 쓰면 ‘자재 바꿔치기’ 당해도 패소
불투명한 계약서 쓰면 ‘자재 바꿔치기’ 당해도 패소
[땅집고] “비가 오면 물이 새는데, 그걸 배변 패드로 막고 있어요. 배변 패드가 물을 잘 흡수하더라고요. 인테리어 하자 때문에 너무 시달려서 어디서부터 얘기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배우 김사랑(48)이 인테리어 사기 피해 사실을 털어놓놔 온라인 상에서 화제가 됐다. 지난달 31일 김사랑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김사랑 sa rang‘을 통해 시공 불량과 업체 잠적으로 피해를 입은 전원주택 내부를 공개했다. 그는 “비가 올 때마다 창가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탓에 강아지용 배변 패드를 깔고 지낸다”며 빗물이 새는 창틀을 공개했다. 그는 “배변 패드가 물을 잘 흡수한다”고 덧붙였다.
김 씨의 설명에 따르면 인테리어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드레스룸 조명을 켜면 바깥 등이 함께 켜지는 등 상식 밖의 하자가 발견됐다. 문제는 하자를 해결하기도 전에 업체가 사라진 것. 그는 “원래 인테리어에 예민한 편이었는데, 이제는 사는 데만 지장 없으면 괜찮다”고 말했다.
방송인 장영란(47) 또한 자신의 유튜브 채널 ‘A급 장영란’을 통해 남편의 병원 개원 과정에서 겪은 인테리어 사기 피해를 공개했다. 장영란의 남편 한창 씨는 “우리 병원도 인테리어 할 때 처음 제안받은 업체보다 2배 비싼 곳이 선정됐는데 그분도 영란 씨 지인이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해당 업체 사장이 병원 오픈 직전까지도 인부들에게 공사비를 지급하지 않아 인부들이 병원을 점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장영란은 “업체 대표를 대신해 공사 대금을 요구하는 인부들을 직접 상대하며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덧붙였다.
◇ 상담 건수만 2만건 상회… 낮은 합의율에 소비자만 분통
인테리어 사기 피해는 곳곳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5년 8월까지 접수된 인테리어 관련 소비자 상담은 2만5476건에 달한다. 이 중 시공 부실과 같은 품질 문제와 계약 불완전 이행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피해구제 신청은 5년간 2556건으로 집계됐으나, 실제 합의에 이르는 비율은 34%에 불과하다. 소송으로 해결하려 해도 승소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데다 업체가 폐업하거나 명의를 변경해 잠적하면 사실상 손해배상을 받기가 불가능에 가깝다.
뒤늦게 법적 대응에 나서더라도 사기 혐의를 입증하기란 어렵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계약 당시부터 공사를 완성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을 증명해야 한다. 실제 2015도14187 판례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공사 대금 명목으로 돈을 받았음에도 공사를 마무리하지 않아 사기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피고인이 공사 대금을 받아 실제 일부라도 공사에 사용했다면, 설령 결과가 부실하거나 중단했더라도 처음부터 돈을 가로챌 의도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국 소비자가 민사 소송을 통해 하자를 입증하더라도, 업체가 “돈이 없어서 공사를 못 끝냈다”거나 “최선을 다했지만 실력이 부족했다”고 주장하면 형사 처벌을 피할 수 있는 구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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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면허 확인과 사무실 방문 등 사전 검증만이 살길
전문가들은 “인테리어 사기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소비자 스스로가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사 금액이 1500만원 이상일 경우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반드시 실내건축공사업 면허를 보유한 업체인지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면허가 없는 업체와 고액 계약을 체결할 경우, 부실시공이 발생하면 해당 업체를 형사 처벌하기는 쉽다. 그러나 민사상 손해배상을 받는 과정에서는 업체 측 자산 부족으로 판결문이 실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면허 보유 여부는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서 업체명이나 사업자등록번호로 즉시 조회가 가능하다.
계약서 작성 시에는 ▲공사지연에 따른 지체상금 요율 ▲하자보수 보증금율 등을 명문화해서 심리적·경제적 압박 수단을 확보해야 한다. 단순히 총액만 기재한 견적서로 계약할 경우, 추후 자재 바꿔치기나 미시공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법원은 계약서에 구체적인 자재의 브랜드나 규격을 명시하지 않은 경우, 시공자의 재량권을 폭넓게 인정하는 경향이 있어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실내건축 표준계약서를 사용하고 자재의 모델명까지 적시한 상세 내역서를 반드시 첨부해야 한다.
대법원 판례(2012다202383)에서는 “하자가 발생했다면 그 보수에 상응하는 만큼의 대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권리가 소비자에게 있다”고 판결했다. 따라서 공사가 끝난 뒤에도 일정 금액을 하자보수보증금으로 남겨두었다가 6개월 등 약속한 기간이 지난 뒤 하자가 없음을 확인하면 지급하는 방식을 계약서에 명시하는 것이 안전하다. 한 전문가는 “공사비 지급을 공사 단계별로 공정을 확인한후 지급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공사비를 다 지급한 후 분쟁이 발생하면 결국 소송으로 갈 수 밖에 없고 피해 보상을 받는데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시공 전 과정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기록하고 모든 소통 내용을 서면으로 남기는 습관도 필수적이다. 한 인테리어 전문가는 “기록이 없는 상태에서 진행하는 소송은 입증 책임이 있는 소비자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한다”며 “이는 결국 감정 비용과 시간 낭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피해가 발생했다면 1372 소비자상담센터나 한국소비자원 피해구제 신청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min0212su@chosun.com